지난 일요일 뉴 올리언스의 수퍼돔에서 열렸던 제 47회 수퍼보울 경기에서 노래를 불렀던 미국 여가수들이다.
이 중에서 제일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여가수는 제니퍼 허드슨.
허드슨은 수퍼보울 경기 시작 전에 작년 말 총격사건이 발생했던 코네티컷 주 샌디 훅(Sandy Hook) 초등학교 합창단과 함께 '아메리카 더 뷰티풀(America the Beautiful)'을 불렀다.
제니퍼 허드슨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여가수는 앨리씨아 키스.
앨리씨아 키스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미국 국가 '스타-스팽글드 배너(The Star-Spangled Banner)'를 불렀다.
비욘세는 그녀의 솔로 히트곡과 켈리 로울랜드, 미셸 윌리암스와 함께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시절 히트곡을 불렀다.
그렇다면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여가수는 누구일까?
총격사건으로 가족을 잃었던 경험이 있는 제니퍼 허드슨이 작년 말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많은 어린이 사상자가 발생했던 샌디 훅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아메리카 더 뷰티풀'을 열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욘세의 해프타임 쇼도 화려했다. "수퍼보울 해프타임 쇼가 아니라 비욘세 콘서트 도중에 풋볼 경기가 열린 것"이라는 우스겟 소리가 나왔을 정도였다. 주객이 뒤바뀐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비욘세의 해프타임 쇼 퍼포먼스가 돋보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비욘세의 콘서트였는지도 모른다. 경기장 관리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듯 하다. 왜냐, 비욘세의 해프타임쇼가 끝나고 수퍼보울 후반이 시작하니까 "자 이제 다 끝났으니 다들 집에 가라"는 듯 불까지 꺼버렸으니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 2003년 시즌 수퍼보울에서 발생한 자넷 잭슨(Janet Jackson)의 '젖꼭지 쇼' 이후 여가수를 기피하던 NFL이 이제야 '젖꼭지 트라우마'에서 완쾌된 듯 보였다는 점이다. 꺼내놓을 게 별로 없거나 꺼내놔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뮤지션들만 골라서 해프타임 쇼를 맡기던 데서 달라진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익사이팅함이 부족했다. 팝가수의 라이브 공연 자체에 식상한 지 오래라서 스테이지를 아무리 현란하게 꾸몄다 해도 그다지 흥이 나지 않았다. 백댄서들과 함께 무더기로 무대에 몰려 나와서 흔들며 노래부르기를 반복하는 흔해 빠진 레파토리가 전부였다. 록밴드의 콘서트인 경우엔 박력 넘치는 라이브 사운드 맛이라도 있지만, 비욘세 스타일의 팝 공연은 라이브로 봐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무대 위에 무더기로 올라와서 흔들기만 하는 식상한 스타일의 팝 콘서트를 준비하느니 유명 DJ를 초청하는 쪽으로 바꾸는 게 보다 더 흥이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화끈한 라이브 무대로 꾸미려면 록밴드를 초청하면 되고, 흥겹고 화려한 무대로 꾸미려면 유명 DJ를 초청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지겹도록 TV로 봐온 팝 가수들의 무대 공연보다 유명 DJ의 클럽 스타일 해프타임 파티가 훨씬 더 흥겨울 것 같다. 그렇다고 DJ 달랑 혼자서 무대에 올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한다면 여러 유명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을 수도 있다. 가뜩이나 요샌 미국에서도 클럽 뮤직이 인기인 만큼 데이빗 게타(David Guetta), 베니 베나시(Benny Benassi), 아민 반 뷰렌(Armin van Buuren) 등 세계 정상급 DJ에게 해프타임 쇼를 맡겨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미국 젊은층이 더욱 좋아하지 않을까?
아민 반 뷰렌 |
데스티니스 차일드 리유니온이 그리 반갑지도 않았다. 왜냐, 내가 기억하는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4인조 걸그룹이던 90년대의 데스티니스 차일드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류의 음악에 마지막으로 관심을 가졌던 때가 90년대다. 2000년대부턴 이런 류의 음악을 거의 듣지 않고 있다.
혹시 CD가 아직도 있나 해서 찾아봤더니, 낭패스럽게도, 여전히 있었다.
(요새는 CD를 찾았을 때 못 찾아야 기분이 좋지 눈에 띄면 오히려 우울해진다. 옛날 CD들을 그렇게 버리고 또 버렸는데 아직도 남아있단 말이냐...)
결론적으로, 비욘세의 수퍼보울 해프타임 쇼는 화려하긴 했지만 아주 맘에 들진 않았다.
그렇다면 '수퍼보울 퀸'은 누구냐고?
그렇다. 바로 앨리씨아 키스다.
수퍼보울 경기 시작 전 항상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지만, 이번 수퍼보울에서 앨리씨아 키스 버전은 느낌이 달랐다.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 라인배커 브랜든 에이어바데이조(Brendon Ayabadejo)는 사이드라인에서 앨리씨아 키스가 부르는 스타-스팽글드 배너를 들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미국 국가를 감동적으로 멋지게 불렀던 앨리씨아 키스도 그녀의 트위터에 "I was speechless", "Super Bowl experience was crazy!"라고 썼다.
This girl is on FIRE!
해프타임 쇼 공연을 한 비욘세보다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를 부른 앨리씨아 키스가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하프타임 공연과 정전 해프닝을 절묘하게 풀어주셨군요. 하하~
답글삭제확실히 DJ 공연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예전 Tiesto도 2004년도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에서 화려하게 풀어낸 적이 있으니 말이죠. 그렇다고 Skrillex같은 친구가 나와서 Dubstep 음악을 틀면 조금 어긋날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최근 몇년간 David Guetta도 빌보드에 상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내년에는 기대해봄직도 하네요! 올해 시즌 글들도 잘 읽고 갑니다 :)
요즘엔 미국서도 클럽뮤직 인기가 높은 만큼 DJ 공연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말씀하신대로 티에스토나 데이빗 게타 등 댄스팝으로 미국서도 유명해진 DJ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보컬 게스트가 무대에 오를 수도 있으니 한 뮤지션의 공연만 보는 단조로움도 덜할 듯 하구요.
내년 수퍼보울은 뉴욕에서 하는데, 추운 겨울에 야외서 해프타임쇼를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www.nynjsuperbowl.com
음... 뉴욕 제츠/자이언츠 스테디움도 얼마 전에 정전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ogongbond.blogspot.com/2010/11/blog-post_38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