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8일 일요일

'킥 애스 2', 전편의 매력을 많이 잃었지만 아주 나쁘진 않았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를 뜻밖에도 아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10년 개봉한 수퍼히어로 영화 '킥 애스(Kick-Ass)'가 그 중 하나였다. 아무런 스페셜 파워가 없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코믹북에 나오는 수퍼히어로처럼 되기 위해 어설픈 흉내를 내다 얼떨결에 진짜로 수퍼히어로가 되어간다는 줄거리의 '킥 애스'는 최근 범람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 식상한 상태였는데도 색다르고 신선해 보이는 것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한편으론 '이젠 이런 수퍼히어로물도 나오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킥 애스'를 보는 내내 유쾌, 상쾌, 통쾌했다.

'킥 애스'가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3년 속편이 개봉했다. 바로 '킥 애스 2(Kick-Ass 2)'다.

일단 '킥 애스 2'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수퍼히어로 워너비 데이브/킥 애스(애런 테일러-존슨)는 진짜 수퍼히어로인 민디/힛걸(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와 함께 수퍼히어로 훈련을 하며 더 나은 수퍼히어로가 되려 한다. 그러나 민디/힛걸의 보호자인 마커스(모리스 체스트넛)가 민디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더이상 힛걸로 활동하지 못하게 하자 데이브/킥 애스는 스타스 앤 스트라입스 대령(짐 캐리)을 리더로 하는 수퍼히어로 워너비 그룹과 어울린다. 데이브/킥 애스는 민디/힛걸에게 계속해서 수퍼히어로 그룹에 조인할 것을 요청하지만 민디는 이를 거절하고 평범한 여고생의 삶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한편 전편에서 데이브/킥 애스에게 아버지(마크 스트롱)를 잃은 크리스(크리스토퍼 민츠-플래시)는 복수를 다짐하고 전세계 범죄자들을 끌어모으며 그를 두목으로 한 범죄집단을 결성해 데이브/킥 애스를 찾아나선다...


'킥 애스 2'를 보기 전에 가장 염려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2탄에선 전편과 달리 평범한 수퍼히어로 영화로 변한 게 아닌가 였다. 코믹북을 즐겨 읽던 평범한 고등학생이 실제로 수퍼히어로 시늉을 하는 정신나간 짓을 하다 점점 진짜 수퍼히어로가 되어간다는 스토리는 이미 전편에 다 나왔기 때문에 2탄은 비록 어설프긴 해도 수퍼히어로인 킥 애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평범한 수퍼히어로물이 된 게 아닌가 걱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2탄에서 누가 악당을 맡을 것인지도 쉽게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전형적인 코믹북 수퍼히어로 포뮬라에 맞춘 바보스러운 액션-코메디-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여러모로 '킥 애스 2'에 큰 기대가 가지 않았다. '킥 애스' 1탄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의외로 재미있게 봤으니 혹시 '킥 애스 2'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희미한 희망이 전부였다.

예상대로 '킥 애스 2' 스토리는 전편 만큼 신선하고 흥미진진하지 않았다. 스페셜 파워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수퍼히어로 이야기인 것엔 변함 없었지만 전편 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여기에 민디/힛걸의 하이스쿨 적응기까지 끼어들면서 전편보다 더욱 아동틱한 영화가 됐다. 욕설과 높은 폭력수위 등으로 R 레이팅을 받긴 했어도 여전히 틴에이저 층을 겨냥한 영화이므로 유치하고 아동틱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 건 시간 낭비겠지만, '킥 애스 2'는 독특한 틴-액션-코메디-수퍼히어로 영화에서 유치하고 아동틱한 틴 코메디 쪽으로 이동한 것 같았다.

등장 캐릭터들도 흥미롭지 않았다. 전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괜찮았으나 2탄에 새로 등장한 뉴 페이스들이 문제였다. 데이브/킥 애스 역으로 돌아온 영국 배우 애런 테일러-존슨(Aaron Taylor-Johnson)은 어리버리한 고등학생 역할에 여전히 잘 어울려 보였고, 3년 사이에 많이 자란 민디/힛걸 역의 미국 여배우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Chloe Grace Moretz)도 겉보기와 달리 쌍욕을 잘하고 굉장히 터프한 수퍼히어로 역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했다. 악당 Motherfucker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민츠-플래시(Christopher Mintz-Plasse)도 찌질한 돈많은 악당 역에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닌자 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와 비디오게임 '스트릿 파이터(Street Fighter)'의 캐릭터 가일(Guile)을 합쳐놓은 듯한 짐 캐리(Jim Carey)의 스타스 앤 스트라입스 대령을 비롯한 나머지 수퍼히어로 워너비들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악당 Motherfucker가 끌어모은 국제 범죄자들 역시 짐 캐리가 이끄는 수퍼히어로 워너비 그룹과 함께 영화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했을 뿐 불필요해 보였다.

그렇다고 아주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스토리가 전편 만큼 흥미롭지 않았고 뻔할 뻔자의 유치한 틴에이저 수퍼히어로 워너비 영화에 그쳤지만 영화 내내 한숨만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전편만 못한 건 분명했어도 아주 나쁘진 않았다. 전편 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인 영화가 아닐 것으로 미리 예상했기 때문인지 큰 실망은 없었다. 속편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왠지 안 나오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으므로 '킥 애스 2'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았는데, 예상과 달리 그럭저럭 볼 만했다. 영화의 완성도부터 시작해서 만족도에 이르기까지 전편에 훨씬 못 미쳤지만,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최악의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틴에이저 영화처럼 보이면서도 폭력 수위가 제법 높고, 중학생처럼 보이는 꼬마 여자아이가 쌍욕을 하는 두 가지 볼거리가 전부인 영화였던 건 사실이다. '킥 애스' 1탄은 이 두가지와 더불어 제법 흥미로운 스토리가 받쳐줬지만, '킥 애스 2'는 스토리가 침몰한 바람에 '폭력'과 '욕설'밖에 눈에 띄는 게 없었다. 그래도 그런대로 봐줄 만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과연 3탄이 또 나올까...?

댓글 6개 :

  1. 3편은 나올 정도일까요 ㅋㅋ
    저도 아무 기대없이 봤다가 클로이 빠가 되버렸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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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아하니 3편도 나오려면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다지 기대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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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otherfucker가 아직 안죽은거 보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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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 생각에도 그것 때문에 3편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킥애스2가 북미서 흥행이 기대에 못미쳤던 게 좀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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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쿠키영상 못보셨나요? 3편 떡밥은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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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봤습니다만 킥애스2가 북미 개봉 첫주말 5위에 그쳤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봅니다.
      킥애스 2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예상보다 시원찮았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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