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3일 토요일

도널드 트럼프가 최악의 여름 보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다

거친 표현으로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미국 메이저 언론들로부터 매일같이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대부분 좌파-리버럴 성향이라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현상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계속해서 논란 거리를 생산한 것도 사실이므로 언제나 일방적으로 민주당 편을 드는 미국 메이저 언론 탓만 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트럼프 바로 자신"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트럼프는 '제발등 찍기' 종목 금메달감으로 꼽힌다.

그러나 트럼프가 바른 말을 한 것까지 막말로 몰아가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트럼프가 전사자 부모를 공격한 건 분명히 잘못됐다. 전사자 부모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민주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면서 트럼프를 비판했더라도 트럼프는 전사자 부모를 공격하지 말았어야 했다.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이 뱅가지 사태에 사망한 유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하고서도 되레 유가족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인터뷰를 한 게 전해지면서 보수계로부터 맹공을 받았다는 점을 눈뜨고 봤으면서도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미군의 부모에게 반격을 했다는 건 트럼프의 성격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먼저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상대방이 공격을 해오면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고 했으나, 상대를 봐가면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기술도 연마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펀치를 날리면 망나니일 뿐이다. 짜증날 정도로 엄격해지고 표현의 자유까지 억압하는 'Political Correctness'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데엔 공감하지만, 트럼프의 방식은 절대로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항상 터무니 없는 막말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표현이 약간 거칠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지 몰라도, 틀리지 않은 말도 많이 했다. 국경 문제, 불법 이민 문제, 중동 난민과 테러리즘 문제 등은 트럼프가 제시한 해결 방안이 불만족스러울 수는 있어도 그런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각오와 의지 자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트럼프가 국경, 이민, 난민 문제를 꺼내면 좌파-리버럴 언론들은 인종차별, 종교차별 쪽으로만 몰고 간다. 자기네들과 생각이 다르면 반동으로 몰고 공격하는 게 좌파-리버럴들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멕시코 마약 운반책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펜스를 쉽게 월담하는 모습이 멕시코 TV 카메라에 잡히고, 미국에서 여러 차례 추방당했던 불법체류자가 다시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해 살인 등 강력 사건을 저지르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주에서도 IS 추종자들에 의한 태러사건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경, 이민, 난민 문제를 해결하지 말고 손을 놓으라는 건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허술한 국경 경비로 범죄자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도 쉽게 미국으로 침투할 수 있고, 불법체류자가 미국에서 살인 등 강력 사건을 저질러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한 상태이며, 시리아 난민 틈에 테러리스트가 끼어있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마당에 어떻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반드시 장벽을 쌓을 필요는 없고, 미국내 불법체류자를 모두 추방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며, 당분간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불허할 필요성도 낮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공약은 국경, 불법 이민, 중동 난민과 테러리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많은 미국인들도 해결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으므로 트럼프의 말이 약간 우스꽝스럽게 들려도 큰 틀에서 볼 땐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의 표현이 거칠어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디테일로 들어가면 의견차가 생겨도 방향은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아도 트럼프가 노련한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주며, 트럼프의 문제점은 차차 보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 전부가 비이성적으로 트럼프에 열광하는 광신도들인 건 아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맘에 들지 않는 점이 많아도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라고 낙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된다. 그러므로 막말 논란에 영향받지 않고 트럼프에 베팅하는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오바마 IS 창설론'도 트럼프의 말이 맞다.

IS가 생겨나는 데 오바마의 책임이 크다는 의미라는 사실을 놓치는 사람들은 얼마 없다. 오바마는 자신이 주도한 이라크 철군 이후 발생한 혼란과 IS 창설도 그의 책임이 아니라 이라크전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IS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공화당에게도 JV(Junior Varsity) 팀에 불과한 아마추어 테러집단에 너무 오버한다면서 IS 위협을 과소평가한 바도 있다. 너무 이른 이라크 철군으로 발생한 이라크 혼란 사태의 책임을 피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에도 반대했으나 일단 군사 개입을 했으면 서둘러 철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건 맞는 말이다. 부시가 사고를 쳤더라도 일단 일이 벌어졌으면 수습될 때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반전 여론을 타고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모든 책임을 부시에게 전가하면서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이라크 철군을 너무 서두른 바람에 지금의 IS 사태로 악화됐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여론조사 결과에 대규모 지상군 해외 파병 반대, 해외 분쟁 군사 개입 반대 등 전쟁피로감이 묻어나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해외 분쟁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해 전투까지 벌이는 걸 더이상 원하지 않는 미국인들이 늘어났다. 공화당의 네오콘이 밀려났다고도 한다. 트럼프 지지자들도 국제 이슈보다 미국내 이슈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자유당(Libertarian)도 미국의 해외 분쟁 군사 개입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의 너무 이른 이라크 철군이 더욱 큰 골칫거리를 만들었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

미국 보수층 일각에선 오바마가 부시와 공화당을 안좋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일부러 이라크 전쟁을 망쳐놓은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1년 365일 내내 선거모드인 오바마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한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는데도 오바마가 부시 탓을 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걸 보면 아주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오바마 IS 창설론'은 막말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막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비판은 문제될 게 없다. 이 정도 가지고 칭얼대는 건 엄살이다. 보수 성향 미국 영화인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의 말대로, 'PUSSY GENERATION'에 사는 게 맞는 듯 하다.

"Secretly everybody's getting tired of political correctness, kissing up. That's the kiss-ass generation we're in right now. We're really in a pussy generation. Everybody's walking on eggshells. We see people accusing people of being racist and all kinds of stuff.
(중략)
All these people that say, "Oh, you can't do that, and you can't do this, and you can't say that." I guess it's just the times." - Clint Eastwood


그러나 '소수 약자'라는 점을 무기로 사용하려 하고, 이런 사람들을 자신의 지지자로 끌어들이려는 데 혈안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Political Correctness'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바로 자신들 때문에 'Political Correctness'에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그들이 겉으로나마 편들어 준다던 '소수 약자'가 되레 타겟이 된다는 점 또한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현실감각이 없는 좌파-리버럴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탄생시킨 주역이라는 사실도 이들은 결사적으로 부정한다. 오바마가 IS 창설자라면 좌파-리버럴은 트럼프를 만들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부시가 집권하던 10년 전에도 백인들의 불평등 불만이 감지되었는데, 그 땐 어디가서 다 뭘 하다가 이제 와서 모든 걸 "흑인 대통령 탄생에 자극받은 백인들의 반발"로 몰고 가는지 한심할 뿐이다. 맛을 봐야 맛을 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백인이 세운 나라에서 살면서 모든 걸 백인 탓으로 돌리는 걸 백인들이 어디까지 참고 응석을 받아줄 것이라 생각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실컷 기어오르다 백인이 반응을 보이면 "관용"을 외치는 것도 한심스럽다. 이런 한심한 작자들이 많으니까 트럼프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트럼프 러시안 에이전트' 주장도 코믹하긴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외교 공약에 물음표가 많이 붙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트럼프를 '러시안 에이전트'로 몰 입장이 못된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친-러시아 행보를 비판하고 있으나, 지난 2012년 대선에선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냈던 게 바로 민주당이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Mitt Romney)가 러시아를 가장 큰 지정학적 위협이라고 하자 오바마는 롬니가 80년대식 냉전 논리를 편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대선에선 거꾸로 민주당 측이 트럼프를 '러시안 에이전트'라고 했다. 힐러리 지지를 선언한 전직 CIA 국장 마이클 모렐(Michael Morell)은 트럼프를 "푸틴에게 포섭된 에이전트"라고 했다.

물론 일리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밋 롬니가 러시아를 위협이라고 했을 땐 왜 아무 소리도 안 했을까? 결과적으로 밋 롬니가 선견지명이 있는 정치인이었다는 걸 4년 뒤에 민주당 측에서 확인해준 꼴이 됐다.


또한, 좌편향-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미국 메이저 언론들이 매일 같이 트럼프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도 별 효과가 없다.

이런 일방적인 공격은 되레 트럼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수 성향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 "몇몇 보수 언론을 제외한 나머지 메이저 언론들이 전부 좌편향이라서. 일방적으로 트럼프만 공격한다"는 거부감이 퍼지면 보수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지지 여부를 떠나 대다수의 미국 보수층은 미국 메이저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부는 아예 영국 뉴스가 더 공정하게 보도한다며 미국 언론을 외면하고 영국 뉴스만 보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 정도로 미국 메이저 언론의 신뢰도가 낮으며,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고 있다.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가 매년마다 CNN 등 경쟁사를 제치고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시청률 1위를 달리는 이유도 좌파-리버럴 성향의 미국 메이저 언론만 봐선 균형감 있는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많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보수층에도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연일 트럼프를 비판하는 미국 메이저 언론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트럼프도 싫지만 편향적인 미국 메이저 언론들은 더 꼴보기 싫다"고 한다. 절대 트럼프를 찍는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도 매일 같이 트럼프를 비판하는 미국 메이저 언론들을 보면서 "구역질난다"고 한다. 매일 같이 공화당을 비판하는 미국 메이저 언론에 이미 넌더리가 나있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이 많은 것이다. 트럼프가 아닌 다른 정치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더라도 불공평한 미국 메이저 언론의 일방적인 공화당 후보 공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아니라 테드 크루즈(Ted Cruz),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또는 존 케이식(John Kasich)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더라도 좌파-리버럴 성향의 미국 메이저 언론들의 태도는 지금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미 '좌편향' 딱지가 붙은 미국 메이저 언론이 트럼프를 일방적으로 신나게 때려봤자 미국 보수층은 트럼프 지지 여부와 상관 없이 거부감을 드러낼 뿐이다. 오히려 트럼프를 싫어하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까지 "좌파 미국 언론 설쳐대는 꼴 보기 싫어서라도 트럼프를 찍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도록 만들 수 있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보다 그밖의 다른 미국내 주요 이슈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엔 그가 대통령감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현재로썬 트럼프를 찍는 수밖에 없다면서 보수층의 단결을 호소하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도 많다. 이번 대선이 대법원 등 여러 문제와 겹쳐진 만큼 트럼프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인물을 보지 말고 트럼프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경선을 거치면서 미국 보수층은 트럼프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졌으나,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진 확정되자 트럼프에 비판적이던 상당수의 사람들도 "이젠 더이상 선택의 여지 없이 트럼프를 밀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바람에 "배신자" 소리가 오가는 등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돼 많은 것을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보수 성향 미국인들이 상당히 많은 건 사실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트럼프에 투표할 사람들이 은근히 많을 수도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미 이런 점을 이용해 보수표를 결집시키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Hilary Clinton)이 당선되면 총기 규제가 강화될 뿐 아니라 2A(2nd Amendment)도 날아갈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맘에 들지 않더라도 트럼프를 반드시 찍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런 기류는 미국 연방 대법원 판사가 사망한 직후부터 감지됐다. 당시엔 공화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았지만, 보수 성향 미국인들은 보수 성향 대법원 판사,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 사망 직후부터 "이번 대선은 인물을 보고 뽑는 선거가 더이상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좌파 성향 판사가 후임으로 임명되면 대법원도 함께 왼쪽으로 기울 것이며, 이렇게 되면 총기 소지를 비롯해 미국 보수층이 지키고자 하는 여러 가지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최근 들어 말실수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가뜩이나 껄끄럽던 공화당과의 관계도 더욱 악화되는 등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으나 "만약 힐러리가 당선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며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 지지자들을 겁주고 있다. 트럼프가 직접 자신의 낙마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그가 자신감을 잃어서가 절대 아니다. 힐러리가 당선되면 총기 소지 권리 등 미국 보수계가 지키고자 하는 여러 가지가 날아갈텐데 어떻게 할 거냐고 공갈(?) 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 대법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걸렸는데 안티-트럼프 공화당 지지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지는 것이다. 트럼프가 너무 싫어서 다른 것을 잃을 각오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안티-트럼프 보수 성향 미국인들에게 묻는 것이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도 총기 소지 권리를 지키려면 트럼프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보수 성향 미국인들이 총기 소지 권리를 지키고자 하고 총기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힐러리가 당선돼 대법원까지 왼쪽으로 기울어진다"는 씨나리오는 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씨나리오다. 따라서 트럼프 측의 협박(?)이 어느 정도 먹혀들 가능성이 있다. 물론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지 않는 좌파-리버럴 성향 유권자들에겐 아무런 효력이 없는 협박이지만, 보수 우파 성향 유권자들에겐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스캘리아 판사가 사망한 지난 2월부터 미국 보수계에선 "이번 대선은 인물을 보고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이므로 "나를 싫어하는 보수층 유권자들도 나를 찍는 게 더 나을 것 같지 않느냐"는 트럼프의 공갈이 통할 수 있다.

그래도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더 골치아파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상상해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술취한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기분도 든다. 트럼프가 워낙 열심히 제발등을 찍는 바람에 발등이 남아나지 않아서 이제부턴 그의 딸 이방카가 업고 뛰어야 하는 게 아니냔 생각도 든다. "트럼프는 싸구려 포퓰리스트일 뿐 진정한 보수주의자가 아니다"라는 사람들도 많으며, "가짜 보수주의자가 공화당을 하이재크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미국 보수층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민주당 vs 민주당'이라고 한다. 몇 가지를 제외하곤 트럼프의 공약 대부분이 민주당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표현이 거칠어도 바른 말을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많다.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트럼프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힐러리가 보다 안정적인 대통령감으로 보일 수 있지만,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트럼프 같은 사람이 나서야 골치아픈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트럼프가 새로운 공화당 표를 많이 끌어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민주당에 질질 끌려다니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공화당에 이골이 난 보수 성향 미국인 중 상당수가 트럼프에 희망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온건 성향 공화당 대선 후보가 연달아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거친 트럼프 스타일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언론들이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트럼프 관련 논란과 말실수엔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쓸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보수 성향 미국인들에게 "트럼프와 힐러리 중 누가 맘에 드나" 질문하면 "둘 다 싫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트럼프와 힐러리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이란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미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 중 "트럼프가 싫어서 힐러리를 찍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트럼프에 매우 비판적인 보수 성향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와 힐러리를 동시에 비판하지 "트럼프가 싫으니 힐러리를 찍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아무리 싫어도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것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티-트럼프 미국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누가 당선되든 상관하지 않고 기권을 했으면 했지 힐러리를 찍을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트럼프가 계속 논란을 만들 뿐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일부 표가 이탈할 순 있어도 그것이 전부 힐러리로 갈 것을 기대하는 건 오산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보수층이 트럼프 쪽으로 뭉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되며, 앞뒤 가리지 않고 트럼프를 공격하는 미국 메이저 언론들이 되레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이미 일부 미국 보수 언론들은 미국 메이저 언론들의 편파적인 대선 보도를 비판하면서 보수층 유권자의 분노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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