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1일 화요일

'인터스텔라', 박수 받을 만해 보이는데도 박수가 잘 나오지 않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를 비롯한 에픽 스케일의 SF-블록버스터 영화로 유명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했다.

제목은 '인터스텔라(Interstellar)'.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부분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인터스텔라'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매커너히(Matthew McConaughey),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아카데미 연기 부문에 여러 차례 노미네이트됐던 제시카 채스테인(Jessica Chastain),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 꼬박꼬박 출연 중인 베테랑 영국 영화배우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등 A-리스트 출연진으로 구성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는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우주 여행에 관한 영화다.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지구는 병충해로 인한 식량난과 흙먼지 폭풍 등 자연재해로 멸망해가고 있다. 아내와 사별하고 2명의 자녀를 홀로 키우며 농촌에서 생활하던 전직 우주인 출신 농부 쿠퍼(매튜 매커너히)가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브랜드 교수(마이클 케인)를 중심으로 한 전직 NASA 과학자들이 비밀리에 진행 중인 우주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된다. NASA 팀의 계획은 토성 근처에서 발견한 웜홀(Wormhole)을 빠져나가 새로운 갤럭시로 이동해 멸망해가는 지구를 떠나 정착할 만한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 지구로의 귀환을 장담할 수 없는 미션이지만 인류의 운명이 걸린 사안임을 알아차린 쿠퍼는 브랜드 교수의 딸 아밀리아(앤 해서웨이) 등 4명으로 구성된 팀과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행성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화가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열광적인 박수가 아니라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듯한 박수였다. 박수를 치는 관객은 여럿이었으나 힘있는 박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박수를 쳐야 할 만큼 영화가 만족스러웠던 것 같은데 박수를 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별로 자신이 없어 보였다.

기어들어가는 듯한, 굉장히 자신이 없게 들리는 박수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객석 여기저기서 큰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마도 '인터스텔라'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이 영화가 끝났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다. 박수를 받을 만한 에픽 스케일의 영화인 건 맞는 것 같은데 막상 박수를 치려니 박수가 잘 안 나오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런 느낌이 들도록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복잡한 듯 하면서도 허술한 스토리에 있었다.

멸망해가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새로운 갤럭시로 이동해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행성을 찾는다는 데까지는 오케이였다. 크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어도 계속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 비하면 상당히 신선한 편이었다. 따라서 출발은 맘에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클래식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를 연상케 하는 여러 씬들과 함께 여러 가지 복잡한 과학 관련 이야기들이 쏟아지더니 클라이맥스 파트에 도달했을 땐 '어쩌다 스토리가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를 어떻게 짜맞추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있었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가볍고 단조로운 스토리를 피하기 위해 제작진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듯 했으나 너무 지나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스토리가 매끄럽게 전개되는 것 같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웜홀, 블랙홀, 시간차, 시간여행, 5차원의 세계 등 여러 가지 과학 토픽을 늘어놓는 것에만 신경을 썼을 뿐 하나로 제대로 묶어주지 못했다. '책장 귀신의 정체' 등 아이디어가 나름 기발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스토리라인을 엮을 필요가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복잡하게 얽힌 플롯으로 관객들을 감탄시키려 한 것이 제작진의 목적이었던 것 같지만 다소 쓸데 없어 보였고 억지로 짜맞춘 듯 했다.

만약 '인터스텔라'가 도전 정신과 개척 정신을 북돋워 주는 쪽의 어드벤쳐 영화였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았다. 요즘 나오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그러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인터스텔라'가 그런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 첫머리에선 그런 메시지가 깔려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흐지부지된 것이 아쉽다. 퍼즐 맞추듯 스토리를 끼워 맞추는 데만 신경쓰지 말고 다른 갤럭시로 위험한 우주 여행에 도전하는 용감한 우주인들의 어드벤쳐 쪽에 보다 초점을 맞춘 영화였더라면 더욱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주 탐사로 헤어지게 된 부녀의 패밀리 드라마로 슬픈 감정을 자극하려 노력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멜로영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메인 캐릭터들의 우는 씬이 자주 나왔지만 억지로 슬픈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스크린에서만 울고불고 난리였을 뿐 실제로 와닿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무언가 대단히 먹먹하고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는 듯 했지만 그러한 느낌이 실제로는 거의 와닿지 않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들의 공통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겉포장만 요란스러울 뿐 실체는 속 빈 강정과 같다는 것인데, '인터스텔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A-리스트 출연진, 복잡한 과학 이야기, 훌륭한 비쥬얼 효과 등으로 근사하게 보이게끔 포장하는 기술은 탁월했지만 여전히 무언가 빈 듯한 느낌이었다. 가벼운 청소년용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차별을 시도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청소년용 영화일 뿐 확실하게 레벨이 한 단계 올라간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곤 하는데, '인터스텔라' 역시 만족과 실망이 교차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거진 3시간에 가까운 런타임이 지루하진 않았다. 스토리가 매끄럽게 전개되는 것 같지 않았고 과학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머리가 뒤죽박죽일 때도 많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따라서 영화는 흥미진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릴과 감동이 부족했으며 전체적으로 밋밋한 편이었다.

그래도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집에 와서 '인터스텔라'에 나왔던 우주와 과학에 대한 책들을 뒤적이도록 만들었다. SF 쟝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과학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는 편이 아닌 데도 집에 와서 웜홀, 블랙홀 등을 뒤져보게 만든 것이다. 물론 영화를 아주 재밌고 감명깊게 봤기 때문이라기 보다 영화에 등장한 과학 이야기에 흥미가 끌렸기 때문이라고 해야 보다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 '인터스텔라'가 우주과학 분야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끔 만드는 역할을 한 것만은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댓글 2개 :

  1. 저는 언뜻 보기에 오류로 보이는 게 꽤 있어서 몰입하기 좀 어려웠습니다

    저명한 이론 천체물리학자를 참여시켰다고 계속 홍보를 하는 게
    과학 고증에 대한 자신 없음으로 비쳤습니다

    컨택트를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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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바로 그 양반이 THE SCIENCE OF INTERSTELLAR라는 책도 썼습니다.
      과학에 대해 잘 모르던 조나단 놀란과 함께 스크립트 작업한 것부터 시작해서,
      영화에 등장한 과학을 TRUTH, EDUCATED GUESS, SPECULATION으로 나눠 설명한다는군요.
      이 양반이 인터스텔라 프로젝트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깊숙이 관여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과학 쪽 문제에 대한 논란은 전문가인 그가 직접 맡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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