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영화들은 대부분 요란한 액션과 화려한 비쥬얼이 전부다.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틴에이저가 아니라 아동(Pre-teen)을 겨냥한 영화가 더 많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액션과 비쥬얼이 전부인 영화는 13세 이상의 틴에이저들도 재밌게 보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여름철 영화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그렇다. 파라마운트의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시리즈다.
지난 2007년 첫 영화가 개봉했을 땐 '거대한 로봇', '박진감 넘치는 액션', '훌륭한 비쥬얼', '멋진 배경음악' 등을 두루 갖춘 즐길 만한 여름철 블록버스터로 보였다.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하긴 어려워도, 액션과 유머, 멋진 자동차, 섹시한 여자 캐릭터 등등 아무 생각없이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영화였다. 어렸을 때 로봇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당시 여름철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반갑고 친숙한 면도 있었다.
첫 영화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인지 2009년 개봉한 2탄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1탄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동심'과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는 여전했다. '트랜스포머스 2'를 영화관에서 보면서 '아, 여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어느덧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를 여름철을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2011년 개봉한 3탄에선 어느덧 '트랜스포머스' 시리즈에 지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2탄까지만 해도 '동심'과 '향수'에 취하는 맛으로 나름 즐길 수 있었지만, 3탄에선 '드디어 오토봇을 폐차시킬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포머스 3'는 전편들과 달리 여름철 패밀리 영화다운 매력을 잃고 요란한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별 볼 일 없는 영화로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영화에 꾸준히 열광하는 관객들이 있고, 완구와 액션피겨 등을 판매할 수도 있는데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를 트릴로지로 완결시킬 리 없었다.
그렇다. 자동차로 변신하는 외계에서 온 거대한 로봇, 오토봇들이 돌아왔다. 지난 2011년 개봉했던 3탄으로 스토리가 마무리된 듯 했던 '트랜스포머스 시리즈가 2014년 여름 4탄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트랜스포머스: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트랜스포머스 4'는 지난 3탄과 줄거리가 연결되긴 하지만 메인 캐릭터들은 모두 교체되었다. 지난 1탄부터 3탄까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샤이아 라버프(Shia LaBeouf)는 떠나고 마크 월버그(Marc Wahlberg)가 시리즈를 넘겨받았다. 새로 리부트를 하지 않고 세계와 줄거리는 지난 3탄과 이어지도록 했지만 메인 캐릭터들은 모두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줄거리지만 4탄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3탄에서 오토봇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으니 4탄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일까?
'트랜스포머스 4'의 가장 큰 문제는 줄거리에 있었다.
'트랜스포머스 4'는 3탄과 세계와 줄거리가 이어지면서도 주인공들이 전부 바뀌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새로 시작함과 동시에 계속 연결되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이어붙여야 했다. 그러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토봇들은 CIA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 되면서 '제이슨 봇'이 되었고, 중국 여배우가 출연하고 경주 자동차 드라이버가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는 점은 대표적인 다인종 영화로 꼽히는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등 다른 영화들을 모방한 부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도 재미가 없었다. 전작과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면서도 다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살짝 차선을 바꾼 것도 썩 맘에 들지 않았으며, 오토봇들의 이야기도 지난 3탄으로 완결된 것을 억지로 다시 '부활'시킨 게 전부였다. 한마디로, 돌아온 오토봇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 영화 시리즈를 만들려면 일단 장편소설 수준의 긴 스토리아크 구상이 필요한데, '트랜스포머스 4'의 줄거리는 "NOT OVER YET!"을 억지스럽게 외치는 것처럼 보였을 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속 줄거리로 보이지 않았다. 대충 급하게 만들어 이어붙인 게 전부였다. 이렇게 억지로 줄거리를 연결시킬 바엔 차라리 리부트를 해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게 더 나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트랜스포머스 4'가 리부트 성격을 어느 정도 띤 것은 사실이지만, 연속과 리부트를 한꺼번에 하지 않고 깨끗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부트 하나만을 택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았다. 이후에 나올 '트랜스포머스 5'와 '트랜스포머스 6'는 스토리가 '트랜스포머스 4'와 바로 이어질 것이므로 아무래도 어색함이 덜하겠지만, '트랜스포머스 4'의 설정은 여러모로 억지스러워 보였다. 만화나 비디오게임 스토리로는 용서가 될 지 모르지만 영화 스토리로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누가 줄거리까지 따져가면서 '트랜스포머스' 영화를 보냐고?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는 만화나 비디오게임처럼 취급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지 않냐고?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트랜스포머스 4'의 런타임이 2시간 반이 넘는다는 점이다.
2시간 반이 넘는 런타임은 너무 지나쳤다. 흥미를 붙잡아 둘 만한 스토리가 없는 판에 런타임이 2시간 반이 넘다 보니 영화 도중에 흥미를 잃고 지치게 만들었다. 박살나고 때려부수는 액션 씬이 풍부했던 덕분에 크게 지루하진 않았지만 별 의미 없는 액션 씬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이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트랜스포머스 4'가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액션과 시각효과 등 볼거리에만 올인한 영화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액션과 비쥬얼이 가장 큰 볼거리인 영화라고 해도 단지 그것만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트랜스포머스 4'는 비디오게임의 프리 렌더 CGI 동영상 콜렉션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을 뿐 줄거리가 있는 완성된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도 방해가 됐다. 영화와 썩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는 틴에이저용 영화인 만큼 주연도 비슷한 또래의 배우에 맡겨야 보다 자연스러워 보였을 텐데,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 역을 맡은 마크 월버그가 주인공이다 보니 여름철 패밀리 영화가 아니라 평범한 액션영화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트랜스포머스'는 80년대 여름철 영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와 비슷한 틴에이저용 패밀리 영화인데, '백 투 더 퓨쳐'의 주연 배우가 당시 20대였던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가 아닌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리딩맨 월버그와 함께 '트랜스포머스 4'에 출연한 니콜라 펠츠(Nicola Peltz)와 잭 레이너(Jack Raynor)는 '트랜스포머스' 영화에 어울릴 만한 또래의 'Funky Bunch'였다. 그러나 월버그는 더이상 'Marky Mark'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마키 마크의 히트곡 'Good Vibrations'가 미국서 히트쳤을 때 펠츠와 레이너 모두 태어나지도 않았었구나...
유머도 풍부한 편이 아니었다. 1탄은 유머가 풍부한 편이었으나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차 유머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4탄에선 거의 웃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건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와 중국 여배우 리 빙빙(Li Bingbing) 덕분이었다. 이들은 비중이 크진 않았어도 흥미로운 역할을 맡았으며, 투치와 리 빙빙이 서로 옥신각신하면서 함께 도망다니는 씬은 제법 코믹했다. 영화가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빛이 바랬지만, 투치와 리 빙빙은 '레드(RED)'와 같은 액션 코메디 영화에 출연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Michael Bay)가 틴에이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사실이다. 요란한 액션 씬과 화려한 비쥬얼 뿐만 아니라 섹시한 여자 캐릭터들도 빼놓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스 4'의 니콜라 펠츠는 오리지날 '트랜스포머스' 시리즈에 출연했던 메갠 폭스(Megan Fox) 만큼 침이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또한 마이클 베이는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가 007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음과 동시에 007 시리즈에서 퇴출된 '엑스트라 본드걸'을 연상케 하는 섹시한 여자 엑스트라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007 시리즈엔 대사가 없는 여배우 여러 명이 비키니 등 시원한 차림새로 돌아다니는 씬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는데, 90년대 이후부턴 이런 본드걸들을 더이상 영화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프로듀서 중 하나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007 시리즈가 꾸준히 받아왔던 여성을 섹스토이 정도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이클 베이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이것 하나 만큼은 맘에 든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
'트랜스포머스 4'는 맘에 드는 점을 꼽기 어려운 영화였다. 단순한 스트레스 버스터용 액션영화로 가볍게 즐기려 노력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굵고 짧게 끝나는 영화였다면 어느 정도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2시간 반이 넘도록 흥미가 안 끌리는 영화를 즐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아래 동영상에 나오는 친구를 2시간 반이 넘도록 보는 게 더 재밌을 듯.
이렇게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여름철 영화라고 하면 바로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그렇다. 파라마운트의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시리즈다.
지난 2007년 첫 영화가 개봉했을 땐 '거대한 로봇', '박진감 넘치는 액션', '훌륭한 비쥬얼', '멋진 배경음악' 등을 두루 갖춘 즐길 만한 여름철 블록버스터로 보였다. 대단히 만족스러웠다고 하긴 어려워도, 액션과 유머, 멋진 자동차, 섹시한 여자 캐릭터 등등 아무 생각없이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영화였다. 어렸을 때 로봇 같은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당시 여름철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하는 반갑고 친숙한 면도 있었다.
첫 영화가 느낌이 좋았기 때문인지 2009년 개봉한 2탄도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1탄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동심'과 '향수'를 자극하는 효과는 여전했다. '트랜스포머스 2'를 영화관에서 보면서 '아, 여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어느덧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를 여름철을 대표하는 영화 중 하나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2011년 개봉한 3탄에선 어느덧 '트랜스포머스' 시리즈에 지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2탄까지만 해도 '동심'과 '향수'에 취하는 맛으로 나름 즐길 수 있었지만, 3탄에선 '드디어 오토봇을 폐차시킬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랜스포머스 3'는 전편들과 달리 여름철 패밀리 영화다운 매력을 잃고 요란한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별 볼 일 없는 영화로 변했다.
그래도 여전히 액션과 비쥬얼에만 올인한 영화에 꾸준히 열광하는 관객들이 있고, 완구와 액션피겨 등을 판매할 수도 있는데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를 트릴로지로 완결시킬 리 없었다.
그렇다. 자동차로 변신하는 외계에서 온 거대한 로봇, 오토봇들이 돌아왔다. 지난 2011년 개봉했던 3탄으로 스토리가 마무리된 듯 했던 '트랜스포머스 시리즈가 2014년 여름 4탄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트랜스포머스: 에이지 오브 익스팅션(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트랜스포머스 4'는 지난 3탄과 줄거리가 연결되긴 하지만 메인 캐릭터들은 모두 교체되었다. 지난 1탄부터 3탄까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샤이아 라버프(Shia LaBeouf)는 떠나고 마크 월버그(Marc Wahlberg)가 시리즈를 넘겨받았다. 새로 리부트를 하지 않고 세계와 줄거리는 지난 3탄과 이어지도록 했지만 메인 캐릭터들은 모두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줄거리지만 4탄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지난 3탄에서 오토봇과 메가트론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으니 4탄은 무엇에 대한 이야기일까?
'트랜스포머스 4'의 가장 큰 문제는 줄거리에 있었다.
'트랜스포머스 4'는 3탄과 세계와 줄거리가 이어지면서도 주인공들이 전부 바뀌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새로 시작함과 동시에 계속 연결되는 새로운 에피소드를 이어붙여야 했다. 그러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토봇들은 CIA에 쫓기는 도망자 신세 되면서 '제이슨 봇'이 되었고, 중국 여배우가 출연하고 경주 자동차 드라이버가 메인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하는 점은 대표적인 다인종 영화로 꼽히는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등 다른 영화들을 모방한 부분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전반적인 스토리라인도 재미가 없었다. 전작과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면서도 다른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살짝 차선을 바꾼 것도 썩 맘에 들지 않았으며, 오토봇들의 이야기도 지난 3탄으로 완결된 것을 억지로 다시 '부활'시킨 게 전부였다. 한마디로, 돌아온 오토봇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 영화 시리즈를 만들려면 일단 장편소설 수준의 긴 스토리아크 구상이 필요한데, '트랜스포머스 4'의 줄거리는 "NOT OVER YET!"을 억지스럽게 외치는 것처럼 보였을 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연속 줄거리로 보이지 않았다. 대충 급하게 만들어 이어붙인 게 전부였다. 이렇게 억지로 줄거리를 연결시킬 바엔 차라리 리부트를 해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게 더 나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트랜스포머스 4'가 리부트 성격을 어느 정도 띤 것은 사실이지만, 연속과 리부트를 한꺼번에 하지 않고 깨끗하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부트 하나만을 택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았다. 이후에 나올 '트랜스포머스 5'와 '트랜스포머스 6'는 스토리가 '트랜스포머스 4'와 바로 이어질 것이므로 아무래도 어색함이 덜하겠지만, '트랜스포머스 4'의 설정은 여러모로 억지스러워 보였다. 만화나 비디오게임 스토리로는 용서가 될 지 모르지만 영화 스토리로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런데 누가 줄거리까지 따져가면서 '트랜스포머스' 영화를 보냐고?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는 만화나 비디오게임처럼 취급해야 하는 영화가 아니지 않냐고?
일리있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트랜스포머스 4'의 런타임이 2시간 반이 넘는다는 점이다.
2시간 반이 넘는 런타임은 너무 지나쳤다. 흥미를 붙잡아 둘 만한 스토리가 없는 판에 런타임이 2시간 반이 넘다 보니 영화 도중에 흥미를 잃고 지치게 만들었다. 박살나고 때려부수는 액션 씬이 풍부했던 덕분에 크게 지루하진 않았지만 별 의미 없는 액션 씬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것이 재미가 있을 리 없었다. '트랜스포머스 4'가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액션과 시각효과 등 볼거리에만 올인한 영화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액션과 비쥬얼이 가장 큰 볼거리인 영화라고 해도 단지 그것만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 '트랜스포머스 4'는 비디오게임의 프리 렌더 CGI 동영상 콜렉션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을 뿐 줄거리가 있는 완성된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크 월버그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도 방해가 됐다. 영화와 썩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스' 시리즈는 틴에이저용 영화인 만큼 주연도 비슷한 또래의 배우에 맡겨야 보다 자연스러워 보였을 텐데, 고등학생 딸을 둔 아버지 역을 맡은 마크 월버그가 주인공이다 보니 여름철 패밀리 영화가 아니라 평범한 액션영화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트랜스포머스'는 80년대 여름철 영화 '백 투 더 퓨쳐(Back to the Future)'와 비슷한 틴에이저용 패밀리 영화인데, '백 투 더 퓨쳐'의 주연 배우가 당시 20대였던 마이클 J. 폭스(Michael J. Fox)가 아닌 실베스터 스탤론(Sylvester Stallone)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리딩맨 월버그와 함께 '트랜스포머스 4'에 출연한 니콜라 펠츠(Nicola Peltz)와 잭 레이너(Jack Raynor)는 '트랜스포머스' 영화에 어울릴 만한 또래의 'Funky Bunch'였다. 그러나 월버그는 더이상 'Marky Mark'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마키 마크의 히트곡 'Good Vibrations'가 미국서 히트쳤을 때 펠츠와 레이너 모두 태어나지도 않았었구나...
유머도 풍부한 편이 아니었다. 1탄은 유머가 풍부한 편이었으나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점차 유머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4탄에선 거의 웃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웃을 수 있었던 건 스탠리 투치(Stanley Tucci)와 중국 여배우 리 빙빙(Li Bingbing) 덕분이었다. 이들은 비중이 크진 않았어도 흥미로운 역할을 맡았으며, 투치와 리 빙빙이 서로 옥신각신하면서 함께 도망다니는 씬은 제법 코믹했다. 영화가 뒤죽박죽이었기 때문에 빛이 바랬지만, 투치와 리 빙빙은 '레드(RED)'와 같은 액션 코메디 영화에 출연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Michael Bay)가 틴에이저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사실이다. 요란한 액션 씬과 화려한 비쥬얼 뿐만 아니라 섹시한 여자 캐릭터들도 빼놓지 않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스 4'의 니콜라 펠츠는 오리지날 '트랜스포머스' 시리즈에 출연했던 메갠 폭스(Megan Fox) 만큼 침이 넘어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또한 마이클 베이는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가 007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음과 동시에 007 시리즈에서 퇴출된 '엑스트라 본드걸'을 연상케 하는 섹시한 여자 엑스트라들을 등장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007 시리즈엔 대사가 없는 여배우 여러 명이 비키니 등 시원한 차림새로 돌아다니는 씬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는데, 90년대 이후부턴 이런 본드걸들을 더이상 영화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프로듀서 중 하나가 여성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007 시리즈가 꾸준히 받아왔던 여성을 섹스토이 정도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스스로 몸을 사린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이클 베이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 듯 하다. 이것 하나 만큼은 맘에 든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장점은 여기까지.
'트랜스포머스 4'는 맘에 드는 점을 꼽기 어려운 영화였다. 단순한 스트레스 버스터용 액션영화로 가볍게 즐기려 노력했지만 이것도 쉽지 않았다. 굵고 짧게 끝나는 영화였다면 어느 정도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2시간 반이 넘도록 흥미가 안 끌리는 영화를 즐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아래 동영상에 나오는 친구를 2시간 반이 넘도록 보는 게 더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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