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헐리우드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미국 영화배우 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이 배트맨으로 출연하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마이클 키튼이 배트맨으로 발탁되었을 당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키튼은 워너 브러더스의 1989년작 '배트맨(Batman)'과 1992년작 '배트맨 리턴스(Batman Returns)'에 배트맨/브루스 웨인으로 출연했다.
1992년 '배트맨 리턴스'를 끝으로 수퍼히어로 유니폼을 벗은 줄 알았던 마이클 키튼이 2014년 또다시 수퍼히어로(?) 역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버드맨(Birdman)'.
'맨'으로 끝나는 수퍼히어로 캐릭터가 워낙 많으므로 '버드맨'이라는 이름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캐릭터가 실제로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키튼 주연의 2014년 영화 '버드맨'은 수퍼히어로와 관련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수퍼히어로 영화는 아니다. 마이클 키튼이 맡은 '버드맨'의 메인 캐릭터는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과거에 수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전성기가 지난 60대 영화배우다.
'버드맨'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리갠 톰슨(마이클 키튼)은 8090년대에 수퍼히어로 영화 '버드맨' 시리즈에 버드맨으로 출연했던 영화배우다. 톰슨은 과거엔 블록버스터 수퍼히어로 시리즈에 출연한 헐리우드 수퍼 스타 중 하나였으나 60대에 접어든 지금은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재기를 노리는 전성기가 지난 배우다. 이혼한 톰슨은 약물 문제를 겪고 있는 딸(에마 스톤)을 어시스턴트로 두고 연극 제작에 몰두하려 노력하지만 작업이 순탄치 않다. 뿐만 아니라 과거 톰슨이 '버드맨'으로 헐리우드 수퍼스타이던 시절의 기억과 자존심이 버드맨의 모습과 목소리의 형태로 나타나 그를 따라다니면서 심리적으로 그를 어지럽힌다. 톰슨은 스트레스와 환영, 환청에 시달리면서 그의 첫 연극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마이클 키튼이 영화 '버드맨'에서 맡은 캐릭터가 키튼의 실제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사생활 파트까지 따지면 차이가 나겠지만 영화배우로써의 커리어 파트만 놓고 비교해 보면 유사점이 바로 눈에 띈다.
그렇다. '버드맨'은 마치 마이클 키튼을 위해 마련된 영화 같았다.
8090년대에 실제로 코믹북 수퍼히어로 배트맨 역을 맡았던 마이클 키튼이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버드맨'에서 자신과 비슷한 영화배우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마치 키튼이 자신에 대한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보였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은 리갠 톰슨이었지만 마치 마이클 키튼이 마이클 키튼을 연기하는 듯 했다. 그 만큼 마이클 키튼은 '버드맨'에서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캐릭터가 마이클 키튼의 과거와 묘하게 겹치는 데가 있었기 때문인지 마이클 키튼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만약 마이클 키튼이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버드맨'으로 남우주연상을 받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새롭지 않았다. 대런 애러너프스키의 '레슬러(The Wrestler)', '블랙 스완(Black Swan)'을 본 사람들에겐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였다. 전성기가 지난 올드 스타 주인공은 '레슬러'에서 이미 봤으며, 환영과 환청 등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 묘사는 '블랙 스완'에서 이미 봤기 때문이다. '레슬러'와 '블랙 스완'을 합치고 주인공을 영화배우로 설정하면 '버드맨'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 파트는 크게 감탄할 만할 정도가 아니었다. 미키 루크(Mickey Rourke)가 '레슬러'로 멋진 컴백을 했던 것처럼 '버드맨'은 809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하다 한동안 뜸했던 마이클 키튼의 '레슬러' 격인 영화였다.
간간히 나오는 농담과 유머는 즐길 만했다. 요새 헐리우드를 점령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겨냥한 농담도 재밌었다. 절반은 코메디인 영화였던 만큼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다. 굉장히 인텐스한 괴짜 배우 역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얼굴만 봐도 웃음이 솟구치지만 이름을 발음하려고 하면 굉장히 심각해지게 만드는 잭 갤리피아나키스(Zach Galifianakis) 등 출연진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다. 덕분에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하지만 대단히 신선한 이야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배경음악도 은근히 신경에 거슬렸다. 드럼 솔로 연주만으로 채워진 배경음악은 처음엔 스타일리쉬해 보였지만 계속해서 드럼 솔로 연주만 나오다 보니 나중엔 신경에 제법 거슬렸다. 드럼을 쳐본 적도 있고 드럼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드럼 솔로 연주만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화는 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디 포크 뮤직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땡큐이지만 드럼 솔로 연주만 계속 듣는 것도 과히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타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전체를 긴 싱글 샷으로 촬영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싱글 테이크 편집 등 독특한 촬영과 편집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버드맨'으로 마이클 키튼이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남우주연 뿐만 아니라 촬영, 편집 부문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 '버드맨'은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버드맨'의 리갠 톰슨과 겹쳐지는 시너지 효과 하나가 사실상 전부로 보이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버드맨'엔 마이클 키튼을 제외하곤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지만 대단한 '작품'을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1992년 '배트맨 리턴스'를 끝으로 수퍼히어로 유니폼을 벗은 줄 알았던 마이클 키튼이 2014년 또다시 수퍼히어로(?) 역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버드맨(Birdman)'.
'맨'으로 끝나는 수퍼히어로 캐릭터가 워낙 많으므로 '버드맨'이라는 이름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캐릭터가 실제로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클 키튼 주연의 2014년 영화 '버드맨'은 수퍼히어로와 관련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수퍼히어로 영화는 아니다. 마이클 키튼이 맡은 '버드맨'의 메인 캐릭터는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과거에 수퍼히어로 영화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전성기가 지난 60대 영화배우다.
'버드맨'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리갠 톰슨(마이클 키튼)은 8090년대에 수퍼히어로 영화 '버드맨' 시리즈에 버드맨으로 출연했던 영화배우다. 톰슨은 과거엔 블록버스터 수퍼히어로 시리즈에 출연한 헐리우드 수퍼 스타 중 하나였으나 60대에 접어든 지금은 자신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브로드웨이 연극으로 재기를 노리는 전성기가 지난 배우다. 이혼한 톰슨은 약물 문제를 겪고 있는 딸(에마 스톤)을 어시스턴트로 두고 연극 제작에 몰두하려 노력하지만 작업이 순탄치 않다. 뿐만 아니라 과거 톰슨이 '버드맨'으로 헐리우드 수퍼스타이던 시절의 기억과 자존심이 버드맨의 모습과 목소리의 형태로 나타나 그를 따라다니면서 심리적으로 그를 어지럽힌다. 톰슨은 스트레스와 환영, 환청에 시달리면서 그의 첫 연극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마이클 키튼이 영화 '버드맨'에서 맡은 캐릭터가 키튼의 실제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이다. 사생활 파트까지 따지면 차이가 나겠지만 영화배우로써의 커리어 파트만 놓고 비교해 보면 유사점이 바로 눈에 띈다.
그렇다. '버드맨'은 마치 마이클 키튼을 위해 마련된 영화 같았다.
8090년대에 실제로 코믹북 수퍼히어로 배트맨 역을 맡았던 마이클 키튼이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버드맨'에서 자신과 비슷한 영화배우 역할을 맡았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마치 키튼이 자신에 대한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보였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캐릭터 이름은 리갠 톰슨이었지만 마치 마이클 키튼이 마이클 키튼을 연기하는 듯 했다. 그 만큼 마이클 키튼은 '버드맨'에서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극중 캐릭터가 마이클 키튼의 과거와 묘하게 겹치는 데가 있었기 때문인지 마이클 키튼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만약 마이클 키튼이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버드맨'으로 남우주연상을 받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새롭지 않았다. 대런 애러너프스키의 '레슬러(The Wrestler)', '블랙 스완(Black Swan)'을 본 사람들에겐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였다. 전성기가 지난 올드 스타 주인공은 '레슬러'에서 이미 봤으며, 환영과 환청 등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 묘사는 '블랙 스완'에서 이미 봤기 때문이다. '레슬러'와 '블랙 스완'을 합치고 주인공을 영화배우로 설정하면 '버드맨'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 파트는 크게 감탄할 만할 정도가 아니었다. 미키 루크(Mickey Rourke)가 '레슬러'로 멋진 컴백을 했던 것처럼 '버드맨'은 8090년대에 왕성한 활동을 하다 한동안 뜸했던 마이클 키튼의 '레슬러' 격인 영화였다.
간간히 나오는 농담과 유머는 즐길 만했다. 요새 헐리우드를 점령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겨냥한 농담도 재밌었다. 절반은 코메디인 영화였던 만큼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다. 굉장히 인텐스한 괴짜 배우 역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Edward Norton), 얼굴만 봐도 웃음이 솟구치지만 이름을 발음하려고 하면 굉장히 심각해지게 만드는 잭 갤리피아나키스(Zach Galifianakis) 등 출연진의 연기도 모두 훌륭했다. 덕분에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하지만 대단히 신선한 이야기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배경음악도 은근히 신경에 거슬렸다. 드럼 솔로 연주만으로 채워진 배경음악은 처음엔 스타일리쉬해 보였지만 계속해서 드럼 솔로 연주만 나오다 보니 나중엔 신경에 제법 거슬렸다. 드럼을 쳐본 적도 있고 드럼 사운드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드럼 솔로 연주만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영화는 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디 포크 뮤직을 사용하지 않은 점은 땡큐이지만 드럼 솔로 연주만 계속 듣는 것도 과히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타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 전체를 긴 싱글 샷으로 촬영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든 싱글 테이크 편집 등 독특한 촬영과 편집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사실이다. '버드맨'으로 마이클 키튼이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 부문에 노미네이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남우주연 뿐만 아니라 촬영, 편집 부문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다. '버드맨'은 앞으로 열릴 헐리우드 영화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였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 배트맨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버드맨'의 리갠 톰슨과 겹쳐지는 시너지 효과 하나가 사실상 전부로 보이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버드맨'엔 마이클 키튼을 제외하곤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그럭저럭 볼 만한 영화였지만 대단한 '작품'을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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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버드맨 자체는 원래있는 캐릭터라네요. 60년대에 등장했다고.
저도 어디서 들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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