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5일 화요일

'007 스펙터': 스펙터 vs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얼마 전 공개된 파라마운트의 스파이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Mission Impossible: Rogue Nation)'의 트레일러를 보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씬디케이트'라 불리는 테러조직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5탄인 '로그 네이션'에서 IMF 팀이 상대해야 할 적이 바로 '씬디케이트'라 불리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씬디케이트'는 누구일까?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크리스 매쿼리(Chris McQuarrie)는 야후 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씬디케이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They’re comprised entirely of foreign agents who have, for whatever reason, withdrawn from the service and come together as a coalition and come together to fight against the system that created them. The anti-IMF." - Chris McQuarrie

전세계의 전직 에이전트들로 구성된 테러조직, '씬디케이트'는 007 시리즈의 스펙터와 유사한 테러조직으로 보인다. 마피아, 소련 스파이 등으로 구성된 국제적인 테러조직 스펙터를 현시대에 맞게 재창조를 한다면 '씬디케이트'와 상당히 흡사한 조직이 될 것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스펙터를 시대 흐름에 맞게 재창조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법적인 문제로 스펙터를 오피셜 007 시리즈에 등장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이 되어서야 007 제작진은 스펙터와 블로펠드 관련 라이센스를 모두 확보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스펙터를 현시대에 맞게 재창조를 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코믹북 수퍼히어로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에만 열중하는 007 제작진이 44년만에 오피셜 007 시리즈로 돌아온 스펙터의 현대화 작업을 올바르게 진행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007 제작진이 스펙터를 올바르게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씬디케이트'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옳았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줄거리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씬디케이트'가 007 시리즈에 부적합한 범죄조직일 가능성 역시 열어놔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점으로 미뤄볼 때 '씬디케이트'가 '007 스펙터'에 등장하는 스펙터보다  007 시리즈에 더욱 잘 어울리는 범죄조직으로 보인다. '씬디케이트'가 현대판 스펙터에 보다 더 근접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007 제작진이 스펙터로 먼저 시도했어야 했던 걸 '미션 임파서블' 팀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007 제작진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 닮아가기에 혈안이 된 사이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의 거리를 부쩍 좁히고 있는 듯 하다.


'007 스펙터'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공통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 CIA와 IMF 팀의 갈등 플롯이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그 네이션'과의 트러블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갈등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영화감독 크리스 매쿼리는 CIA 보스  역을 맡은 알렉 발드윈(Alec Baldwin)과 IMF 팀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Alec Baldwin absorbs the IMF into the CIA, so Jeremy Renner and Simon Pegg are now working for the CIA. Ethan Hunt is out there somewhere; no one knows where he is. [Alec] wants to bring Ethan Hunt in to make him answer for all the previous things he’s done in those movies. Alec perceives them as crimes and he’s determined to bring him in. Unfortunately he can’t find him!" - Chris McQuarrie

이는 '007 스펙터'의 MI5와 MI6 합병과 00 섹션 폐지 플롯과 겹쳐졌다. '007 스펙터'에선 MI5와 MI6가 합병되면서 본드가 소속된 00 섹션이 폐지되는 운명을 맞는다. 정보부 합병과 00 섹션 폐지의 중심에 서 있는 캐릭터는 C/덴비다. C/덴비 역은 영국 배우 앤드류 스캇(Andrew Scott)이 맡았다. C/덴비는 블로펠드/오버하우서(크리스토프 발츠)의 하수인이므로 사실상 악당 캐릭터다. M(랄프 파인즈)과 본드의 골머리를 아프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블로펠드와 한 패이기 때문이다. 알렉 발드윈이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서 맡은 CIA 국장이 C/덴비 수준의 악당인가의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IMF 팀 멤버들에게 골칫거리를 주는 역할이라는 점은 C/덴비와 비슷해 보인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엔 지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오마쥬 씬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영화감독 크리스 매쿼리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 등장하는 오마쥬 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I asked myself what can I do to celebrate all those elements of the franchise; a signature sequence the way [original Mission: Impossible director] Brian De Palma did, a villain the way [Mission: Impossible III director] J.J. Abrams did, the stunts the way [Ghost Protocol director] Brad Bird did. You’ll see references to all those films throughout the movie. There’s [also] a real Easter egg for anyone who notices it — it’s almost a reverse of something from one of the earlier movies." - Chris McQuarrie

현재 공개된 '007 스펙터' 관련 정보에 따르면, '007 스펙터'에도 상당한 양의 클래식 007 시리즈 오마쥬 씬이 등장한다. 지난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었으므로 클래식 오마쥬 씬으로 가득 채워졌다는 점이 이상할 게 없었다. 40주년 기념작이던 2002년작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역시 마찬가지로 팬 서비스용 클래식 오마쥬로 가득한 영화였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007 스펙터'도 클래식 오마쥬 천지의 영화로 만들었다. 풍부한 클래식 오마쥬 씬이 '스카이폴'의 주요 흥행요인인 것이 아니며, 낯익은 클래식 오마쥬 씬을 많이 집어넣는다고 해서 클래식 007 시리즈와의 벌어진 간격을 좁히는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 등장한다는 오마쥬 씬은 '미션 임파서블' 제작진이 007 시리즈를 슬쩍 한 번 따라해보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이 '스카이폴'에 이어 이번 '스펙터'까지 클래식 오마쥬로 가득 채우기로 한 것은 제작진이 아직도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 파티 행오버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코디미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행오버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그러나 영화 제작진이 행오버에 시달리면 재미 없어진다.

최근에 공개된 '007 스펙터'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트레일러를 두고서도 여러 말이 오갔다. 적어도 트레일러 대결에선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 이겼다는 의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트레일러는 어떠한 성격의 영화에 대한 예고편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제작된 반면 '007 스펙터'의 티저 트레일러는 무슨 영화의 예고편인지 쉽게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일각에선 '007 스펙터' 티저 트레일러가 "역대 007 시리즈 중 가장 지루한 예고편"었다고 혹평한다. 007 제작진은 트레일러를 통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살리려 했으나 "007 시리즈 예고편이 왜 저렇게 되었나"를 지적받고 있다. 어둡고 진지한 톤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달라진 것을 다 이해하더라도 이런 스타일의 예고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영화관에서 '007 스펙터' 티저 트레일러가 상영되자 "Wha~?" 하면서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관객들도 있었다.

다음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트레일러.


다음은 '007 스펙터' 티저 트레일러.


007 제작진은 유치한 미스테리 낚시질을 그만 두고 액션 씬이 풍부하게 들어간 풀버전 트레일러를 빨리 공개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아울러, 007 제작진은 "어둡고 진지하다"는 특징만 내세우며 007 시리즈를 지나치게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건 아닌지도 숙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거리를 두면서 시리즈를 'REFRESH'하려던 것까지는 항상 해오던 것이므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에 와선 'REFRESH'가 아닌 'REBOOT'으로 너무 지나치게 나아간 게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더욱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고 오피셜 007 시리즈는 'SOMETHING ELSE'처럼 보일 정도가 됐다면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KILL BOND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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