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클루니가 갑자기 여름철 영화로 돌아왔다. 그가 디즈니의 어린이용 SF-판타지 영화 '투모로랜드(Tomorrowland)'에 출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투모로랜드'는 어떤 영화일까?
디즈니랜드에 있는 테마랜드에서 영감을 얻은 '투모로랜드'는 브래드 버드(Brad Bird) 감독이 연출한 SF-판타지 영화이다. 스크린플레이는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로 유명한 데이먼 린들로프(Damon Lindelof)와 브래드 버드가 맡았으며, 음악은 '라타투이(Ratatouille)',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등 브래드 버드가 연출한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맡았다.
영화 '투모로랜드'는 1964년 발명가를 꿈꾸던 어린 소년 프랭크(토마스 로빈슨)가 다른 차원의 세계 존재하는 미래의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인재들을 미래의 세계 '투모로랜드'로 리쿠르트하는 임무를 띤 소녀 아티나(라피 캐시디)가 프랭크에게 '투모로랜드'로의 초대장 격인 동그란 핀을 건네고, 영문도 모른 채 핀을 단 프랭크는 '투모로랜드'로 이동하게 된다. 프랭크가 '투모로랜드'로 떠난지 50년이 지난 이후 나사(NASA)에 근무하는 아버지를 둔 여고생 케이시(브릿 로버트슨)도 우연한 기회에 '투모로랜드'로의 초대장인 동그란 핀을 입수하게 된다. 아티나가 이번엔 케이시를 리쿠르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지난 60년대처럼 평화롭지 않다. 안드로이드들이 케이시와 아티나를 추격하는 것. 이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케이시와 아티나는 중년으로 성장한 프랭크(조지 클루니)를 찾아간다. '투모로랜드'에서 추방당한 프랭크는 전쟁과 기후 변화 등으로 미래에 발생할 대재앙과 인류 멸망을 막을 방법을 찾기 위해 케이시, 아티나와 함께 다시 '투모로랜드'로 돌아가기로 한다...
어릴 적 프랭크가 등장하는 첫 부분은 맘에 들었다. 어린 프랭크가 젯팩을 타고 멋진 비쥬얼의 '투모로랜드'를 날아다니는 씬은 마치 SF-판타지 비디오게임의 세계로 날아들어간 듯 한 느낌을 줬다. 그러나 케이시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전쟁,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등 현재진행형 이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었다. 어린이용 SF-판타지 영화에서 굳이 그런 이슈를 다룰 필요가 있는지 궁금했다.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였다면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즐겨야 할 어린이용 SF-판타지 영화에 전쟁과 지구 온난화 이슈가 나오자 낭만과 에스케이피즘(Escapism)이 일부분 날아가버렸다. 리버럴 성향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와 지구 온난화 이슈가 만난 영화다 보니 리버럴 어젠다를 심어놓은 어린이용 영화가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가 "희망"과 "긍정적인 사고"라는 점에 맞춰 현존하는 암울한 이슈를 이겨내자는 의미로 이해되기도 했지만, 어린이용 SF-판타지 영화에서 굳이 현실적인 이슈를 다룰 필요가 있었는가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었다.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를 그대로 유지하되 어린이용 SF-판타지 영화라는 점에 맞춰 판타지 세계의 이슈에 빗대 은유적으로 표현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러나 '투모로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마지막 파트에 있었다. 1막과 2막까지는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했으나 3막으로 접어들면서 영화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판타지 애니메, 비디오게임 수준의 스토리였으므로 크게 대단할 것은 없는 줄거리였어도 제법 즐길 만했는데, 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무조건 사악한 일차원적인 악당이 아니라 다소 철학적이고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을 펴는 흥미로운 악당 캐릭터를 등장시키기 위해 제작진이 신경을 쓴 것까진 좋았으나 거기에 맞추기 위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말이 나온 것 같았다. 판타지 쟝르의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게임에서 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악당 캐릭터를 묘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그럴싸한 대사만 있었을 뿐 마무리 파트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 '투모로랜드'도 잘 나가다 마지막에 가서 흐지부지 되는 영화 중 하나였다.
반면 출연진은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어린이용 영화와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 조지 클루니가 연기한 프랭크는 어린이용 영화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크게 어색해보이지 않았으며 영화의 무게를 잡아줬다. 클루니 덕분에 '투모로랜드'가 어린이용 여름철 블록버스터가 아닌 어딘가 색다른 데가 있는 영화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줬는지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지 몰라도, 클루니 효과와 존재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투모로랜드'의 리더, 닉스 역을 맡은 영국 영화배우 휴 로리(Hugh Lauri)도 카리스마 넘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으며, 클루니와 함께 등장할 때마다 시선을 끌었다. 클루니와 로리 모두 미국 TV 시리즈에서 의사로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배우가 함께 영화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투로모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2명의 여배우다. 미국 여배우 브릿 로버트슨(Britt Robertson)은 포기라는 걸 모르는 당찬 말괄량이 기질이 농후한 여고생 케이시 역에 아주 잘 어울렸고, 영국의 아역 배우 라피 캐시디(Raffey Cassidy)도 '투모로랜드'의 리쿠르트 에이전트, 아티나 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투모로랜드'의 가장 큰 수확은 조지 클루니와 함께 공동 주연을 맡은 바로 이 2명의 어린 여배우들이 아닌가 싶다.
음악도 만족스러웠다. 요즘 영화의 배경음악은 대부분 일부러 들으려 해도 곡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인데, 마이클 지아키노가 스코어를 맡은 영화를 보면 일부러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쏙쏙 들어온다. '투모로랜드'의 음악도 예외가 아니었다. 요즘 활동하는 영화음악 작곡가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투모로랜드'는 예상보다는 볼 만한 영화였다. 정확하게 무엇에 관한 영화인지 많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봤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의외로 과히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PG 레이팅을 받은 어린이용 영화로 알려지면서 그만큼 더욱 기대치를 낮게 잡았었는데, 영화가 길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대단히 만족스럽진 않았으며 이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도중에 흥미를 잃고 늘어지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주 잘 된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주 못봐줄 정도의 영화 역시 아니었다. 어린이용 영화라서 너무 유치한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으며, 대체적으로 즐길 만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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