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모방한 영화는 많다. 특히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스파이 영화에서 많이 눈에 띈다. '알렉스 라이더(Alex Rider)', '이프 룩스 크드 킬(If Looks Could Kill)', '에이전트 코디 뱅크스(Agent Cody Banks)'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모두 PG 또는 PG-13 레이팅의 틴-프렌들리, 패밀리-프렌들리 스파이 액션 어드벤쳐 영화다.
이런 영화들과 비슷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2015년 개봉했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패밀리-프렌들리 레이팅이 아닌 R 레이팅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 영화는 바로 20세기 폭스의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Kingsman: The Secret Service)'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콜린 퍼스(Colin Firth),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마크 스트롱(Mark Strong), 새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등 화려한 출연진이다.
여기서 한가지 재밌는 건 콜린 퍼스가 맡은 역할이다. 콜린 퍼스는 60년대 영국 스파이 해리 팔머를 연상케 하는 안경 낀 스파이 해리 하트 역을 맡았다. 퍼스가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 '해리'인 것이 절대 우연일 리 없다. 60년대 해리 팔머(Harry Palmer) 영화 시리즈에서 해리 팔머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마이클 케인도 해리의 보스 역으로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 출연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007 시리즈 패로디다. 대부분의 스파이 패로디 영화가 그렇듯이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도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영화 중 하나다. 세이빌 로(Savile Row)의 양복을 입는 젠틀맨 스파이, 신출귀물한 여러 가젯과 비밀무기 등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세이빌 로의 양복점이 '킹스맨'이라 불리는 첩보조직 비밀본부의 입구인 점은 미국의 60년대 스파이 픽션 TV 시리즈 '맨 프롬 U.N.C.L.E(Man from U.N.C.L.E)'를 연상케 한다. '나폴레옹 솔로(Napoleon Solo)'라는 메인 캐릭터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맨 프롬 U.N.C.L.E'에서도 뉴욕의 양복점이 비밀 첩보조직 U.N.C.L.E 본부의 입구로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여러 편의 클래식 스파이 픽션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여기에 틴-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코믹북스러운 줄거리를 붙이면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가 완성된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불량 청소년이던 엑시(태런 에저튼)가 그의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수퍼 스파이 해리(콜린 퍼스)의 도움으로 '킹스맨'이라 불리는 수퍼 스파이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대량 살상을 계획하는 IT 억만장자 발렌타인(새무엘 L. 잭슨)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줄거리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스토리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가 코믹북을 기초로 한 영화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파이 픽션인지 코믹북 수퍼히어로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은 스토리가 문제였다. 틴-스파이 영화이므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스파이 픽션인지 싸이언스 픽션인지 분명하지 않은 스토리가 김빠지게 만들었다.
불량소년 엑시(태런 에저튼)가 수퍼 스파이가 된다는 캐릭터 스토리라인은 나쁘지 않았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 '인페르노(Inferno)'를 연상케 하는 플롯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휴대폰 테러' 플롯에서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요새는 거의 모두가 휴대폰을 소지한 세상인 만큼 SIM-카드를 이용한 테러 플롯이 현 시대에 어울리는 듯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제작진이 목표했던 바도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테러 플롯이 '문레이커(Moonraker)'를 바로 떠올리게 할 정도였지만 '올드스쿨'과 '뉴스쿨'의 조합으로 클래식 007 시리즈처럼 보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려 한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휴대폰을 이용한 대규모 범죄를 꾀한다'는 아이디어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스토리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흐르면서 분위기가 망가졌다. 물론 이런 류의 틴-스파이-픽션 영화에 존 르 카레(John Le Carre) 스타일의 매우 진지하고 사실적인 스파이 플롯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의 줄거리가 6070년대 007 시리즈의 과장된 플롯을 넘어 지나치게 SF 판타지 쪽으로 기울면서 빠르게 흥미를 잃게 됐다.
물론 클래식 스파이 영화 또는 TV 시리즈 중 스파이 픽션과 싸이언스 픽션의 경계선에 걸터앉은 작품들이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007 시리즈도 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007 제작진은 "싸이언스 픽션이 아닌 싸이언스 팩트"라고 해명했으나 싸이언스 팩트의 범위와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007 시리즈를 스파이 픽션과 싸이언스 픽션의 경계로 보는 버릇이 생겼다. 007 시리즈까지는 스파이 픽션으로 분류하지만 여기에서 싸이언스 픽션 쪽으로 더욱 치우친 영화는 스파이 테마의 영화이더라도 SF 판타지 쟝르로 분류하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60년대 TV 시리즈 '어벤저스(The Avengers)'를 들 수 있다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와 제목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어벤저스'는 90년대에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데, TV 시리즈와 영화 버전 모두 스파이 픽션보다 SF 판타지 쟝르 쪽에 가깝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기초로 삼은 코믹북에 충실하게 영화로 옮겨지긴 했으나 스토리가 싸이언스 픽션 쪽으로 기운 영화였다. 스파이 픽션보다 코믹북 스타일의 싸이언스 픽션 영화에 더 가까운 영화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믹북이 SF 판타지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며, 틴-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도 만화영화 같은 판타지성 짙은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곤 했으므로 크게 놀라울 건 없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영화였다. 이미 과거에 봤던 틴-스파이 영화, SF 스파이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들었을 뿐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화감독 매튜 본(Matthew Vaughn)과 제작진은 지난 '킥애스(Kick-Ass)' 시리즈에서 했던 것처럼 코믹북 스타일 청소년용 영화에 격렬한 액션 씬과 유머를 첨가한 '쿨'한 영화를 만들려 했으나 이번엔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과거의 틴-스파이 영화들과 차이가 나는 영화이길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틴-스파이 영화였을 뿐 특별히 신선할 게 없었다. '킥애스 - 007 리믹스'를 시도한 듯 했지만 이미 많이 본 틴-스파이 영화와 폭력 수위가 높은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 '원티드(Wanted)' 등을 짜깁기한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으나 대부분이 싱거웠고 액션은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의 최대 볼거리로 꼽을 만하지만 특별히 익사이팅하거나 스타일리쉬하지 않았다. 해리(콜린 퍼스)가 교회에서 격투를 하는 씬은 인상적이었지만 교회 씬을 제외한 나머지 액션 씬은 기억에 남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 씬을 연출하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였으나 비슷한 노력을 기울인 액션 영화들이 이미 여러 편 공개되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울 게 없었다.
이처럼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썩 맘에 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코믹북을 기초로 한 영화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왠지 스파이 픽션과 코믹북 수퍼히어로가 잘못 만난 영화처럼 보였다. 007 시리즈가 진지하고 사실적인 톤으로 분위기를 바꾸면서 가볍고 유쾌한 톤의 스파이 픽션 영화의 자리가 빈 상태이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007 시리즈의 분위기 변화로 만들어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꿀 만한 영화가 아니었다. 바로 그 빈틈을 노린 영화인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과거의 판타지성 짙은 007 시리즈를 그리워하는 본드팬들을 흡족하게 할 만한 수준의 영화는 아니었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제임스 본드가 투명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 맷 데이먼(Matt Damon)의 사실적인 제이슨 본(Jason Bourne)이 맞불을 놨던 것처럼 007 시리즈가 사실적으로 변한 지금은 가볍고 유쾌한 액션 어드벤쳐 스파이 영화가 나올 때가 됐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록 틴-스파이 영화이더라도 요새 007 시리즈에서 사라진 재미를 대신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를 기대했는데,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아쉽게도 기대 미만이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시간을 보내기엔 별 문제가 없는 영화일지는 몰라도, 대단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런 영화들과 비슷한 스파이 액션 영화가 2015년 개봉했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패밀리-프렌들리 레이팅이 아닌 R 레이팅을 받았다는 점이다.
그 영화는 바로 20세기 폭스의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Kingsman: The Secret Service)'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콜린 퍼스(Colin Firth),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 마크 스트롱(Mark Strong), 새무엘 L. 잭슨(Samuel L. Jackson) 등 화려한 출연진이다.
여기서 한가지 재밌는 건 콜린 퍼스가 맡은 역할이다. 콜린 퍼스는 60년대 영국 스파이 해리 팔머를 연상케 하는 안경 낀 스파이 해리 하트 역을 맡았다. 퍼스가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 '해리'인 것이 절대 우연일 리 없다. 60년대 해리 팔머(Harry Palmer) 영화 시리즈에서 해리 팔머 역을 맡았던 영화배우 마이클 케인도 해리의 보스 역으로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 출연했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007 시리즈 패로디다. 대부분의 스파이 패로디 영화가 그렇듯이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도 007 시리즈를 패로디한 영화 중 하나다. 세이빌 로(Savile Row)의 양복을 입는 젠틀맨 스파이, 신출귀물한 여러 가젯과 비밀무기 등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세이빌 로의 양복점이 '킹스맨'이라 불리는 첩보조직 비밀본부의 입구인 점은 미국의 60년대 스파이 픽션 TV 시리즈 '맨 프롬 U.N.C.L.E(Man from U.N.C.L.E)'를 연상케 한다. '나폴레옹 솔로(Napoleon Solo)'라는 메인 캐릭터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맨 프롬 U.N.C.L.E'에서도 뉴욕의 양복점이 비밀 첩보조직 U.N.C.L.E 본부의 입구로 등장한 바 있다.
이처럼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여러 편의 클래식 스파이 픽션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영화다.
여기에 틴-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코믹북스러운 줄거리를 붙이면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가 완성된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불량 청소년이던 엑시(태런 에저튼)가 그의 아버지와 가까운 사이였던 수퍼 스파이 해리(콜린 퍼스)의 도움으로 '킹스맨'이라 불리는 수퍼 스파이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으면서 대량 살상을 계획하는 IT 억만장자 발렌타인(새무엘 L. 잭슨)의 음모를 저지한다는 줄거리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스토리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가 코믹북을 기초로 한 영화라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스파이 픽션인지 코믹북 수퍼히어로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은 스토리가 문제였다. 틴-스파이 영화이므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스파이 픽션인지 싸이언스 픽션인지 분명하지 않은 스토리가 김빠지게 만들었다.
불량소년 엑시(태런 에저튼)가 수퍼 스파이가 된다는 캐릭터 스토리라인은 나쁘지 않았다. 댄 브라운(Dan Brown)의 소설 '인페르노(Inferno)'를 연상케 하는 플롯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휴대폰 테러' 플롯에서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요새는 거의 모두가 휴대폰을 소지한 세상인 만큼 SIM-카드를 이용한 테러 플롯이 현 시대에 어울리는 듯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제작진이 목표했던 바도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테러 플롯이 '문레이커(Moonraker)'를 바로 떠올리게 할 정도였지만 '올드스쿨'과 '뉴스쿨'의 조합으로 클래식 007 시리즈처럼 보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려 한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휴대폰을 이용한 대규모 범죄를 꾀한다'는 아이디어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갈수록 스토리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흐르면서 분위기가 망가졌다. 물론 이런 류의 틴-스파이-픽션 영화에 존 르 카레(John Le Carre) 스타일의 매우 진지하고 사실적인 스파이 플롯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의 줄거리가 6070년대 007 시리즈의 과장된 플롯을 넘어 지나치게 SF 판타지 쪽으로 기울면서 빠르게 흥미를 잃게 됐다.
물론 클래식 스파이 영화 또는 TV 시리즈 중 스파이 픽션과 싸이언스 픽션의 경계선에 걸터앉은 작품들이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선 007 시리즈도 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007 제작진은 "싸이언스 픽션이 아닌 싸이언스 팩트"라고 해명했으나 싸이언스 팩트의 범위와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만드는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007 시리즈를 스파이 픽션과 싸이언스 픽션의 경계로 보는 버릇이 생겼다. 007 시리즈까지는 스파이 픽션으로 분류하지만 여기에서 싸이언스 픽션 쪽으로 더욱 치우친 영화는 스파이 테마의 영화이더라도 SF 판타지 쟝르로 분류하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60년대 TV 시리즈 '어벤저스(The Avengers)'를 들 수 있다 (마블의 수퍼히어로 시리즈와 제목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어벤저스'는 90년대에 랄프 파인즈(Ralph Fiennes)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데, TV 시리즈와 영화 버전 모두 스파이 픽션보다 SF 판타지 쟝르 쪽에 가깝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도 마찬가지였다. 기초로 삼은 코믹북에 충실하게 영화로 옮겨지긴 했으나 스토리가 싸이언스 픽션 쪽으로 기운 영화였다. 스파이 픽션보다 코믹북 스타일의 싸이언스 픽션 영화에 더 가까운 영화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코믹북이 SF 판타지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며, 틴-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도 만화영화 같은 판타지성 짙은 스토리가 자주 등장하곤 했으므로 크게 놀라울 건 없었다.
그러나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영화였다. 이미 과거에 봤던 틴-스파이 영화, SF 스파이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들었을 뿐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영화감독 매튜 본(Matthew Vaughn)과 제작진은 지난 '킥애스(Kick-Ass)' 시리즈에서 했던 것처럼 코믹북 스타일 청소년용 영화에 격렬한 액션 씬과 유머를 첨가한 '쿨'한 영화를 만들려 했으나 이번엔 효과가 신통치 않았다.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과거의 틴-스파이 영화들과 차이가 나는 영화이길 기대했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틴-스파이 영화였을 뿐 특별히 신선할 게 없었다. '킥애스 - 007 리믹스'를 시도한 듯 했지만 이미 많이 본 틴-스파이 영화와 폭력 수위가 높은 스타일리쉬한 액션 영화 '원티드(Wanted)' 등을 짜깁기한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으나 대부분이 싱거웠고 액션은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의 최대 볼거리로 꼽을 만하지만 특별히 익사이팅하거나 스타일리쉬하지 않았다. 해리(콜린 퍼스)가 교회에서 격투를 하는 씬은 인상적이었지만 교회 씬을 제외한 나머지 액션 씬은 기억에 남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스타일리쉬한 액션 씬을 연출하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였으나 비슷한 노력을 기울인 액션 영화들이 이미 여러 편 공개되었기 때문에 전혀 새로울 게 없었다.
이처럼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썩 맘에 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코믹북을 기초로 한 영화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왠지 스파이 픽션과 코믹북 수퍼히어로가 잘못 만난 영화처럼 보였다. 007 시리즈가 진지하고 사실적인 톤으로 분위기를 바꾸면서 가볍고 유쾌한 톤의 스파이 픽션 영화의 자리가 빈 상태이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007 시리즈의 분위기 변화로 만들어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꿀 만한 영화가 아니었다. 바로 그 빈틈을 노린 영화인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과거의 판타지성 짙은 007 시리즈를 그리워하는 본드팬들을 흡족하게 할 만한 수준의 영화는 아니었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제임스 본드가 투명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 맷 데이먼(Matt Damon)의 사실적인 제이슨 본(Jason Bourne)이 맞불을 놨던 것처럼 007 시리즈가 사실적으로 변한 지금은 가볍고 유쾌한 액션 어드벤쳐 스파이 영화가 나올 때가 됐지만,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록 틴-스파이 영화이더라도 요새 007 시리즈에서 사라진 재미를 대신 만끽할 수 있는 영화이기를 기대했는데, '킹스맨: 시크릿 서비스'는 아쉽게도 기대 미만이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시간을 보내기엔 별 문제가 없는 영화일지는 몰라도, 대단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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