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 24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007 제작진은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007 시리즈 24탄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를 열고 '본드24'의 공식 제목과 출연진 등 기초적인 정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본드24' 발표 내용은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맘에 드는 점도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점들도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이번 '본드24' 공식 발표에서 밝혀진 사실 중 맘에 드는 점과 들지 않는 점을 몇가지 훑어보기로 하자.
◆제목
이번 '본드24' 공식 발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제목이다.
얼마 전에 007 제작진이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 측으로부터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를 비롯한 007 시리즈 관련 라이센스를 모두 넘겨받았으므로 머지 않은 미래에 스펙터가 오피셜 007 시리즈에 다시 등장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드24'의 공식 제목을 '스펙터(SPECTRE)'로 굳이 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마디로 굉장히 유치해 보인다. 스펙터 관련 라이센스를 넘겨받아 007 시리즈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까진 좋은데, 그렇다고 바로 뒤돌아서서 '본드24' 영화 제목을 '스펙터'라고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본드24'에 스펙터를 등장시키는 것까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도, 아예 영화 제목을 '스펙터'라고 할 필요가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007 제작진이 유치함을 무릎쓰면서도 '본드24' 제목을 '스펙터'로 정한 이유는 아마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매니아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Skyfall)'에선 워너 브러더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를 노골적으로 모방했던 만큼 이번엔 디즈니/마블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를 흉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펙터'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 '어벤저스(The Avengers)', 마블/ABC의 TV 시리즈 '에이전트 오브 쉴드(Agent of S.H.I.E.L.D)' 등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였다. 007 시리즈 영화 제목이 아니라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 제목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지난 '스카이폴'에선 DC 코믹스 팬들을 겨냥했다면 이번 '스펙터'에선 마블 코믹스 팬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블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Galaxy)'에 출연했던 데이빗 바티스타(David Bautista)가 '본드24'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절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티스타의 '본드24' 출연 루머가 나왔을 때부터 '이번엔 마블 코믹스를 베낄 생각인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본드24' 공식 발표를 보고 나니 우려가 현실화된 듯 하다.
물론 007 제작진이 왜 자꾸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 주위를 기웃거리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12세 소년들을 겨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이므로 청소년들에게 인기 높은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경쟁 상대인 건 맞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로 몰리는 청소년 관객들을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007 시리즈가 90년대부터 골머리 앓았던 문제점 중 하나가 청소년들이 007 시리즈를 외면하는 것이었으므로 어떻게든 청소년 팬층을 다시 확보하려 노력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007 제작진이 덮어놓고 청소년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혈안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청소년 팬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흥행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는 티를 너무 심하게 드러낸다는 게 문제다. "제임스 본드 영화도 너희 꼬마들이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영화니까 이리로 모여라" 하는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하던 청소년들이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처럼 만들면서 입맛을 맞추는 데만 급급하면 007 시리즈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제임스 본드가 영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나 다름없다고 하더라도 '영국산'이면 영국적인 영화로 만들어야지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무조건 따라하면 정체가 불분명해지고 우스꽝스러워 진다. 외국인이 어설프게 미국인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기 딱 알맞기 때문이다. 다른 영국산 캐릭터라면 몰라도 제임스 본드가 이렇게 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스카이폴'에서 발생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스펙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제목에서부터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냄새를 풍기므로 어떻게 보면 한술 더 뜨려는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제임스 본드 스타일로는 흥행 성공할 만한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음을 007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버하우서
'본드24'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크리스토프 발츠(Christoph Watlz)가 맡게 될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발츠 캐스팅 소식은 이미 알려졌었기 때문에 대단히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지만, 그가 '본드24'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스펙터'에서 '오버하우서'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오버하우서'라는 이름이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 중 하나인 '옥토퍼시(Octopussy)'에 나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소설 '옥토퍼시'에 한스 오버하우서(Hannes Oberhauser)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렇다. 007 제작진이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다시 펼쳤다.
그렇다면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 '옥토퍼시'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자.
소설 '옥토퍼시'에 등장하는 한스 오버하우서는 2차대전 이전에 스키 강사였던 인물로, 제임스 본드가 틴에이저였을 때 본드에게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가르쳐 준 것으로 나온다. 본드는 한스 오버하우서를 아버지처럼 따랐으나 오버하우서는 2차대전 직후 살해당한다. 오버하우서가 살해당한지 10여년이 지난 뒤 제임스 본드가 콜드 케이스를 해결하고 오버하우서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간다. 살인범은 덱스터 스마이스(Dexter Smythe) 소령이다. 자메이카에서 어항에 문어를 키우며 살던 스마이스 소령을 찾아간 본드는 스마이스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지만 스마이스에게 자살할 기회를 준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본드24'에 등장하는 오버하우서는 본드에게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준 한스 오버하우서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식 발표에선 '오버하우서'로만 밝혔을 뿐 그 이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버하우서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나이 차가 크지 않으므로 발츠가 제임스 본드의 아버지뻘 되는 캐릭터를 맡긴 어려울 듯 하다. 그러므로 데일리 메일의 보도대로 발츠가 맡은 오버하우서는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재밌는 사실 하나가 있다.
소설 '옥토퍼시'에서 오버하우서를 죽인 살인범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 영화 '옥토퍼시'에 등장했었다는 사실. 1983년 영화 '옥토퍼시'의 메인 본드걸 마우드 애덤스(Maud Adams)가 연기했던 옥토퍼시가 스마이스 소령의 딸로 나왔다. 영화 '옥토퍼시'에서 옥토퍼시는 본드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라고 본드에 고백한다.
영화 '옥토퍼시'의 줄거리는 숏 스토리 '옥토퍼시'와 완전히 다르지만, 본드와 옥터퍼시 대화 씬에선 숏 스토리에 나왔던 스마이스 소령와 그의 가이드의 사건 이야기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년도와 장소 등이 소설과 차이가 나지만 내용은 같다. 영화 '옥토퍼시'에서 본드가 "스마이스 소령의 총에 맞아 죽은 가이드를 발견했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바로 이 '가이드'가 한스 오버하우서다. 그러나 영화 '옥토퍼시'에선 오버하우서라는 이름까지 공개하진 않고 '가이드'라고만 밝히고 넘어갔다.
이와 같이 숏 스토리 '옥토퍼시' 등장 캐릭터의 자녀가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스펙터'엔 오버하우서의 아들이 등장한다? 1983년 영화 '옥토퍼시'엔 덱스터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 등장하더니 2015년 개봉 예정작인 '스펙터'엔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이 등장?
아직은 데일리 메일의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황상 발츠가 맡는 캐릭터가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007 제작진이 지난 1983년작 '옥토퍼시'에 사용했던 '2세 등장시키기' 아이디어를 이번 '스펙터'에서 다시 한 번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디어는 과히 신선하다고 할 수 없다. 007 시리즈가 항상 이런 식으로 과거의 007 시리즈를 재활용해왔으므로 그리 놀라운 소식도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007 제작진이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참고로 한 스토리와 캐릭터 등을 마련해 하드코어 본드팬들을 만족시키려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헐리우드 빅버젯 블록버스터에 열광하는 청소년과 아시아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본드팬들도 배려하겠다는 제스쳐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007 제작진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를 만들 소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스카이폴'이 많은 하드코어 본드팬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은 이유를 007 제작진이 깊이 생각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으므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블로펠드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스펙터 관련 라이센스를 모두 넘겨받으면서 '본드24'에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할 가능성을 점친 본드팬들이 많다. 친절하게도(?) 007 제작진은 007 시리즈 24탄 제목을 아예 '스펙터'로 명하면서 스펙터의 리턴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스펙터의 리더, 블로펠드의 귀환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영화 제목이 '스펙터'라면 블로펠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스펙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해서 블로펠드가 반드시 메인 악당으로 등장할 필요는 없다. 이번 영화에선 스펙터라는 범죄조직을 새로 소개하는 정도로 충분할 수도 있으므로 블로펠드까지 등장시키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굉장히 'DESPERATE' 해 보이는 게 사실이므로, 이번 영화에 블로펠드까지 우겨넣으려 할 수도 있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오버하우서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가 실제로는 블로펠드라고 한다. 오버하우서는 커버이고 실제로는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크리스토프 발츠가 맡은 캐릭터의 정확한 정체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으므로 현재로써는 물음표로 남아있다.
007 제작진은 지난 '스카이폴'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바 있다. 나오미 해리스(Naomie Harris)가 맡은 '이브'라는 캐릭터의 정체를 놓고 유치한 장난을 친 바 있다. 애초부터 '머니페니'라고 밝혀도 됐지만 007 제작진은 유치하게도 끝까지 '이브'라고만 밝히면서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실체를 숨겼다. 007 제작진은 이번엔 크리스토프 발츠의 캐릭터로 비슷한 장난을 또 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이 따위 유치한 발상이 자꾸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나마 관심을 끌어보려 노력하는 것으로 귀엽게 봐주고 넘어가야 할 듯 하다.
발츠가 블로펠드 역을 맡을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츠가 이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커브볼을 던진 것도 그렇지만, 007 제작진이 크리스토프 발츠에게 007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악당 캐릭터 블로펠드 역을 맡기려 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배우에게 유명한 캐릭터를 맡기곤 이 사실을 마지막까지 숨기다 영화 개봉일에 맞춰 바바리맨처럼 활짝 공개하면서 화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한심하게 들리지만, 007 제작진이 이런 놀이에 재미를 붙인 듯 하다. 007 시리즈가 어쩌다 이렇게 유치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실없는 놀이에 있지 않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블로펠드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묘사된 블로펠드의 모습은 본드보다도 키가 더 큰 건장한 사나이다. 블로펠드는 스펙터라 불리는 범죄조직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체격도 좋은 사나이다. 범죄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피아 보스 스타일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크리스토프 발츠는 다니엘 크레이그보다 키가 작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단신인데, 본드보다 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야 할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크리스토프 발츠는 크레이그보다도 키가 작다.
또한, 블로펠드는 간교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아니다. 우직한 보스형이지 간사하고 교활한 잔머리꾼 타잎이 아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프 발츠는 교활한 잔머리꾼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살기넘치는 범죄조직 보스 타잎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크리스토프 발츠가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건 현재로썬 상상하기 어렵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완전히 새로운 블로펠드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으며 의외로 결과가 맘에 들 수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발츠에게 블로펠드 역을 맡긴다는 건 실수로 보인다. 영화배우가 캐릭터와 어울리는가는 깊이 고려하지 않고 단지 영화배우의 인기와 네임밸류만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크리스토프 발츠 캐스팅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발츠가 적인지 동지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교활한 캐릭터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발츠가 이러한 캐릭터를 맡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만약 블로펠드를 맡는다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드는 이유는 '스카이폴'에서 악역을 맡았던 하비에르 바뎀(Jarvier Bardem) 때문이다. 만약 하비에르 바뎀이 '스펙터'에서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바뎀이 '스카이폴'에서 맡았던 실바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만약 그가 '스펙터'에서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아주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렇다 보니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스카이폴'에 출연했고 하비에르 바뎀이 '스펙터'에 출연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유명한 영화배우를 악역으로 캐스팅해 영화관객의 관심을 끌려는 것까지는 잘 알겠는데, 왠지 순서가 바뀐 것 같아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썬 발츠가 교활한 캐릭터 역을 맡는다는 데 머문다면 한 번 기대해볼 만하지만 만약 그가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걱정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츠가 007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건 익사이팅한 뉴스이지만 블로펠드는 아무래도 아닌 듯 하다.
◆스펙터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블로펠드가 본드의 아내 트레이시를 죽이는 파트다. 플레밍의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시리즈에도 블로펠드가 트레이시를 사살하는 씬이 나온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소설과 영화가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일 정도로 본드의 아내 트레이시가 블로펠드에 의해 사살되는 파트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설 시리즈에선 본드가 블로펠드를 죽이면서 트레이시의 복수를 한다. 그러나 영화 시리즈에선 본드가 트레이시의 복수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해서 007 시리즈의 악당으로 사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007 영화 시리즈는 줄거리가 계속 연결되어 이어지는 시리얼형 시리즈가 아니라 매주마다 새로운 사건을 소개하는 범죄, 수사 TV 시리즈처럼 모든 영화가 독립된 에피소드로 돼있으로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의 영향이 후속작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작진이 맘만 먹는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매번 악당으로 등장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스펙터가 다시 007 시리즈로 돌아오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엔 본드가 블로펠드에게 복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영화 시리즈에서 본드가 트레이시의 복수를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선 우선 007 제작진이 '여왕폐하의 007'을 리메이크해야만 가능하다. 본드가 결혼을 하고 트레이시가 죽어야만 복수극이 성립되므로 '여왕폐하의 007'을 리메이크하지 않고선 기대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007 제작진은 "리메이크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소개될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원작의 것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될 수밖에 없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예전 그대로일지 몰라도 리메이크를 하지 않고 스펙터의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과거의 소설과 영화에 나왔던 스펙터 관련 스토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트레이시의 죽음을 21세기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다시 보긴 어려울 듯 하다.
물론 반드시 트레이시가 아니더라도 본드와 가까운 관계인 캐릭터가 블로펠드에 살해당하도록 설정할 수는 있다. '여왕폐하의 007' 스토리와 비슷하면서도 똑같지 않은 스토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열받은 본드가 블로펠드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설정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힘겹게 다시 007 시리즈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본드가 블로펠드를 금방 해치우도록 설정하겠는지 의심스럽다. 가뜩이나 최근들어 007 제작진이 본드의 새로운 적을 매번 새로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 계속해서 오랫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죽여서 없애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도 지난 6070년대에 했던 것처럼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아쉬울 때마다 영화의 악당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이 아니겠나 싶다.
지난 6070년대 007 제작진은 스펙터를 아주 요긴하게 울궈먹었다. 007 시리즈 1탄부터 7탄까지 7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3탄 '골드핑거(Goldfinger)'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영화에 스펙터가 등장했을 정도로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표하던 악당은 스펙터와 블로펠드였다.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닥터 노(Dr. No)',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는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하지도 않는 그들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지만 영화 버전에선 모두 스펙터를 적으로 삼았다. '007 vs 스펙터' 구도로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를 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007 시리즈가 다시 6070년대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007 시리즈를 지난 6070년대처럼 다시 '007 vs 스펙터' 구도로 돌려놓고 매 영화마다 스펙터를 적으로 등장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스펙터의 귀환이 007 시리즈를 더욱더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타일로 바꿔놓지 않겠냐는 점이다.
007 제작진이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따라하려는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스펙터를 이용해 007 시리즈를 더더욱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타일로 만들어갈 수 있다. 007 제작진은 겉으로는 "6070년대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 목적"이라고 홍보하겠지만 실제로는 스펙터가 등장하던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 비슷하게 만들려는 게 진짜 목적일 수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나오던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잠깐 돌아가 보자.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가 좋은 예가 될 듯 하다.
'두 번 산다'엔 일본의 화산 내부에 우주선 발사가 가능한 거대한 지하기지를 건설한 스펙터가 등장한다. 만약 이 영화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약간의 SF적인 요소를 더 보태면 지금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등과 같은 수퍼히어로 영화 시리즈가 나온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등장했던 범죄조직 '하이드라(Hydra)'가 놀라울 정도로 007 시리즈의 스펙터와 비슷해 보였던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가 등장하진 않지만 1977년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 1979년 영화 '문레이커(Moonraker)'도 '스펙터 포뮬라 제임스 본드 영화'에 해당된다. 당시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라이센스를 소유했던 맥클로리 측이 007 제작진의 스펙터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다른 악당과 범죄조직으로 바꾼 것일 뿐이므로 영화 자체는 스펙터가 등장했던 6070년대 007 시리즈와 차이가 없다.
1967년 영화 '두 번 산다',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9년작 '문레이커'는 '007 vs 스펙터' 구도의 제임스 본드 영화의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지고 코믹북 스타일로 과장이 심해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케이스다.
007 시리즈가 또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스펙터와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만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와 같은 제임스 본드 영화가 또 나올 수 있다.
이렇다 보니 007 제작진이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모방하는 데 한창 혈안일 때 스펙터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게 썩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물론 과거보다 가젯 사용 횟수를 줄이고 영화의 톤을 보다 진지하게 설정할 수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이 어린이용 만화책 자료를 가지고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려 했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처럼 말이다. 샘 멘데스(Sam Mendes)가 연출한 지난 '스카이폴'이 바로 그것을 따라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이번 '스펙터'도 그런 성격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번 산다'와 같은 지나치게 과장된 플롯은 피하면서 전체적으로 리얼하고 진지한 톤을 유지하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약간 뒤죽박죽된 듯한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톤만 약간 다를 뿐 실제로는 6070년대 코믹북 스타일 제임스 본드 영화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스펙터'의 공식 발표 사항을 훑어보면 이번엔 DC 코믹스보다 마블 코믹스 쪽을 모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쪽이 되든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가 또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코믹북 수퍼히어로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007 제작진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모방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예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처럼 젊고 우람한 영화배우에게 제임스 본드를 맡기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은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젊은 수퍼히어로 타잎 영화배우가 주연을 맡아야 하는 영화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미스캐스팅된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 '스펙터'도 또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따라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지나치게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은 '스카이폴'의 후속작에 스펙터가 등장한다는 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더욱더 코믹북 쪽으로 이동하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만에 스펙터가 007 시리즈로 돌아온다는 점이 본드팬들에게 강한 어필을 할 수 있겠지만, 이와 동시에 샘 멘데스감독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스펙터가 등장하게 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대보다 걱정을 먼저 하게 만든다.
◆본드걸
일단 본드걸은 지난 '스카이폴'보다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스카이폴'의 본드걸이 역대 최악 수준이었으므로 그보다 더 못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캐스팅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에 어울리는 여배우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본드걸로 출연하는데 20년이 늦었다는 게 문제다. 벨루치가 1964년생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벨루치는 이미 만으로 50세가 됐다.
그렇다. 만으로 50세가 된 여배우를 본드걸로 캐스팅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벨루치가 여전히 뛰어난 미모를 뽐낸다지만 50대 여배우를 본드걸로 선택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임스 본드가 항상 '영계'들만 주물러야 한다는 건 아니다. 어린 아이같은 베이비 페이스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여배우가 007 시리즈에 보다 적합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50대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40대 본드걸이라고 해도 너무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50대 여배우가 본드걸을 맡는다니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다.
모니카 벨루치 캐스팅 소식을 접하자 마자 바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다. 바로 비아그라 광고다.
007 시리즈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본드걸이 소개되는 순간 비아그라 광고가 생각났다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광고가 생각나는 것도 물론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지만, 비아그라 광고보다는 빅토리아 시크릿 쪽을 택하고 싶다.
이처럼 007 제작진이 본드걸을 얼마나 소홀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이건 007 시리즈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1960년생인 바바라 브로콜리가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모니카 벨루치를 본드걸로 캐스팅하면서 "중년 여성도 제임스 본드를 유혹할 수 있다"는 중년 여성 판타지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007 시리즈가 남성 중심의 남성 판타지라는 소리를 바바라 브로콜리가 얼마나 듣기 싫어할지 짐작이 간다. 자꾸 이러니까 바바라 브로콜리가 계속 제작을 맡으면 007 시리즈를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와 같은 칙플릭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바바라 브로콜리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성격을 바꾸려는 것은 알겠는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남녀노소 모두 007 시리즈를 좋아하도록 만들려는 것도 알겠는데, 너무 무리한 수를 두면서 되레 악효과를 낼 필요는 없다. 바바라 브로콜리가 007 시리즈의 오리지날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의 딸인 만큼 잘 해나가길 바라지만 가면 갈수록 의심과 불안이 앞선다.
물론 모니카 벨루치가 '스펙터'에서 전형적인 본드걸 역할을 맡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본드걸이 아닌 평범한 중년 여성 역으로 출연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벨루치가 전형적인 본드걸 역을 맡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예감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덴비?
'스펙터'에 등장하는 미스테리한 캐릭터 중 하나는 덴비다.
BBC TV 시리즈 '셜록(Sherlock)'에서 모리아티 역으로 출연한 앤드류 스캇(Andrew Scott)이 '스펙터'에서 덴비라는 역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 발표 하루 전에 영국 타블로이드를 통해 스캇의 '본드24' 캐스팅이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가 '스펙터'에 출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이미 교활한 악역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여기에 앤드류 스캇까지 악역에 합세하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덴비는 악당이 아니라 영국 정부 관료라고 한다. 이번 '스펙터'에도 지난 '스카이폴'처럼 화이트홀 드라마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스캇이 맡은 덴비는 M(랄프 파인즈)과 옥신각신하는 정부 관료 역인 듯 하다.
지난 '스카이폴'에서 헬렌 매크로리(helen McCrory)가 맡았던 역할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 '스펙터'의 앤드류 스캇은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보겠다.
◆스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임스 본드 소설 또는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이다. '여왕폐하의 007'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알프스에서 벌어지는 스키 씬이다.
2015년 개봉 예정의 '스펙터'에도 스키 씬이 등장할 예정이다.
007 제작진이 오스트리아에서 '본드24'를 촬영한다는 보도가 이미 이전에 있었으므로 아주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영화감독 샘 멘데스는 '본드24'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taking Bond back to the Alps to the snow again"이라면서 오스트리아의 솔든(Solden)에서 '스펙터'를 촬영한다고 밝혔다.
007 제작진은 솔든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오버틸리아크(Obertilliach)와 레이크 알타우시(Lake Altaussee) 등지에서도 촬영을 한다고 밝혔다.
샘 멘데스는 '스펙터'에 스키 씬이 나온다고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으나 촬영지를 미루어 볼 때 스키 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펙터'에 스키 씬이 나온다면 1999년작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 이후 처음이 된다.
그러나 '월드 이스 낫 이너프'의 스키 씬은 낭만적인 스키 타운의 설경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적인 스키 씬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가 마지막으로 낭만적인 스키 타운을 방문한 것은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다. '유어 아이스 온리'는 이탈리아의 동계 올림픽 개최지였던 코르티나(Cortina)에서 스키 씬을 촬영했다.
007 제작진이 아주 오랜만에 낭만적인 겨울철 휴양지를 찾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007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멋진 경관의 낭만적인 휴양지와 스키 체이스 씬인데, '스펙터'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지간한 본드팬이라면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가 언오피셜 '여왕폐하의 007' 리메이크라 불러도 될 정도로 유사점이 많은 영화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어 아이스 온리'의 프리-타이틀 씬에 본드(로저 무어)가 그의 사별한 아내 트레이시의 묘를 찾는 씬이 나오고, 그 직후 블로펠드로 짐작되는 휠체어를 탄 사나이가 나타나 본드가 탄 헬리콥터를 원격조종하는 씬으로 이어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유어 아이스 온리'와 '여왕폐하의 007'은 겨울철 휴양지, 스키 체이스 씬, 위태로운 자동차 추격 씬이 나온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스펙터'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유어 아이스 온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현재의 007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스펙터'에도 겨울철 휴양지, 스키 체이스 씬, 카 체이스 씬이 모두 나올 뿐만 아니라 스펙터까지 등장할 것이므로 '유어 아이스 온리' 또는 '여왕폐하의 007' 등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가 갖췄던 거의 모든 것을 갖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제대로만 한다면 이번 '스펙터'는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만약 다니엘 크레이그가 '스펙터'의 스키 씬에서 파란색 코트를 입고 나온다면 아주 멋질 듯 하다. 왜 하필 파란색 코트나면 스키 씬으로 유명한 '여왕폐하의 007'과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본드가 파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향수를 제대로 살려볼 생각이라면 본드에게 파란색 코트나 스키복을 입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듯 하다.
일단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그러나 '본드24' 발표 내용은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맘에 드는 점도 있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 점들도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이번 '본드24' 공식 발표에서 밝혀진 사실 중 맘에 드는 점과 들지 않는 점을 몇가지 훑어보기로 하자.
◆제목
이번 '본드24' 공식 발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제목이다.
얼마 전에 007 제작진이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 측으로부터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를 비롯한 007 시리즈 관련 라이센스를 모두 넘겨받았으므로 머지 않은 미래에 스펙터가 오피셜 007 시리즈에 다시 등장하리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본드24'의 공식 제목을 '스펙터(SPECTRE)'로 굳이 정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마디로 굉장히 유치해 보인다. 스펙터 관련 라이센스를 넘겨받아 007 시리즈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까진 좋은데, 그렇다고 바로 뒤돌아서서 '본드24' 영화 제목을 '스펙터'라고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본드24'에 스펙터를 등장시키는 것까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도, 아예 영화 제목을 '스펙터'라고 할 필요가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007 제작진이 유치함을 무릎쓰면서도 '본드24' 제목을 '스펙터'로 정한 이유는 아마도 코믹북 수퍼히어로 매니아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Skyfall)'에선 워너 브러더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를 노골적으로 모방했던 만큼 이번엔 디즈니/마블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를 흉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펙터'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 '어벤저스(The Avengers)', 마블/ABC의 TV 시리즈 '에이전트 오브 쉴드(Agent of S.H.I.E.L.D)' 등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였다. 007 시리즈 영화 제목이 아니라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 제목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지난 '스카이폴'에선 DC 코믹스 팬들을 겨냥했다면 이번 '스펙터'에선 마블 코믹스 팬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블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Galaxy)'에 출연했던 데이빗 바티스타(David Bautista)가 '본드24'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절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바티스타의 '본드24' 출연 루머가 나왔을 때부터 '이번엔 마블 코믹스를 베낄 생각인가' 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본드24' 공식 발표를 보고 나니 우려가 현실화된 듯 하다.
물론 007 제작진이 왜 자꾸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 주위를 기웃거리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도 12세 소년들을 겨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이므로 청소년들에게 인기 높은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경쟁 상대인 건 맞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로 몰리는 청소년 관객들을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007 시리즈가 90년대부터 골머리 앓았던 문제점 중 하나가 청소년들이 007 시리즈를 외면하는 것이었으므로 어떻게든 청소년 팬층을 다시 확보하려 노력하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007 제작진이 덮어놓고 청소년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혈안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청소년 팬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흥행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생각하는 티를 너무 심하게 드러낸다는 게 문제다. "제임스 본드 영화도 너희 꼬마들이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영화니까 이리로 모여라" 하는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을 좋아하던 청소년들이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처럼 만들면서 입맛을 맞추는 데만 급급하면 007 시리즈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제임스 본드가 영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나 다름없다고 하더라도 '영국산'이면 영국적인 영화로 만들어야지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무조건 따라하면 정체가 불분명해지고 우스꽝스러워 진다. 외국인이 어설프게 미국인 흉내내는 것처럼 보이기 딱 알맞기 때문이다. 다른 영국산 캐릭터라면 몰라도 제임스 본드가 이렇게 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스카이폴'에서 발생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스펙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조짐이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제목에서부터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냄새를 풍기므로 어떻게 보면 한술 더 뜨려는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제임스 본드 스타일로는 흥행 성공할 만한 영화를 만들 자신이 없음을 007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버하우서
'본드24'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크리스토프 발츠(Christoph Watlz)가 맡게 될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발츠 캐스팅 소식은 이미 알려졌었기 때문에 대단히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지만, 그가 '본드24'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는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발츠는 '스펙터'에서 '오버하우서'라는 이름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오버하우서'라는 이름이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 중 하나인 '옥토퍼시(Octopussy)'에 나오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소설 '옥토퍼시'에 한스 오버하우서(Hannes Oberhauser)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렇다. 007 제작진이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다시 펼쳤다.
그렇다면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숏스토리 '옥토퍼시'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자.
소설 '옥토퍼시'에 등장하는 한스 오버하우서는 2차대전 이전에 스키 강사였던 인물로, 제임스 본드가 틴에이저였을 때 본드에게 오스트리아에서 스키를 가르쳐 준 것으로 나온다. 본드는 한스 오버하우서를 아버지처럼 따랐으나 오버하우서는 2차대전 직후 살해당한다. 오버하우서가 살해당한지 10여년이 지난 뒤 제임스 본드가 콜드 케이스를 해결하고 오버하우서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간다. 살인범은 덱스터 스마이스(Dexter Smythe) 소령이다. 자메이카에서 어항에 문어를 키우며 살던 스마이스 소령을 찾아간 본드는 스마이스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지만 스마이스에게 자살할 기회를 준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본드24'에 등장하는 오버하우서는 본드에게 스키 타는 법을 가르쳐준 한스 오버하우서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라고 한다.
그러나 공식 발표에선 '오버하우서'로만 밝혔을 뿐 그 이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버하우서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나이 차가 크지 않으므로 발츠가 제임스 본드의 아버지뻘 되는 캐릭터를 맡긴 어려울 듯 하다. 그러므로 데일리 메일의 보도대로 발츠가 맡은 오버하우서는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재밌는 사실 하나가 있다.
소설 '옥토퍼시'에서 오버하우서를 죽인 살인범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 영화 '옥토퍼시'에 등장했었다는 사실. 1983년 영화 '옥토퍼시'의 메인 본드걸 마우드 애덤스(Maud Adams)가 연기했던 옥토퍼시가 스마이스 소령의 딸로 나왔다. 영화 '옥토퍼시'에서 옥토퍼시는 본드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라고 본드에 고백한다.
영화 '옥토퍼시'의 줄거리는 숏 스토리 '옥토퍼시'와 완전히 다르지만, 본드와 옥터퍼시 대화 씬에선 숏 스토리에 나왔던 스마이스 소령와 그의 가이드의 사건 이야기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년도와 장소 등이 소설과 차이가 나지만 내용은 같다. 영화 '옥토퍼시'에서 본드가 "스마이스 소령의 총에 맞아 죽은 가이드를 발견했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바로 이 '가이드'가 한스 오버하우서다. 그러나 영화 '옥토퍼시'에선 오버하우서라는 이름까지 공개하진 않고 '가이드'라고만 밝히고 넘어갔다.
이와 같이 숏 스토리 '옥토퍼시' 등장 캐릭터의 자녀가 제임스 본드 영화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스펙터'엔 오버하우서의 아들이 등장한다? 1983년 영화 '옥토퍼시'엔 덱스터 스마이스 소령의 딸이 등장하더니 2015년 개봉 예정작인 '스펙터'엔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이 등장?
아직은 데일리 메일의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정황상 발츠가 맡는 캐릭터가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일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007 제작진이 지난 1983년작 '옥토퍼시'에 사용했던 '2세 등장시키기' 아이디어를 이번 '스펙터'에서 다시 한 번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이디어는 과히 신선하다고 할 수 없다. 007 시리즈가 항상 이런 식으로 과거의 007 시리즈를 재활용해왔으므로 그리 놀라운 소식도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007 제작진이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참고로 한 스토리와 캐릭터 등을 마련해 하드코어 본드팬들을 만족시키려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헐리우드 빅버젯 블록버스터에 열광하는 청소년과 아시아 관객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 본드팬들도 배려하겠다는 제스쳐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007 제작진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영화를 만들 소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스카이폴'이 많은 하드코어 본드팬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은 이유를 007 제작진이 깊이 생각해봤을 것 같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으므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블로펠드
007 제작진이 맥클로리 측으로부터 스펙터 관련 라이센스를 모두 넘겨받으면서 '본드24'에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할 가능성을 점친 본드팬들이 많다. 친절하게도(?) 007 제작진은 007 시리즈 24탄 제목을 아예 '스펙터'로 명하면서 스펙터의 리턴을 공식화 했다.
하지만 스펙터의 리더, 블로펠드의 귀환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영화 제목이 '스펙터'라면 블로펠드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스펙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해서 블로펠드가 반드시 메인 악당으로 등장할 필요는 없다. 이번 영화에선 스펙터라는 범죄조직을 새로 소개하는 정도로 충분할 수도 있으므로 블로펠드까지 등장시키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굉장히 'DESPERATE' 해 보이는 게 사실이므로, 이번 영화에 블로펠드까지 우겨넣으려 할 수도 있다.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오버하우서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가 실제로는 블로펠드라고 한다. 오버하우서는 커버이고 실제로는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크리스토프 발츠가 맡은 캐릭터의 정확한 정체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으므로 현재로써는 물음표로 남아있다.
007 제작진은 지난 '스카이폴'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바 있다. 나오미 해리스(Naomie Harris)가 맡은 '이브'라는 캐릭터의 정체를 놓고 유치한 장난을 친 바 있다. 애초부터 '머니페니'라고 밝혀도 됐지만 007 제작진은 유치하게도 끝까지 '이브'라고만 밝히면서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실체를 숨겼다. 007 제작진은 이번엔 크리스토프 발츠의 캐릭터로 비슷한 장난을 또 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이 따위 유치한 발상이 자꾸 나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나마 관심을 끌어보려 노력하는 것으로 귀엽게 봐주고 넘어가야 할 듯 하다.
발츠가 블로펠드 역을 맡을 가능성은 현재로써는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츠가 이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며 커브볼을 던진 것도 그렇지만, 007 제작진이 크리스토프 발츠에게 007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악당 캐릭터 블로펠드 역을 맡기려 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배우에게 유명한 캐릭터를 맡기곤 이 사실을 마지막까지 숨기다 영화 개봉일에 맞춰 바바리맨처럼 활짝 공개하면서 화제를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한심하게 들리지만, 007 제작진이 이런 놀이에 재미를 붙인 듯 하다. 007 시리즈가 어쩌다 이렇게 유치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것도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문제는 실없는 놀이에 있지 않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블로펠드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묘사된 블로펠드의 모습은 본드보다도 키가 더 큰 건장한 사나이다. 블로펠드는 스펙터라 불리는 범죄조직의 리더일 뿐만 아니라 체격도 좋은 사나이다. 범죄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피아 보스 스타일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크리스토프 발츠는 다니엘 크레이그보다 키가 작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단신인데, 본드보다 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야 할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크리스토프 발츠는 크레이그보다도 키가 작다.
또한, 블로펠드는 간교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아니다. 우직한 보스형이지 간사하고 교활한 잔머리꾼 타잎이 아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프 발츠는 교활한 잔머리꾼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살기넘치는 범죄조직 보스 타잎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크리스토프 발츠가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는 건 현재로썬 상상하기 어렵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완전히 새로운 블로펠드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으며 의외로 결과가 맘에 들 수도 있지만, 현재로써는 발츠에게 블로펠드 역을 맡긴다는 건 실수로 보인다. 영화배우가 캐릭터와 어울리는가는 깊이 고려하지 않고 단지 영화배우의 인기와 네임밸류만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크리스토프 발츠 캐스팅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은 발츠가 적인지 동지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교활한 캐릭터를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발츠가 이러한 캐릭터를 맡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만약 블로펠드를 맡는다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드는 이유는 '스카이폴'에서 악역을 맡았던 하비에르 바뎀(Jarvier Bardem) 때문이다. 만약 하비에르 바뎀이 '스펙터'에서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바뎀이 '스카이폴'에서 맡았던 실바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만약 그가 '스펙터'에서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아주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이렇다 보니 만약 크리스토프 발츠가 '스카이폴'에 출연했고 하비에르 바뎀이 '스펙터'에 출연한다면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유명한 영화배우를 악역으로 캐스팅해 영화관객의 관심을 끌려는 것까지는 잘 알겠는데, 왠지 순서가 바뀐 것 같아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썬 발츠가 교활한 캐릭터 역을 맡는다는 데 머문다면 한 번 기대해볼 만하지만 만약 그가 블로펠드 역을 맡는다면 걱정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발츠가 007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건 익사이팅한 뉴스이지만 블로펠드는 아무래도 아닌 듯 하다.
◆스펙터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블로펠드가 본드의 아내 트레이시를 죽이는 파트다. 플레밍의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시리즈에도 블로펠드가 트레이시를 사살하는 씬이 나온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소설과 영화가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일 정도로 본드의 아내 트레이시가 블로펠드에 의해 사살되는 파트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소설 시리즈에선 본드가 블로펠드를 죽이면서 트레이시의 복수를 한다. 그러나 영화 시리즈에선 본드가 트레이시의 복수를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계속해서 007 시리즈의 악당으로 사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007 영화 시리즈는 줄거리가 계속 연결되어 이어지는 시리얼형 시리즈가 아니라 매주마다 새로운 사건을 소개하는 범죄, 수사 TV 시리즈처럼 모든 영화가 독립된 에피소드로 돼있으로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의 영향이 후속작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제작진이 맘만 먹는다면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매번 악당으로 등장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스펙터가 다시 007 시리즈로 돌아오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엔 본드가 블로펠드에게 복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
영화 시리즈에서 본드가 트레이시의 복수를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선 우선 007 제작진이 '여왕폐하의 007'을 리메이크해야만 가능하다. 본드가 결혼을 하고 트레이시가 죽어야만 복수극이 성립되므로 '여왕폐하의 007'을 리메이크하지 않고선 기대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007 제작진은 "리메이크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소개될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원작의 것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될 수밖에 없다. 스펙터와 블로펠드는 예전 그대로일지 몰라도 리메이크를 하지 않고 스펙터의 이야기를 풀어가려면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과거의 소설과 영화에 나왔던 스펙터 관련 스토리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트레이시의 죽음을 21세기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다시 보긴 어려울 듯 하다.
물론 반드시 트레이시가 아니더라도 본드와 가까운 관계인 캐릭터가 블로펠드에 살해당하도록 설정할 수는 있다. '여왕폐하의 007' 스토리와 비슷하면서도 똑같지 않은 스토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열받은 본드가 블로펠드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설정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힘겹게 다시 007 시리즈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본드가 블로펠드를 금방 해치우도록 설정하겠는지 의심스럽다. 가뜩이나 최근들어 007 제작진이 본드의 새로운 적을 매번 새로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는데, 계속해서 오랫동안 울궈먹을 수 있는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죽여서 없애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에도 지난 6070년대에 했던 것처럼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아쉬울 때마다 영화의 악당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이 아니겠나 싶다.
지난 6070년대 007 제작진은 스펙터를 아주 요긴하게 울궈먹었다. 007 시리즈 1탄부터 7탄까지 7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3탄 '골드핑거(Goldfinger)'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영화에 스펙터가 등장했을 정도로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표하던 악당은 스펙터와 블로펠드였다.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닥터 노(Dr. No)',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는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등장하지도 않는 그들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지만 영화 버전에선 모두 스펙터를 적으로 삼았다. '007 vs 스펙터' 구도로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를 제작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 007 시리즈가 다시 6070년대로 돌아가려는 것일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007 시리즈를 지난 6070년대처럼 다시 '007 vs 스펙터' 구도로 돌려놓고 매 영화마다 스펙터를 적으로 등장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스펙터의 귀환이 007 시리즈를 더욱더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타일로 바꿔놓지 않겠냐는 점이다.
007 제작진이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따라하려는 것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스펙터를 이용해 007 시리즈를 더더욱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타일로 만들어갈 수 있다. 007 제작진은 겉으로는 "6070년대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 목적"이라고 홍보하겠지만 실제로는 스펙터가 등장하던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해서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와 비슷하게 만들려는 게 진짜 목적일 수 있다.
스펙터와 블로펠드가 나오던 607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잠깐 돌아가 보자.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가 좋은 예가 될 듯 하다.
'두 번 산다'엔 일본의 화산 내부에 우주선 발사가 가능한 거대한 지하기지를 건설한 스펙터가 등장한다. 만약 이 영화를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약간의 SF적인 요소를 더 보태면 지금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등과 같은 수퍼히어로 영화 시리즈가 나온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등장했던 범죄조직 '하이드라(Hydra)'가 놀라울 정도로 007 시리즈의 스펙터와 비슷해 보였던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다.
▲왼쪽은 하이드라, 오른쪽은 스펙터 |
스펙터와 블로펠드 모두가 등장하진 않지만 1977년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 1979년 영화 '문레이커(Moonraker)'도 '스펙터 포뮬라 제임스 본드 영화'에 해당된다. 당시 스펙터와 블로펠드의 라이센스를 소유했던 맥클로리 측이 007 제작진의 스펙터 사용을 불허하는 바람에 다른 악당과 범죄조직으로 바꾼 것일 뿐이므로 영화 자체는 스펙터가 등장했던 6070년대 007 시리즈와 차이가 없다.
1967년 영화 '두 번 산다',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79년작 '문레이커'는 '007 vs 스펙터' 구도의 제임스 본드 영화의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지고 코믹북 스타일로 과장이 심해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케이스다.
007 시리즈가 또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스펙터와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만나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와 같은 제임스 본드 영화가 또 나올 수 있다.
이렇다 보니 007 제작진이 미국산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모방하는 데 한창 혈안일 때 스펙터가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는 게 썩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물론 과거보다 가젯 사용 횟수를 줄이고 영화의 톤을 보다 진지하게 설정할 수는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이 어린이용 만화책 자료를 가지고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드라마를 만들려 했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트릴로지처럼 말이다. 샘 멘데스(Sam Mendes)가 연출한 지난 '스카이폴'이 바로 그것을 따라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이번 '스펙터'도 그런 성격의 영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번 산다'와 같은 지나치게 과장된 플롯은 피하면서 전체적으로 리얼하고 진지한 톤을 유지하되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약간 뒤죽박죽된 듯한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 톤만 약간 다를 뿐 실제로는 6070년대 코믹북 스타일 제임스 본드 영화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스펙터'의 공식 발표 사항을 훑어보면 이번엔 DC 코믹스보다 마블 코믹스 쪽을 모방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쪽이 되든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가 또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코믹북 수퍼히어로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007 제작진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모방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예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처럼 젊고 우람한 영화배우에게 제임스 본드를 맡기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지난 '스카이폴'은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젊은 수퍼히어로 타잎 영화배우가 주연을 맡아야 하는 영화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미스캐스팅된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 '스펙터'도 또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따라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지나치게 모방했다는 지적을 받은 '스카이폴'의 후속작에 스펙터가 등장한다는 건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더욱더 코믹북 쪽으로 이동하겠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랜만에 스펙터가 007 시리즈로 돌아온다는 점이 본드팬들에게 강한 어필을 할 수 있겠지만, 이와 동시에 샘 멘데스감독과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스펙터가 등장하게 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대보다 걱정을 먼저 하게 만든다.
◆본드걸
일단 본드걸은 지난 '스카이폴'보다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스카이폴'의 본드걸이 역대 최악 수준이었으므로 그보다 더 못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그렇다.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캐스팅이다.
모니카 벨루치가 본드걸에 어울리는 여배우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본드걸로 출연하는데 20년이 늦었다는 게 문제다. 벨루치가 1964년생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벨루치는 이미 만으로 50세가 됐다.
그렇다. 만으로 50세가 된 여배우를 본드걸로 캐스팅했다는 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벨루치가 여전히 뛰어난 미모를 뽐낸다지만 50대 여배우를 본드걸로 선택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제임스 본드가 항상 '영계'들만 주물러야 한다는 건 아니다. 어린 아이같은 베이비 페이스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여배우가 007 시리즈에 보다 적합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50대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40대 본드걸이라고 해도 너무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50대 여배우가 본드걸을 맡는다니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다.
모니카 벨루치 캐스팅 소식을 접하자 마자 바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다. 바로 비아그라 광고다.
007 시리즈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본드걸이 소개되는 순간 비아그라 광고가 생각났다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 광고가 생각나는 것도 물론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지만, 비아그라 광고보다는 빅토리아 시크릿 쪽을 택하고 싶다.
이처럼 007 제작진이 본드걸을 얼마나 소홀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다.
아마도 이건 007 시리즈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1960년생인 바바라 브로콜리가 그녀와 비슷한 또래의 모니카 벨루치를 본드걸로 캐스팅하면서 "중년 여성도 제임스 본드를 유혹할 수 있다"는 중년 여성 판타지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007 시리즈가 남성 중심의 남성 판타지라는 소리를 바바라 브로콜리가 얼마나 듣기 싫어할지 짐작이 간다. 자꾸 이러니까 바바라 브로콜리가 계속 제작을 맡으면 007 시리즈를 '트와일라잇(Twilight)' 시리즈와 같은 칙플릭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바바라 브로콜리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성격을 바꾸려는 것은 알겠는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남녀노소 모두 007 시리즈를 좋아하도록 만들려는 것도 알겠는데, 너무 무리한 수를 두면서 되레 악효과를 낼 필요는 없다. 바바라 브로콜리가 007 시리즈의 오리지날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의 딸인 만큼 잘 해나가길 바라지만 가면 갈수록 의심과 불안이 앞선다.
물론 모니카 벨루치가 '스펙터'에서 전형적인 본드걸 역할을 맡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본드걸이 아닌 평범한 중년 여성 역으로 출연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지 벨루치가 전형적인 본드걸 역을 맡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예감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덴비?
'스펙터'에 등장하는 미스테리한 캐릭터 중 하나는 덴비다.
BBC TV 시리즈 '셜록(Sherlock)'에서 모리아티 역으로 출연한 앤드류 스캇(Andrew Scott)이 '스펙터'에서 덴비라는 역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식 발표 하루 전에 영국 타블로이드를 통해 스캇의 '본드24' 캐스팅이 알려졌는데, 실제로 그가 '스펙터'에 출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이미 교활한 악역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여기에 앤드류 스캇까지 악역에 합세하면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덴비는 악당이 아니라 영국 정부 관료라고 한다. 이번 '스펙터'에도 지난 '스카이폴'처럼 화이트홀 드라마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스캇이 맡은 덴비는 M(랄프 파인즈)과 옥신각신하는 정부 관료 역인 듯 하다.
지난 '스카이폴'에서 헬렌 매크로리(helen McCrory)가 맡았던 역할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번 '스펙터'의 앤드류 스캇은 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보겠다.
◆스키
스펙터와 블로펠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임스 본드 소설 또는 영화는 '여왕폐하의 007'이다. '여왕폐하의 007'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알프스에서 벌어지는 스키 씬이다.
2015년 개봉 예정의 '스펙터'에도 스키 씬이 등장할 예정이다.
007 제작진이 오스트리아에서 '본드24'를 촬영한다는 보도가 이미 이전에 있었으므로 아주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영화감독 샘 멘데스는 '본드24' 제작 발표 프레스 이벤트에서 "taking Bond back to the Alps to the snow again"이라면서 오스트리아의 솔든(Solden)에서 '스펙터'를 촬영한다고 밝혔다.
▲솔든 |
007 제작진은 솔든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오버틸리아크(Obertilliach)와 레이크 알타우시(Lake Altaussee) 등지에서도 촬영을 한다고 밝혔다.
▲오버틸리아크 |
▲레이크 알타우시 |
샘 멘데스는 '스펙터'에 스키 씬이 나온다고 분명하게 밝히진 않았으나 촬영지를 미루어 볼 때 스키 씬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스펙터'에 스키 씬이 나온다면 1999년작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 이후 처음이 된다.
그러나 '월드 이스 낫 이너프'의 스키 씬은 낭만적인 스키 타운의 설경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적인 스키 씬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가 마지막으로 낭만적인 스키 타운을 방문한 것은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다. '유어 아이스 온리'는 이탈리아의 동계 올림픽 개최지였던 코르티나(Cortina)에서 스키 씬을 촬영했다.
007 제작진이 아주 오랜만에 낭만적인 겨울철 휴양지를 찾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007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멋진 경관의 낭만적인 휴양지와 스키 체이스 씬인데, '스펙터'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지간한 본드팬이라면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가 언오피셜 '여왕폐하의 007' 리메이크라 불러도 될 정도로 유사점이 많은 영화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어 아이스 온리'의 프리-타이틀 씬에 본드(로저 무어)가 그의 사별한 아내 트레이시의 묘를 찾는 씬이 나오고, 그 직후 블로펠드로 짐작되는 휠체어를 탄 사나이가 나타나 본드가 탄 헬리콥터를 원격조종하는 씬으로 이어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또한, '유어 아이스 온리'와 '여왕폐하의 007'은 겨울철 휴양지, 스키 체이스 씬, 위태로운 자동차 추격 씬이 나온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스펙터'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유어 아이스 온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현재의 007 시리즈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스펙터'에도 겨울철 휴양지, 스키 체이스 씬, 카 체이스 씬이 모두 나올 뿐만 아니라 스펙터까지 등장할 것이므로 '유어 아이스 온리' 또는 '여왕폐하의 007' 등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가 갖췄던 거의 모든 것을 갖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제대로만 한다면 이번 '스펙터'는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분위기가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만약 다니엘 크레이그가 '스펙터'의 스키 씬에서 파란색 코트를 입고 나온다면 아주 멋질 듯 하다. 왜 하필 파란색 코트나면 스키 씬으로 유명한 '여왕폐하의 007'과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본드가 파란색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007 제작진이 클래식 제임스 본드 영화의 향수를 제대로 살려볼 생각이라면 본드에게 파란색 코트나 스키복을 입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듯 하다.
일단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모니카 벨루치가 왜요? 저는 너무 너무 좋은데 TT
답글삭제본드걸론 나이가 좀 많죠...^^
삭제50대 후반까지 007을 했던 했던 로저 무어 때라면 나이차를 줄이기 위한 걸로 볼 수 있겠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50대 본드걸을 붙인 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가장 나이많은 본드걸의 탄생으로 주목끄는 것 빼고 얻는 게 뭐가 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본드걸에 적합한 여배우지만 지금은 좀 늦었죠.
저는 50대 본드와 본드걸이 등장하는 걸 원치 않는 편입니다...^^
본드와 본드걸은 3040대에 맡겨야지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많아지면 이상해진다고 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