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4일 일요일

'2 건스', 그럭저럭 볼 만한 레트로 스타일 버디 액션 코메디

'화이트 하우스 다운(White House Down)', '론 레인저(Lone Ranger)', 'R.I.P.D'는 '흥행실패한 2013년 여름철 버디 영화(Buddy Film)'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 버디 영화 '히트(The Heat)'는 반응이 좋았던 반면 남성 버디 영화는 모조리 죽을 쒔다.

그런데 또 하나의 남성 버디 영화가 개봉했다. 유니버설의 '2 건스(2 Guns)'다.

'화이트 화우스 다운'의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제이미 폭스(Jamie Foxx) 듀오, '론 레인저'의 쟈니 뎁(Johnny Depp)-아미 해머(Armie Hammer) 듀오, 'R.I.P.D'의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 듀오에 이어 '2 건스'에선 댄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과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 가 콤비를 이뤘다.

그럼 '2 건스'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훑어보기로 하자.

언더커버 DEA 에이전트인 로버트(댄젤 워싱턴)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 두목 파피(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증거를 잡기 위해 미끼를 던지지만 파피가 미끼를 물지 않는 바람에 모든 작전이 무위로 끝날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로버트는 마이클(마크 월버그)과 함께 파피의 돈 3백만 달러가 저장된 은행을 털어 파피를 돈세탁 혐의 등으로 체포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정작 은행을 털러 들어가 보니 3백만 달러가 아닌 4천 3백만 달러의 현금이 금고에 보관돼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성공적으로 은행 털기를 마친 로버트는 그의 파트너였던 마이클을 바로 체포하려 한다. 그러나 마이클 역시 파피의 은행 돈을 노리는 언더커버 해군 정보부 에이전트였다.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었던 로버트와 마이클은 어리둥절해 하지만,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얼(빌 팩스턴)이라는 사나이를 리더로 한 CIA들이 사라진 4천 3백만 달러 회수에 나선 것.

이렇게 해서 로버트와 마이클은 해군, CIA,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사라진 4천 3백만 달러 쟁탈전에 휘말리게 된다...


'2 건스'에서 무엇보다도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다. 이런 영화에 특별하게 참신하고 대단한 스토리를 기대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2 건스'의 스토리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었지만 거기까진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배신하고 죽이려 하는 살짝 복잡하게 꼬인 듯한 스토리라인이 쓸데 없이 혼란스럽게 보였다.  이런 류의 영화는 두 남자 주인공의 위트와 유머, 액션 등이 볼거리이지 스마트한 줄거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영화가 아니므로 덜 복잡하고 리니어한 스토리라인이 보다 적합해 보이는데, '2 건스'는 별 것 없는 스토리를 그럴 듯하게 꾸미려고 지나치게 오버한 것처럼 보였다. 플래시백을 통해 스토리가 1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지만, '2 건스'는 솜씨있는 스토리텔러의 작품으로 보이지 않았다.

댄젤 워싱턴과 마크 월버그 듀오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돼 보이기도 했지만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 터프가이 콤비로 잘 어울렸다. 80년대 영화 시리즈 '리썰 웨폰(Lethal Weapon)'의 멜 깁슨(Mel Gibson)-대니 글로버(Danny Glover) 콤비를 연상케 할 만했다. 캐릭터가 '리썰 웨폰' 시리즈의 마틴과 로저 만큼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레벨은 아직 아니지만 과거의 터프가이 버디 영화의 추억을 되살릴 만큼은 됐다.

캐릭터는 그럴싸해 보였어도 유머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으나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으며, 실없는 말장난이 너무 많았다. 때로는 코믹하기도 했지만 너무 억지로 웃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노련한 배우 댄젤 워싱턴이 버티고 있었던 덕분에 다소 유치한 씬도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억지로 웃기기 위해 장난을 너무 많이 치는 것 같았다.

액션도 대체로 별 볼 일 없었다. 이미 다른 영화에서 여러 번 본 듯한 액션 씬의 반복이었을 뿐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씬이 없었다. 유머와 마찬가지로 액션도 지나치게 스타일리쉬하게 꾸미려 한 것 같았고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다. 좀 더 거칠고 유머가 풍부한 액션 씬이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랜만에 나온 R 레이팅의 버디 액션 코메디 영화였던 만큼 좀 더 화끈하고 유쾌하길 기대했는데, '2 건스'는 비슷하긴 했어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 내내 지루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시원화끈한 영화 하나 봤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이렇듯 '2 건스'는 8090년대 버디 액션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영화였다.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여러 부분에 물음표가 붙을 만큼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여러 군데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베테랑 배우 댄젤 워싱턴과 마크 월버그가 어색함을 아슬아슬하게 가려준 덕분에 그럭저럭 볼 만했지 여차했으면 꽤 난감한 영화가 될 뻔 했다.

그래도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과거 '리썰 웨폰' 등과 같은 와일드한 R 레이팅 레트로 스타일 버디 액션 코메디 영화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여전히 조금 부족해 보이는 영화였지만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지루함을 모르고 가볍게 즐길 수 있었다. '리썰 웨폰' 시리즈, '머니 트레인(Money Train)' 등 8090년대 버디 액션 코메디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2 건스'가 썩 맘에 들진 않아도 싫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2 건스'도 시리즈화가 될까?

댄젤 워싱턴과 마크 월버그의 콤비 연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맘에 들었지만 캐릭터가 빈약해 보였는데, 그래도 조금 다듬으면 버디 액션 코메디 시리즈 투톱으로 무난해 보였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손질할 데가 많아 보이긴 하지만 속편이 나온다면 또 보게 될 것 같다.

댓글 2개 :

  1. 오호...벌써 보셨나 보네요 리셀위폰과 나쁜녀석들과 같은 버디라서 기대는 했것만 리셀의 액션도 나쁜녀석들의 유머도 쫒아 가지 못한 영화인가요 ..그래도 봐야겠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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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억지로 그런 영화들을 흉내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느낌은 비슷했는데 맛은 떨어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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