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나잇크롤러', 흠잡을 데 거의 없는 2014년 최고의 범죄 스릴러 영화

미국 영화배우 제이크 질렌할(Jake Gyllenhaal)이 새로운 범죄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작년엔 범죄 스릴러 영화 '프리즈너(Prisoners)'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제이크 질렌할이 금년 가을엔 또다른 범죄 스릴러 영화 '나잇크롤러(Nightcrawler)'로 돌아왔다.

제이크 질렌할과 잘 어울리는 영화 쟝르 중 하나가 어두운 톤의 범죄 스릴러 영화이므로 질렌할과 범죄 스릴러 영화가 다시 만났다는 건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이와 동시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질렌할이 출연한 범죄 스릴러 영화들이 대부분 모두 볼 만했기 때문이다.

제이크 질렌할의 2014년 범죄 스릴러 영화 '나잇크롤러'는 별 볼 일 없는 빈털털이 좀도둑에서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로 성공하는 L.A 청년 루(제이크 질렌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나잇크롤러'에서 질렌할이 맡은 역할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있는 성공에 눈이 먼 청년 역이다.

그렇다면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좀도둑인 루는 직업을 구하려 해도 쉽게 잡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밤 루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도중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루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달려와 촬영하는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들을 보게 된다. 이들을 본 루는 취직을 하는 대신 그도 밤마다 카메라를 들고 사건-사고 현장을 돌며 비디오 촬영을 하는 '개인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비디오그래퍼를 해본 경험이 없는 데다 제대로 된 ENG 캠코더도 없이 일반 중고 핸디캠을 들고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프리랜서들 틈에 끼어 서툴게 일을 시작한 루는 L.A 로컬 TV 방송사의 뉴스 디렉터 니나(르네 루소)에게 첫 번째 촬영 영상을 성공적으로 판매한다. 이 때부터 루는 뉴스 프로그램이 원하는 영상이 어떤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은 노우하우를 빠르게 습득하기 시작하면서 스타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로 승승장구한다. 빈털털이 좀도둑이던 루가 어느새 멀끔한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된 것이다. 그러나 성공에만 집착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루는 사업의 성공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양심과 윤리같은 건 휴지처럼 집어던지며 광적으로 치밀하고 인정사정 없이 냉혈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나잇크롤러'는 작년의 '프리즈너'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 어떻게 보면 광적으로 치밀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앞서 개봉한 '건 걸(Gone Girl)'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물론 주제와 스토리는 크게 차이가 나지만, 섬짓할 정도로 차갑고 치밀한 캐릭터가 완전 범죄를 진행한다는 점에 공통점이 있었다.

'나잇크롤러'의 메인 캐릭터, 루는 때로는 코믹하고 명석해 보이다가도 한 편으로는 상당히 괴짜이기도 하며, 때로는 매우 위험한 싸이코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양심도 없고 피눈물도 없는 냉혈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한마디로 아주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루는 양심의 가책을 전혀 못 느끼는 인면수심의 냉혈 비즈니스 맨 타잎이므로 비호감 캐릭터인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방법까지 주저하지 않는 그는 비난받기 알맞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보이면 인정사정 없이 낚아채고, 경쟁자를 제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경쟁에서 뒤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은 많다. 속으론 '나잇크롤러'의 루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정사정 없이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면서도 겉으로는 입바른 소리만 하며 안 그런 척 하는 사람들 또한 상당히 많다. 겉으로는 루를 비판하면서도 속으로는 루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루를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제이크 질렌할은 이처럼 어둡고 괴상한 루 역에 완벽하게 어울렸다. 지난 디즈니의 '페르시아의 왕자(Prince of Persia)'에서 헛스윙을 한 적도 있지만 질렌할은 이번에도 그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제대로 골랐다. 질렌할도 자신과 어울리는 영화와 역할을 고를 줄 아는 센스가 있는 영화배우 같았다. 만약 질렌할이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질렌할이 '나잇크롤러'에서 보여준 연기는 충분히 노미네이트 될 만해 보였다.

 스토리 또한 흥미진진했다. '나잇크롤러'는 누구나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고 지저분해질 수 있으며, 순수하게 살아선 성공하기 힘들다는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빗대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 때로는 메시지가 약간 노골적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갈수록 너무 비현실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다소 들었지만 크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영화의 성격과 스토리의 흐름을 파악하고 나면 어떤 결말이 나올지 어렵지 않게 예측 가능해지는 문제도 있었으며, 거기에 맞춰 스토리를 짜맞춘 흔적도 보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였으며, 스토리 파트에 큰 문제가 있는 영화는 절대로 아니었다.

또한, 댄 길로이(Dan Gilroy)에게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 등 스릴러 영화로 유명한 토니 길로이(Tony Gilroy)의 동생인 댄 길로이는 '나잇크롤러'의 스크린플레이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으로도 데뷔했다. 길로이 형제가 함께 뭉쳤던 지난 '본 레거시(The Bourne Legacy)'는 약간 시큰둥했었는데 길로이 형제가 다시 뭉친 '나잇크롤러'는 '본 레거시'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나잇크롤러'는 흥미로운 캐릭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선정적인 언론사와 그들이 거부할 수 없는 먹잇감을 물고 오는 프리랜서 비디오그래퍼의 공생관계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스토리, 긴장감 넘치는 액션 등 흡잡을 데가 거의 없는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 여러모로 봤을 때 '나잇크롤러'는 댄 길로이의 영화 감독 데뷔작으로써도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나잇크롤러'는 '인스턴트 클래식'이라 불릴 만한 영화였다.

작년에 본 최고의 범죄 스릴러 영화는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 '프리즈너'였는데, 금년에도 역시 질렌할이 출연한 '나잇크롤러'가 최고의 범죄 스릴러 영화가 됐다. '나잇크롤러'는 지금까지 금년에 본 영화 중 최고의 범죄 스릴러 영화였다. 앞서 개봉한 '건 걸'도 만족스러운 비슷한 쟝르의 영화이지만, '건 걸'은 가십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겨냥한 가볍게 즐기기에 알맞은 범죄 스릴러 영화라면 '나잇크롤러'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흥미로운 범죄 스릴러 영화라는 데서 차이가 난다. '건 걸'도 만족스러웠지만 '나잇크롤러'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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