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일 월요일

'본드24' 피아트 카 체이스 씬 루머가 나쁘지 않게 들리는 이유

007 시리즈 24탄 '본드24'가 이탈리아에서 촬영하는 자동차 체이스 씬에 이탈리아 자동차 피아트 500(Fiat 500)가 등장한다는 루머가 얼마 전부터 나돌고 있다. 007 제작진이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카 체이스 씬을 촬영한다는 이야기는 지난 여름 이미 알려진 바 있으므로 새로운 뉴스는 아니지만, 카 체이스 씬에 피아트가 사용된다는 건 최근에 알려진 이야기다.

물론 아직은 공식 확인된 사실이 아니므로 실제로 피아트 500가 '본드24' 카 체이스 씬에 사용되는지는 좀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이탈리아에서의 촬영이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상태이므로, 늦어도 그 때가 되면 확실한 정보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일부 자동차 매니아 본드팬들은 '본드24' 카 체이스 씬에 피아트가 등장한다는 루머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카 체이스 씬에 웬 피아트 500이냐는 것이다. 007 시리즈 카 체이스 씬이라면 당연히 아스톤 마틴(Aston Martin)이 사용되어야 마땅한데 간접 광고 때문에 피아트가 사용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간접 광고 부분은 어느 정도 일리 있다고 본다.

하지만 007 시리즈의 카 체이스 씬엔 당연히 아스톤 마틴이 나와야 한다는 건 약간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까지 007 시리즈에 아스톤 마틴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그 중 대부분은 특수 장비로 가득한 '본드카'였다.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의 아스톤 마틴 DB5,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ths)'의 아스톤 마틴 볼란테(Volante),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의 아스톤 마틴 뱅퀴시(Vanquish)는 Q 브랜치의 특수 장치들로 가득한 '본드카'였으며, 이들은 체이스 씬이라기보다 배틀 씬에 가까운 씬에 사용되었다. 머신건을 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자동차 배틀 씬에 주로 등장한 게 아스톤 마틴이지 스릴넘치는 자동차 추격전 씬으로 유명한 '본드카'가 아니다.

물론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의 프리-타이틀 씬엔 아스톤 마틴 DBS가 등장하는 카 체이스 씬이 나온다. 그러나 '콴텀 오브 솔래스'의 카 체이스 씬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항상 나오는 '아스톤 마틴 씬' 중 하나로 보였을 뿐 익사이팅하고 위태롭게 보이는 카 체이스 씬으로 보이지 않았다. 카 체이스 씬 자체는 격렬했지만 30만불짜리 고급 스포츠카가 등장하다 보니 스릴이나 위태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럭져리 스포츠카를 몰고 마치 TV 광고 촬영하듯 하는 카 체이스 씬은 겉으로 보기에만 멋질 뿐 위기감이나 위태로운 상황 등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2008년에도 이와 관련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격렬하고 위태로움이 느껴지는 카 체이스를 실감나게 구현하려면 아스톤 마틴 등과 같은 럭져리 스포츠카가 아닌 평범한 자동차를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007 시리즈는 격렬하고 스릴넘치는 카 체이스 씬에는 평범한 자동차를 주로 사용해왔다.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의 머큐리 쿠거(Mercury Cougar),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씨트로엥 2CV(Citroen 2CV), 1985년작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의 르노 11(Renault 11)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자동차들은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아스톤 마틴이나 로터스 에스프리(Lotus Esprit) 등 럭져리 스포츠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대신 위태로움과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다.

따라서 007 제작진이 이러한 생각에서 피아트 500를 '본드24'의 카 체이스 씬에 사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본드24'의 카 체이스 씬을 촬영하는 장소로 알려진 곳이 이탈리아 로마 근교인데다 피아트 500까지 사용된다니까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과 비슷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소형차를 사용한 빠르고 위태로운 카 체이스 씬을 시도할 계획이 아닌가 싶다. 촬영 장소가 도심인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좁은 산길에서 벌어졌던 '여왕폐하의 007'이나 '유어 아이스 온리' 스타일보다 파리 도심에서 촬영했던 '뷰투어킬'의 르노 11 카 체이스 씬 쪽에 가까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007 제작진이 신형 피아트를 사용하지 않고 낡은 피아트를 사용한다면 지난 '유어 아이스 온리'의 씨트로엥 카 체이스 씬처럼 오래된 차를 타고 위태롭게 뒤뚱거면서 펼쳐지는 카 체이스 씬을 기대할 수도 있다. 피아트 500 모두가 귀엽고 코믹하게 생겼지만 구형을 사용한다면 보다 더 유머러스하고 위태롭게 보이는 카 체이스 씬이 가능할 듯 하다. 만약 피아트 500가 '본드24' 카 체이스 씬에 사용된다면 아무래도 신형일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만약 구형이 등장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 제임스 본드 영화는 격렬하고 사실적이란 점으로만 유명할 뿐 유머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는데, 피아트 500를 잘 이용하면 스릴이 넘치면서도 유머가 풍부한 카 체이스 씬을 마련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자동차만 피아트일 뿐 인텐스하고 격렬한 게 전부인 또 하나의 무미건조한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액션 씬에 그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007 시리즈의 액션 씬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들어 과거보다 거칠고 요란해졌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지만 그러한 차이를 반복해서 보여주려고만 할 뿐이라서 갈수록 색다를 것 없이 밋밋해지고 있다. '본드24'에서도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요란하고 인텐스하지만 느껴지는 것은 거의 없는 밋밋하고 진부해 보이는 액션 씬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썬 피아트 500가 '본드24'의 카 체이스 씬에 사용된다는 루머가 과히 나쁘지 않게 들린다. 이번엔 약간 색다르게 접근한다면 유머와 스릴이 모두 풍부한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스타일리쉬한 카 체이스 씬이 나올 수도 있을 듯 해서다.

과연 피아트 500가 실제로 '본드24' 카 체이스 씬에 사용되는지, 만약 사용된다면 007 제작진이 어떤 스타일의 카 체이스 씬을 구상 중인지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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