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8일 수요일

'런 올 나이트', 뻔할 뻔자 영화였지만 출연진 덕에 그럭저럭 버틸 만

최근 들어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액션 스타를 꼽아보라고 하면 아일랜드 영화배우 리앰 니슨(Liam Neeson)을 빼놓을 수 없다. 액션 영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던 배우였는데 그가 어쩌다 액션 스타가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리앰 리슨 주연의 액션 영화들이 매년마다 개봉하고 있다.

2015년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3월 현재 리앰 니슨 주연의 액션 영화가 두 편이 개봉했다.

첫 번째 영화는 1월에 개봉한 '테이큰 3(Taken 3)고, 두 번째 영화는 미국서 3월 중순에 개봉한 '런 올 나이트(Run All Night)'다.

'런 올 나이트'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뉴욕 범죄조직의 힛맨으로 활동하던 지미 콘론(리앰 니슨)이 자신의 아들 마이크(조엘 키너맨)를 살리기 위해 그의 오랜 친구이자 전 범죄조직 보스였던 션 매과이어(에드 해리스)의 아들 대니(보이드 홀브룩)를 죽이면서 매과이어의 부하들과 그가 고용한 힛맨 미스터 프라이스(커몬)에게 쫓기게 된다는 줄거리다.


'런 올 나이트'는 지극히도 평범한 액션-범죄-스릴러 영화였다.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신선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골백번은 본 듯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라인이 훤히 들여다 보였으며, 마지막에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도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을 정도로 뻔할 뻔자 영화였다. 이런 류의 영화는 서스펜스가 풍부해야 하는데,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워낙 뻔한 내용이다 보니 스릴과 서스펜스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또한, 작년에 개봉했던 케아누 리브스(Keanu Reeves) 주연의 액션 영화 '존 윅(John Wick)'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존 윅'은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볼거리인 액션 영화이고 '런 올 나이트'는 사실적인 톤의 범죄 영화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힛맨이 주인공이라는 점, 범죄조직 보스의 망나니 아들로 인해 사건이 터진다는 점 등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여럿 눈에 띄었다.

따라서 무언가 색다르고 신선한 영화를 원한다면 '런 올 나이트'는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런 올 나이트'를 보면서 또 한가지 눈에 띈 건 리앰 니슨이 사용하는 무기가 리볼버 핸드건과 구닥다리 윈체스터 라이플이었다는 점이다.

리볼버와 구닥다리 윈체스터?


그 흔해 빠진 글락 17과 17발 들어가는 탄창 몇 개만 있어도 보다 쉽게 처리 가능한 일을 리볼버와 구닥다리 윈체스터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총알 장전하다 볼일 다 보도록 만든 것에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을 보다 어렵고 불리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들면서 스릴을 유도하려 한 것 같았으나 어딘가 조금 억지스러워 보였다. '런 올 나이트'가 알게 모르게 서부 영화를 연상케 하는 영화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기까지 서부 영화에 어울리는 것으로 고를 필요는 없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론 혹시 영화 제작진의 '건 폴리틱(Gun Politic)'이 반영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반자동 핸드건과 반자동 라이플을 의도적으로 뺀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10발 이상 들어가는 핸드건 탄창 판매 규제, AR-15 등 반자동 라이플 판매 규제 등을 외치고 있다. 얼핏 듣기엔 효과가 있을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더욱 많은 불법 총기 거래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우려하게 만든다. 총기 규제를 강화한 주의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식으로 계속 까다롭게 굴면 누가 합법적인 경로로 총기를 구입하려 하겠나"고 반문한다.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하려던 사람들까지 성가신 총기 규제법 때문에 불법을 택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호신용으로 핸드건을 하나 구입할 생각인데 법과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그냥 불법으로 구입할 생각"이라고 까놓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다. 불법으로 총기를 구입하기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보니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하기가 까다로우면 그냥 불법으로 때우겠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이다. 미국의 총기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 것까지는 좋지만, 규제 강화가 효과적인 해결책인가에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아니 갑자기 왜 미국 총기 문제를 꺼내냐고?

왜냐면 "리앰 니슨" 하면 떠오르는 게 "총기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리앰 니슨이 최근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총기 문제를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총기 문화에 비판적이면서도 총기를 사용하는 영화에 매번 출연하는 리앰 니슨은 '위선자'라는 비판이 일었다. '런 올 나이트' 미국 개봉을 앞두고 L.A 버스 정류장에 '런 올 나이트'의 포스터를 패로디한 '건 올 라이트(Gun All Right)'라는 포스터가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스터 하단엔 "ONE HYPOCRITE LAUGHING ALL THE WAY TO THE BANK"라고 써있다. 니슨이 위선자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의 어느 영화 전문 사이트 유저가 남긴 댓글처럼 나이는 들어가는데 영화에서 총기 사용도 곤란하게 된 리앰 니슨은 앞으로 악당들을 불러모아놓고 훈계나 하는 역할이나 맡아야 할 지도 모른다.

'런 올 나이트'에선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러나 보다 나은 총기들을 놔둔채 리볼버와 구닥다리 라이플을 고집하는 단계까지는 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계속 나오는 리앰 니슨의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에 식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끝날 때가 다가오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런 올 나이트'는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영화는 아니었어도 못봐줄 정도의 졸작은 아니었다. 액션 씬은 있는 둥 마는 둥이었고 스릴과 서스펜스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리앰 니슨과 에드 해리스(Ed Harris)가 등장하면 영화에 집중하게 됐다. 니슨과 해리스가 대단히 흥미로운 캐릭터를 맡은 것도 아니었고 대화 내용이 매우 흥미진진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2명의 중견 배우들이 영화의 무게를 잡아주면서 영화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별 볼 일 없는 영화를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그럭저럭 버틸 수 있도록 이끈 것은 바로 니슨과 해리스 콤비였다. 리앰 니슨과 에드 해리스가 맡은 역할 모두 특별하게 새로울 것 없는 캐릭터였지만 니슨과 해리스는 그들의 캐릭터에 아주 잘 어울려 보였다. 영화는 별 볼 일 없었어도 출연진 하나 만큼은 제대로 꾸린 것 같았다. 줄거리가 조금 더 탄탄했더라면 제법 괜찮은 영화가 나올 뻔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나온 리앰 니슨 주연의 영화들이 대부분 기대 이하에 머물곤 했는데, 이번 '런 올 나이트'는 니슨의 다른 최근 영화들에 비해 나은 퀄리티의 영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었으며, 끽해야 평균 정도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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