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3일 금요일

벤 애플렉이 배트맨? 90년대 '배트맨과 로빈' 시절로 돌아가나?

2015년 개봉 예정인 '수퍼맨 +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 역을 맡을 배우가 결정됐다. 워너 브러더스는 벤 애플렉(Ben Affleck)을 새로운 배트맨으로 공식 발표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수퍼히어로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벤 애플렉이 실제로 2015년 개봉 예정인 '수퍼맨 + 배트맨' 영화에서 배트맨 역을 맡게 됐다.

워너 브러더스가 지난 코믹-콘(Comic-Con)에서 사상 처음으로 수퍼맨과 배트맨이 함께 나오는 수퍼히어로 영화를 발표하면서 누가 배트맨 역을 맡을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수퍼맨 역은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의 헨리 카빌(Henry Carvill)로 이미 결정된 상태였으나 배트맨 역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The Dark Knight Trilogy)'의 크리스챤 베일(Christian Bale)이 배트맨 롤을 그만두면서 공석이었다. 제작진이 40대의 노련한 베테랑 배트맨/브루스 웨인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찾는 것으로 알려지자 제법 그럴 듯한 후보들이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런데 벤 애플렉?

다른 수퍼히어로도 아니고 어둡고 터프한 배트맨 역으로 벤 애플렉?

솔직히 말해, 벤 애플렉에서 배트맨/브루스 웨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수퍼맨 + 배트맨' 연출을 맡게 된 영화감독 잭 스나이더(Zack Snyder)에 의하면 애플렉의 배트맨은 헨리 카빌의 수퍼맨과 달리 나이가 많아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며 범죄와의 싸움을 오래 해 온 베테랑 수퍼히어로인 동시에 매력적인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을 연기할 것이라고 한다. 헨리 카빌의 수퍼맨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캐릭터인 만큼 40대의 베테랑 배트맨으로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맨 오브 스틸'에서 헨리 카빌이 연기력과 카리스마 면에서 수퍼맨 프랜챠이스를 홀로 이끌기에 벅차 보이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노련한 베테랑 배우를 붙여주면서 불안감을 없애려는 것으로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수퍼맨이 대단히 유명한 캐릭터인 데다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름값' 덕분에 '맨 오브 스틸'은 박스오피스에서 죽을 쑤는 것을 면했지만, 헨리 카빌 주연의 수퍼맨 시리즈의 미래가 그리 탄탄해 보이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므로 '수퍼맨 + 배트맨' 영화, '40대 베테랑 배트맨' 아이디어 모두 수긍이 갔다. 마블 코믹스의 '어벤져스(The Avengers)' 시리즈에 대항함과 동시에 헨리 카빌 수퍼맨의 불안감도 안정시키는 일석이조 아이디어로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벤 애플렉 캐스팅이다.

인터넷에서 배트맨 후보로 오르내렸던 죠시 브롤린(Josh Brolin), 짐 카비젤(Jim Caviezel) 중 하나로 결정났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크다. 죠시 브롤린은 카리스마틱한 터프가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고, 짐 카비젤은 CBS의 TV 시리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에서 배트맨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보이는 캐릭터를 맡고 있다.

그런데 벤 애플렉이 배트맨?

10년 전 수퍼히어로 영화 '데어데블(Daredevil)'로 죽을 쑨 경력이 있는 벤 애플렉을 배트맨으로 캐스팅했다?

배트맨 역에 잘 어울릴 듯한 배우를 고르는 대신 스타파워에 의존키로 한 것일까?

사근사근한 타잎의 벤 애플렉이 다른 수퍼히어로도 아닌 배트맨 역을 맡는다는 것도 엉뚱해 보이지만,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 콤비도 썩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설익은 헨리 카빌의 수퍼맨 캐릭터를 보조하는 베테랑 배트맨 역으로 나이만 40대일 뿐 아직도 소년처럼 보이는 벤 애플렉을 선택했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연 벤 애플렉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트맨 역에 어울릴지 의심스럽다.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이 10년 이상 나이차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벤 애플렉이 헨리 카빌 앞에서 선배 노릇, 어른 행세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지 모르겠다. 물론 영화를 보고난 후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엔 벤 애플렉과 헨리 카빌 콤비가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워 보일 것 같다.

그래서 일까? 2000년대 들어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큰 성공을 거두며 배트맨 영화가 더이상 조롱거리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더니 이제 슬슬 90년대의 몹쓸 버릇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 캐스팅 뉴스를 접하고 제일 먼저 생각난 영화는 90년대 배트맨 영화 '배트맨과 로빈(Batman & Robin)'이다.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가 배트맨 역을 맡았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고 DVD로도 가지고 있지만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과연 배트맨 영화는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뒤로 하고 다시 90년대의 암흑기로 되돌아가는 걸까?


물론 '수퍼맨 + 배트맨'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진지하고 심각한 톤의 수퍼히어로 영화가 될 것이므로 90년대 영화 '배트맨과 로빈'처럼 어린이용 만화 같은 가벼운 영화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겠는지 모르겠다. 벤 애플렉이 배트맨 역을 맡았다는 것도 이상하고 애플렉과 카빌의 콤비도 'ODD COUPLE'이 될 것 같으니 머리만 긁적이게 될 뿐이다.

벤 애플렉의 배트맨 캐스팅 소식을 듣고 누군가가 "그럼 맷 데이먼(Matt Damon)을 로빈으로 캐스팅하라"고 했다던데, 그냥 웃어넘길 얘기가 아닌 지도 모르겠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충분히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우수한 수퍼히어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진 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 제작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뀔 순 있겠지만, 벤 애플렉이 배트맨 역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로썬 밝은 미래가 안 보인다.

아무튼 앞으로 어떻게 되나 지켜보기로 하자.

아직 공식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수퍼맨 + 배트맨' 영화는 2015년 7월17일 개봉한다.

댓글 6개 :

  1. 마이클키튼이나 히스레져의 경우처럼 배트맨시리즈의 경우 워낙 캐스팅에 있어서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괜찮았다 라는 경우가 많았으니.. 혹시 모른다고 생각하네요. ㅎ

    조지클루니의 악몽이 있긴한데. 거꾸로 생각해보면 조지클루니 빼고 배트맨 역들 중 나뻤던 사람들은 없었으니까

    전 나쁘지는 않다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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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 배트맨 중엔 크게 안 어울리는 배우가 없었습니다.
      발 킬머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롤에 나름 어울림직한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맡았습니다.
      마이클 키튼은 코메디 배우로 인식되어 잡음이 있었지만 진지한 역에 잘 어울렸습니다.
      배트맨과 로빈의 문제는 조지 클루니가 아닌 영화에 있습니다. 클루니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벤 애플렉은 외모, 목소리 등 여러모로 그런 롤에 안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이처럼 이해가 안 가는 미스캐스팅은 처음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잡음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란 낙관은 들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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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이클 키튼이 진지한 역을 연기를 잘하는거지 브루스웨인같은 부자이면서 잘나가는 탕아같아보이는데 알고보니~~ 에 어울릴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죠.

      히스레져도 조커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계속 나왔고요.

      요근래 DC관련 영화에서 괜찮은 캐스팅이라 칭송받던 주연은 그린랜턴에 라이언 레이놀즈였죠...

      그리고 이건 희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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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마이클 키튼은 코메디언으로 알려져 잡음이 생겼던 배우였습니다.
      마이클 키튼은 오히려 돈많은 플레이보이 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습니다.
      당시 영화팬들은 비틀주스가 배트맨을 맡는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였습니다.
      키튼이 진지한 배트맨을 잘 연기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이 적었던 게 맞는 것 같군요.

      히스 레저의 조커는 이런 영화에선 언제나 비교와 비판이 따르므로 새삼스럽지 않았습니다.

      레이놀즈 캐스팅이 칭송받았는진 모르겠지만 그린 랜턴의 문제도 영화였죠.
      영화가 재미없었던 게 문제지 레이놀즈의 책임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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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역대급 배트맨 배역으로 꼽히는 마이클키튼이나 크리스챤베일도 캐스팅 당시엔 지금처럼 떠들석 했었습니다. 물론 안좋은 의미로요
    최고의 악역으로 칭송받는 조커역의 히스레져 역시 캐스팅 당시 저질섞인 조롱과 비아냥까지 들었습니다(브로큰백마운틴의 그 게이역? 하는식의..)
    저 역시 벤 애플릭 캐스팅 소식에 '응?' 하고 생각한건 사실이지만
    지켜봐야 할 문제인거 같네요, 딱히 벤 애플릭이 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아닐뿐더러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꽤 어둡고 진지한 내면연기도 상당히 잘 소화하는 배우입니다
    생각을 곱씹고 곱씹어보니 벤 애플릭이 딱히 심각한 미스캐스팅 같아 보이진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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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거 배우들도 처음엔 평이 안 좋았으나 결과가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두고보자는 말씀인데,
      그건 마지막으로 거는 기대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 정도 마지막 희망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잡음이 있었지만 모든 조건에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어긋나진 않았습니다.
      썩 내키진 않았더라도 역할에 어울리는 면이 조금이나마 보이는 배우들이었습니다.
      일부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로 선택되었을 당시와 비교하는데, 이것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브로스난 시대 이후에 진지한 쪽으로 변화가 올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므로 크레이그의 선택은 조금 의외였을 순 있어도 납득이 가는 초이스였습니다.
      크레이그를 반대한 본드팬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것 하나만 놓고 비교하면 곤란하죠.
      크레이그가 이상적인 초이스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아주 생뚱맞은 초이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애플렉의 배트맨은 제가 배트맨 팬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뚱맞게 들립니다.
      반복할 필요 없겠지만, 애플렉에게선 배트맨에 어울려 보이는 면이 보이지 않습니다.
      크리스챤 베일과 차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어도 애플렉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배트맨을 본드 교체하듯 하려는 건 좋은데 소프트한 배트맨의 반응이 어떨지도 모르겠고...
      물론 꽃미남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크리스 에반스도 수퍼히어로 역을 맡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렉이 맡은 건 "배트맨"입니다. 가장 어두운 수퍼히어로 캐릭터죠.
      애플렉의 연기력에 대해선 코멘트하기 싫지만, 애플렉이 연기파 배우란 생각은 안 듭니다.
      다른 영화에서 어둡고 진지한 연기를 한 적이 있다 해도 배트맨은 드라마 캐릭터가 아니죠.
      그래도 제작진이 무슨 생각이 있으니까 애플렉을 선택한 것일테므로 지켜볼 일입니다만,
      애플렉이 40대의 노련한 배트맨을 연기하는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제가 볼 땐 미스캐스팅으로 보이며, 이를 극복 가능할지 의심스럽습니다.
      애플렉의 배트맨이 성공하려면 영화가 아주 잘 나오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만,
      맨 오브 스틸이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속편에서 얼마나 나아질지 의심스럽기도 하군요.
      그리고 저질적인 조롱과 비아냥은 세계적인 유명 캐릭터를 맡는 순간부터 각오해야합니다.
      그런 게 듣기 싫으면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거죠. 애플렉도 그렇게 하겠죠.
      그러나 남들이 다 그랬으니 애플렉도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뭔가가 보이기 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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