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5일 목요일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24'가 마지막 될까?

얼마 전 007 시리즈 24탄(이하 '본드24')이  2014년에 개봉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확하게 개봉시기를 밝히진 않았으나 MGM은 지난 2013년 3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3년 이내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금년이 2013년이므로 2016년 개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스카이폴(Skyfall)'이 개봉한 2012년부터 3년 후를 의미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2015년 개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맞든 현재로썬 '본드24'가 2014년에 개봉하긴 힘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007 시리즈는 법정분쟁 등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2년마다 새로운 영화를 선보여왔다. 지금까지 나온 23편의 오피셜 007 시리즈 중 18편이 전작과 1~2년 간격으로 개봉했으며, 3년 간격으로 개봉한 영화는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두 편이 전부다. 007 시리즈 17탄 '골든아이(GoldenEye)'는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ce to Kill)'이 개봉한지 6년이 지난 1995년에 개봉했으나, 이는 법정분쟁으로 차질이 빚어졌던 특별한 케이스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부턴 4년 공백이 새삼스럽지 않아지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이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의 4년 후에 나오더니 2012년작 '스카이폴(Skyfall)'도 전작 '콴텀 오브 솔래스 (2008)'가 개봉한 지 4년 후에 개봉했다. 2000년대 이전엔 한 번도 없었던 4년 공백이 2000년대 들어 두 번씩이나 생긴 것이다. 그러더니 '본드24'도 2015년 또는 2016년 개봉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2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꼬박꼬박 나오던 시절은 지난 듯 하다.

이렇게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는 주기가 점차 길어지고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영화배우의 나이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캐릭터인 제임스 본드는 나이를 먹지 않을지 모르지만, 돈을 받고 카메라 앞에서 제임스 본드 시늉을 하는 영화배우는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는 2년, 길게는 3~4년에 한 편씩 나오는 영화 시리즈이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를 맡을 배우를 고를 땐 나이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매 편마다 주연 배우를 교체할 것이라면 나이에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겠지만 한 번 영화배우를 정하면 최소한 세 편 이상의 출연 계약을 하므로, 007 제작진은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는 주기 등을 감안해서 적절한 나이의 배우를 선택하고 있다.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는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교체된다. 뚜렷하게 나이 상한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 50세 정도라고 보면 될 듯 하다. 50대를 넘기며 계속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영화배우가 지금까지 로저 무어(Roger Moore) 하나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숀 코네리는 30대 초반에 제임스 본드가 되어 40대 초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단 한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한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는 당시 만 29세였으며,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은 40대 초반에 제임스 본드가 되어 40대 중반에 그만뒀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도 40대 초반에 제임스 본드가 되어 만 49세 때 찍은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를 끝으로 살인면허를 반납했다.

물론 '50대 제임스 본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의 7080년대 007 시리즈를 기억하는 본드팬들은 또다른 '50대 제임스 본드'를 원하지 않는다. 본드팬들은 50대의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007 제작진이 로저 무어가 5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그에게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긴 것을 비판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1927년생인 로저 무어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1985년작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이었으니 거의 예순이 될 때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셈이다. 이에 대해 로저 무어 또한 "내가 직접 소화한 스턴트는 러브 씬 뿐"이라고 농담했을 정도다.

이쯤 되었으면 본드팬들이 왜 '50대 제임스 본드 탄생'에 거부감을 갖는 지 대충 설명이 되었으리라 본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나이는?

다니엘 크레이그는 30대 후반에 제임스 본드가 되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2년마다 꼬박꼬박 나온다는 전제 하에선 적당한 나이에 제임스 본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년 주기가 깨지면서 스케쥴이 불규칙해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크레이그가 '본드25'까지 앞으로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더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본드24'가 2016년 개봉으로 밀려나면 크레이그의 나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크레이그는 1968년생이다. 그러므로 '본드24'가 2015년에 나온다면 그는 47세가 된다. 만약 '본드24' 개봉이 2016년으로 넘어가면 크레이그는 48세가 되어있을 것이다.

여기까진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본드25'다.

만약 '본드24'가 2016년에 개봉한다면 '본드25'는 빨라야 2018년 개봉이라는 계산이 나오는데, 2018년이 되면 크레이그는 만 50세가 된다. 그런데 이젠 2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는 것도 불확실한 판이므로 '본드25'의 2018년 개봉을 개런티하기 어렵다. 만약 '본드25'가 2019년이나 2020년으로 밀려나게 되면 크레이그는 50대 초반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007 시리즈 역대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는 것일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 앞엔 장사가 없는 만큼 30대 후반에 펄펄 뛰어다니던 크레이그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어떻게 보일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벤자민 버튼(Benjamin Button)이 아닌 이상 세월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면서 외모와 체력 등 여러 면에서 과거와 다를 것이 분명한데, 과연 그 때에도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 역으로 적합할지, 007 제작진이 중년이 된 크레이그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제대로 찾아줄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젊은 배우를 찾을 생각을 해야할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본드24'까지가 마지막이 될까?

세월은 흐르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나이를 먹게 돼있으므로 '본드24'가 2016년 개봉으로 밀린다면 거기까지가 마지막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본드24'가 2015년에 개봉한다면 한 번 더 두고 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2016년으로 밀리면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올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80년대엔 로저 무어 덕분에 '50대 제임스 본드', '50대 스파이 캐릭터'가 얼떨결에 통했던 것은 사실이다. 숀 코네리도 50대 초반이던 지난 1983년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으로 돌아왔으며, 6070년대 스파이 시리즈에 자주 출연했던 영국 영화배우 마이클 케인(Michael Cain)과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도 은퇴한 전직 에이전트 역 등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50대 제임스 본드'를 굳이 다시 시도할 이유가 없다. 또한, 제임스 본드 자체가 3040대의 젊은 캐릭터인데 50대에 접어든 크레이그에 계속 미련을 두고 붙들고 늘어질 이유도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크레이그가 50대에 들어서기 전에 30대의 젊은 배우로 교체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007 제작진도 '본드24' 촬영에 들어갈 때가 되면 크레이그의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설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므로 당장 '본드24'부터 '나이'를 이용해 또다른 '변화'를 주려 할 수 있다. 로저 무어의 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와 80년대 영화가 약간 다른 것처럼 이번에도 영화배우를 교체하지 않으면서 톤을 약간 바꿀 수도 있다. 몸으로 때우며 뛰어다니기만 하던 데서 점잖고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 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금년 가을 출간되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 '솔로(Solo)'가 45세가 된 중년의 베테랑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삼은 만큼 007 제작진이 이 소설을 참고할 수도 있다. '솔로'를 그대로 영화화하는 일은 물론 절대 없겠지만, 제임스 본드의 나이 등 캐릭터 설정을 부분적으로 약간 참고할 수는 있을 듯 하다.

그렇다면 '본드24'부터 다니엘 크레이그를 노련한 중년 베테랑 에이전트로 만들기가 시작하는 걸까?

사실 조금 늦었다고 본다. 지난 '스카이폴'에서부터 시작했어야 옳았다. 우스꽝스럽게 폼 잡으며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을 낼 게 아니라 진지하면서도 노련한 중년의 베테랑 에이전트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시작했어야 했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흉내를 내라고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한 게 분명히 아니었을 것이며, 본드팬들이 크레이그에 기대했던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그것이 아니었는데 '스카이폴'은 엉뚱한 방향으로 샜다.

어찌되었든 간에, 만약 '본드24'에서 크레이그가 중년 제임스 본드로의 변신에 성공한다면 '본드25'까지 출연하더라도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변신에 실패하거나 '본드24'에서도 때려부수고 뛰어다니기만 하는 본드 캐릭터를 반복한다면 본드팬들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살인면허 압수 운동'을 벌일 준비를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50대 제임스 본드'를 상상해보면 걱정이 앞선다. 눈에 빤히 보이는 차이와 변화만을 강조하며 본드팬들을 초등학생 취급하는 007 제작진과 50대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만난다면 그 결과는 아무래도 '할아버지 본드'가 아니겠나 해서다.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서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던 과거의 제임스 본드와 달리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맞으면 피가 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임스 본드를 불필요할 정도로 자주 피투성이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지나치게 오버하는 습관이 발동할지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보다 더욱 걱정되는 건 007 시리즈의 미래다. 다니엘 크레이그야 숀 코네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등과 마찬가지로 때가 되면 007 시리즈를 떠날 영화배우일 뿐이므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007 시리즈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점이 신경 쓰인다. 뭔가 변화를 주면서 색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어 보려는 건 알겠는데, 연거푸 다른 헐리우드 영화를 까놓고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평균 2년, 늦어도 3년 안에 꼬박꼬박 나오던 시절도 이젠 지난 듯 한 것이 007 시리즈의 건강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과거엔 어느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든, 누가 연출을 맡든, 하늘이 무너지든 간에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는 2년마다 계속 나온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나 요샌 이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비록 최근 들어 007 시리즈가 돈을 많이 벌어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왠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보일 뿐 불안하고 불확실한 데가 많아 보인다.

댓글 4개 :

  1. 다니엘 크레이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다음 편이 마지막이 되겠지요. 그래도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한 본드 무비.. 행복했습니다.
    이란 걸작까지 남겨줬으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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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젠 4년 공백이 예사가 된 듯 합니다. 2년 주기는 이제 옛날 얘기인 것 같습니다.
      2년 주기가 지켜졌다면 본드25까진 무난했을텐데 이젠 좀 무리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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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본드'라는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 사실, 일관성 없는 변화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전 본드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의 매력을 좋아했던 것일수도 있구요. 처음 만난 본드는 활자였지만 스크린(정확히는 브라운관)에서 로저무어를 만났을때의 그 짜릿함과 즐거움이 비디오샵을 뒤져가며 모든 본드영화를 모으게 된 계기가 되었었죠. 그래서 닥터노의 원작에 충실한 숀코네리부터 침대에 누워 배를 가리는 로저무어도 거부감없이 좋아합니다. 솔직히 조지 레..(기억안남)는 테이프 커버만 보고 정이 안가서 보지도 않았습니다. 30년 가까이... 다른 본드들은 모두 10번, 아니 수십번은 봤을것 같네요. 그냥 좋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다니엘 크레이그도 정말 좋아합니다. 본드를 연기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스카이폴에서 늙어가는 본드를 표현한 것 같이 봤는데요.... 착각인가? 사실은 그 장면 나올때 좀 섭했거든요. 전 전체적으로 M의 교체나 머니페니와 큐의 등장이 로저무어 시절의 본드영화 냄새를 묻히려고 하는 것 같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약간 지루한 본드영화 다음엔 항상 개선된 영화가 나와 주는 것도 시리즈의 매력이거든요. ㅎㅎ
    짧은 소견이지만요.

    그런데 주기가 길어지는 것은 정말 싫습니다. 그러면서도 길어지는 만큼 비주얼적인 완성도는 마음에 들기도 하고...

    주저리주저리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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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영화를 먼저 보고 그 다음부터 책과 홈비디오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레이전비의 여왕폐하의 007 잘 된 영화인데요.
      한 번을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난 배우라서 약간 낯선 감이 있지만 영화는 괜찮습니다.
      플레밍의 베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원작소설에도 충실한 편이구요.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고 자주 본 영화 중 하나가 여왕폐하이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습관적으로 매년마다 봅니다.

      스카이폴의 본드는 부상당해 실종됐다 복귀한 본드를 묘사한 걸로 보고 있습니다.
      면도도 안 하고 체력과 감각도 무뎌진 상태로 있다가 다시 복귀한다는 걸 묘사한 듯 합니다.
      원작소설 두번 산다 막판에 총에 맞고 실종됐다가 황금총 도입부에 한참만에 되돌아오거든요.
      아마도 그걸 참고해 영화로 옮긴 듯 합니다.

      본드24에선 말씀하신대로 보다 더 클래식 007 시리즈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건 모르겠어도 M과 머니페니, M의 오피스에서의 브리핑 등은 되돌아올 듯 합니다.

      저도 주기가 길어지는 것보단 고만고만한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4년을 뜸들인다고 불후의 명작이 나올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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