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이 나와서 말이 잘 안 되는 듯한 설명을 하는 경우가 간혹 눈에 띈다.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 연출을 맡은 영국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도 그 중 하나다.
샘 멘데스는 007 시리즈가 지난 '스카이폴(Skyfall)'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 "리부트"되었다고 밝혔다고 미국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전했다.
리부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샘 멘데스는 007 시리즈가 '스카이폴' 마지막에 "리부트"되었으며, '스펙터'는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007 시리즈가 리부트됐다는 멘데스의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자료들에 따르면 '007 스펙터'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alce)', '스카이폴' 등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세 편의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세 편의 영화에서 본드가 휘말렸던 사건의 배후에 모두 스펙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는 줄거리다. 뿐만 아니라, '스카이폴'에서 사망한 M(주디 덴치)도 등장한다. '007 스펙터'는 M이 남긴 비디오 메시지를 보고 본드가 사건을 풀어간다는 줄거리다.
이쯤되면 '스펙터'는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라기 보다 '스카이폴'과 줄거리가 연결되는 속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세 편과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범죄조직 스펙터를 갖다붙인 게 '스펙터'의 줄거리다.
그런데 뭐가 리부트라는 얘기일까?
곧 개봉할 '스펙터'부터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줄거리가 스펙터 쪽으로 시프트할 것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리부트"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스카이폴' 마지막 부분에 M이 새로운 배우로 교체되었으며,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들어서 처음으로 MI6 오피스 멤버들이 모두 제 위치로 돌아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한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리부트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007 시리즈가 리부트됐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세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관련된 줄거리와 캐릭터가 '007 스펙터'에 다시 등장하는데 무엇이 리부트라 할 만큼 새롭게 달라졌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리부트"라고 하려면 하다못해 전편과의 연결성 정도라도 끊어놨어야 하지 않았을까? '스펙터'의 마지막에서 리부트가 된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도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리부트됐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스펙터'에선 건배럴 씬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처음으로 영화의 맨 처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새출발" 타령이 왠지 나올 것 같았으므로 크게 놀라울 것은 없다. 또한 '007 스펙터'가 지금까지 나온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완결하는 성격을 띤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한 해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리부트"와는 거리가 있는 시리즈인데, 멘데스가 굳이 "리부트"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멘데스의 아리송한 멘트는 계속됐다.
멘데스는 곧 개봉할 '007 스펙터'가 제임스 본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퍼 스파이가 되는 데 영향을 준 과거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카지노 로얄'이 개봉했을 당시엔 '제임스 본드 비긴스'라는 소리가 나돌더니, 이번엔 '제임스 본드 오리진'이 나왔다.
물론 아주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007 스펙터'에 제임스 본드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나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007 스펙터'는 본드의 과거사 이야기를 빌려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새로 소개하는 줄거리다. '007 스펙터'는 '스펙터 비긴스' 또는 '스펙터 오리진'이라 해야 정확하다. 본드와 블로펠드를 어렸을 적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로 설정하면서 본드의 과거사를 끌어들인 건 사실이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블로펠드와 스펙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본드의 과거사보다 스펙터의 탄생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영화에서 본드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춘다는 자체가 이전의 007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부분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드의 과거사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갖다붙인 것을 놓고 '제임스 본드 오리진'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비긴스', '오리진'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트렌드를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007 시리즈와 뒤섞이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007 시리즈 제작진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 열광하는 청소년 팬들을 노린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007 시리즈가 지나치게 코믹북 수퍼히어로를 닮아가고 있어서 007 시리즈를 논하면서 '비긴스', '오리진' 등의 단어가 튀어나오는 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비긴스", "오리진", "리부트" 타령을 할 때 이미 넌더리가 난 상태였는데, 뒤늦게 007 시리즈까지 똑같은 단어를 중얼거리니까 보기에 좋지 않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목표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007 제작진이 청소년 층과 소통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드팬들의 연령대가 코믹북 수퍼히어로 팬보다 높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샘 멘데스는 007 시리즈가 지난 '스카이폴(Skyfall)'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 "리부트"되었다고 밝혔다고 미국 연예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전했다.
리부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샘 멘데스는 007 시리즈가 '스카이폴' 마지막에 "리부트"되었으며, '스펙터'는 새로운 스토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Bond has been rebooted at the end of the movie,” Mendes says. “This is only the beginning of the story.” - Entertainment Weekly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007 시리즈가 리부트됐다는 멘데스의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자료들에 따르면 '007 스펙터'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alce)', '스카이폴' 등 지금까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세 편의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세 편의 영화에서 본드가 휘말렸던 사건의 배후에 모두 스펙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는 줄거리다. 뿐만 아니라, '스카이폴'에서 사망한 M(주디 덴치)도 등장한다. '007 스펙터'는 M이 남긴 비디오 메시지를 보고 본드가 사건을 풀어간다는 줄거리다.
이쯤되면 '스펙터'는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라기 보다 '스카이폴'과 줄거리가 연결되는 속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세 편과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범죄조직 스펙터를 갖다붙인 게 '스펙터'의 줄거리다.
그런데 뭐가 리부트라는 얘기일까?
곧 개봉할 '스펙터'부터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줄거리가 스펙터 쪽으로 시프트할 것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리부트"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
'스카이폴' 마지막 부분에 M이 새로운 배우로 교체되었으며,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들어서 처음으로 MI6 오피스 멤버들이 모두 제 위치로 돌아갔다는 점도 평가할 만한다. 하지만 이것만 놓고 "리부트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007 시리즈가 리부트됐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지난 세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관련된 줄거리와 캐릭터가 '007 스펙터'에 다시 등장하는데 무엇이 리부트라 할 만큼 새롭게 달라졌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리부트"라고 하려면 하다못해 전편과의 연결성 정도라도 끊어놨어야 하지 않았을까? '스펙터'의 마지막에서 리부트가 된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도 '스카이폴' 마지막에서 리부트됐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스펙터'에선 건배럴 씬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처음으로 영화의 맨 처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새출발" 타령이 왠지 나올 것 같았으므로 크게 놀라울 것은 없다. 또한 '007 스펙터'가 지금까지 나온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완결하는 성격을 띤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한 해명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007 시리즈가 "리부트"와는 거리가 있는 시리즈인데, 멘데스가 굳이 "리부트"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멘데스의 아리송한 멘트는 계속됐다.
멘데스는 곧 개봉할 '007 스펙터'가 제임스 본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수퍼 스파이가 되는 데 영향을 준 과거의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The Bond creation myth never happened,” Mendes says. “I felt there was an opportunity there: What made him? And who were the people who affected him along the way? You’re sort of telling the story backwards of how Bond became Bond.” - Entertainment Weekly
'카지노 로얄'이 개봉했을 당시엔 '제임스 본드 비긴스'라는 소리가 나돌더니, 이번엔 '제임스 본드 오리진'이 나왔다.
물론 아주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007 스펙터'에 제임스 본드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나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자료에 따르면 '007 스펙터'는 본드의 과거사 이야기를 빌려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새로 소개하는 줄거리다. '007 스펙터'는 '스펙터 비긴스' 또는 '스펙터 오리진'이라 해야 정확하다. 본드와 블로펠드를 어렸을 적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로 설정하면서 본드의 과거사를 끌어들인 건 사실이지만, 영화의 줄거리는 블로펠드와 스펙터가 어떻게 탄생했는가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본드의 과거사보다 스펙터의 탄생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영화에서 본드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춘다는 자체가 이전의 007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부분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드의 과거사에 스펙터와 블로펠드를 갖다붙인 것을 놓고 '제임스 본드 오리진'이라고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비긴스', '오리진'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트렌드를 연상케 하는 단어들이 007 시리즈와 뒤섞이는 자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007 시리즈 제작진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에 열광하는 청소년 팬들을 노린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 007 시리즈가 지나치게 코믹북 수퍼히어로를 닮아가고 있어서 007 시리즈를 논하면서 '비긴스', '오리진' 등의 단어가 튀어나오는 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비긴스", "오리진", "리부트" 타령을 할 때 이미 넌더리가 난 상태였는데, 뒤늦게 007 시리즈까지 똑같은 단어를 중얼거리니까 보기에 좋지 않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목표 관객층에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007 제작진이 청소년 층과 소통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드팬들의 연령대가 코믹북 수퍼히어로 팬보다 높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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