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2일 목요일

"힐러리" 하면 "이메일"이 제일 먼저 - 트럼프는 대표적인 토픽 없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을 맹렬히 추격 중이다. 이번 대선이 힐러리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생각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가 열성적인 지지층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까지 쓸어담으면서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9월 중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상 선거인단 확보에서도 트럼프(243)가 힐러리(242)를 역전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맹추격하는 게 사실이더라도 선거인단 확보에선 힐러리가 변함없는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도 이젠 다시 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서부와 북동부 주에선 힐러리가 앞서고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인 남부와 중부 지역에선 트럼프가 앞서는 건 뉴스 거리가 아니지만, 경합 주에 속하는 펜실배니아와 미시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트럼프가 맹렬하게 추격해도 선거인단 지도를 업데이트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로이터의 결과를 보면 지도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는 듯 하다.

9월21일 폭스 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가 경합 주인 네바다, 노스 캐롤라이나, 오하이오에서 모두 앞선다고 한다. 이처럼 매일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보면 어느 한편의 일방적인 우세를 논할 때가 지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매일같이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없다. 여론조사가 저렇게 나오더라도 현재로썬 힐러리가 선거인단 270명을 수월하게 확보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 최근엔 트럼프도 충분히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힐러리보다는 270명을 확보하는 길이 험난할 것이라는 덴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힐러리를 지지하는 좌파 언론들이 이미 힐러리가 다 이긴 것처럼 핑크빛 기사들을 내보내며 '트럼프 돌풍'을 애써 외면하려 했다는 것이다.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고 "선거인단 대결에서 절대 지는 일 없다"며 승리 확신을 외치는 데만 열중했다. 이젠 선거인단 확보전에서도 힐러리의 우세가 꺾이는 추세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데도 여전히 "선거인단" 타령을 반복하는 자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 양측 전문가들 모두 이런 식의 어린 아이 같은 보도 행태가 '트럼프 돌풍'을 더 키운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돌풍'의 주된 동력원이 다름 아닌 한심한 언론들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비판을 받을 수록 더욱 강해지고, '트럼프 돌풍'도 과소평가할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걸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현재 열세에 몰린 힐러리가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한다는 평이 따르고 있다. 룰이라는 자체가 없는 트럼프를 상대로 펀치를 주고받는 공방전을 펼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일부 미국 정치 애널리스트들은 "권투선수인 힐러리가 MMA 선수인 트럼프와 싸우는 셈"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힐러리가 노련한 권투선수일 수는 있어도 발과 주먹을 모두 사용하는 MMA 선수인 트럼프와 붙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격차가 점점 좁혀지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 좌파 언론들은 광적으로 트럼프를 끌어내기리 위해 발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CNN 등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언론들이 트럼프 관련 의혹들을 쏟아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별 효과가 없다. 트럼프 관련 의혹을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사들이 정해져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니 이젠 사람들은 "트럼프 관련 의혹 기사를 보고 처음엔 혹시나 했는데 출처가 어딘가 보니까 믿을 게 못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바른 의혹을 제기한 것이더라도 매일같이 저 모양으로 구니까 이젠 아예 무시를 해버리는 것이다. 트럼프의 큰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난민을 스키틀스 캔디에 비유한 것을 놓고도 의미 해석은 접어놓고 "트럼프 아들이 난민을 캔디에 비유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니 누가 이런 언론사 기사를 읽으려 하겠나 궁금하다.

일각에선 트럼프 주니어에 앞서 "캔디에 비유하기"를 먼저 사용한 것이 다름아닌 페미니스트 집단이었다는 점을 들면서, 그 때엔 "남성은 캔디가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비판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때는 잠잠하다 왜 이번에만 난리를 치냐는 얘기다.

페미니스트 집단이 남성을 캔디에 비유한 건 괜찮고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시리아 난민을 캔디에 비유한 건 천벌받을 '막말'인가.


갤럽 조사 결과를 봐도 힐러리 측과 편파적인 좌파언론들이 진행한 트럼프 공격이 적어도 현재까지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9월19일 발표한 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들은 힐러리 관련 토픽은 "이메일(e-mail)"이 압도적이었으며, 그 뒤를 이어 "거짓말(lie)", "건강(health)", "연설(speech)", "스캔들(scandal)", "재단(foundation)" 순이었다고 한다.  "연설"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부정적인 토픽으로 채워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는 한가지 토픽으로 쏠림 현상이 없었고, "연설(speech)", "대통령(president)", "이민(immigration)", "멕시코(Mexico)", "컨벤션(convention)", "캠페인(campaign)", "오바마(Obama)"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트럼프 관련 토픽은 대선 캠페인 관련 키워드가 전부일 뿐 부정적인 토픽은 없었다.

갤럽은 힐러리 진영이 트럼프를 여러 차례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하면 "이메일"이 따라붙는 것처럼 트럼프를 따라붙는 부정적인 토픽이 없다고 전했다.

"Though Clinton has attacked Trump on several issues related to his character, no specific words representing negative traits have "stuck" to Trump the way the word "email" has to Clinton." - Gallup


트럼프는 이런저런 의혹과 스캔들이 워낙 많아서 공격 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런 것들이 다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좌파 언론과 힐러리 측이 트럼프의 구린 부분을 들춰내는 데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런 게 별 효과가 없는 걸까?

미국 보수 언론들은 미국 좌파 언론들이 만사 제쳐두고 트럼프 헐뜯기에 나섰다고 비판한다. 트럼프 상승세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물고 늘어지고 본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를 상대로 이런 공작이 먹혀들겠는지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다. 트럼프는 이상할 정도로 비판을 받을수록 강해지고, 어느 정도 깊은 상처를 입혔다고 생각해도 금세 회복하기 때문에 - 그래서 '데드풀(Deadpool)'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 트럼프를 상대로 난타전, 비방전을 해서 승산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각에선 "난타전"은 트럼프 전문이라서 똑같이 맞붙으면 트럼프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좌파 언론과 힐러리 측은 다혈질인 트럼프의 성미를 건드려 제발등을 찍도록 유도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도 이 사실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트럼프가 또 실수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만, 과거 공화당 경선에서 했던 만큼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좌파 언론과 힐러리 측은 사소한 트윗 또는 말실수를 걸고 넘어지면서 "제발등찍기 재발"이라고 크게 떠드는 방법을 쓸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수법을 이미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좌파들끼리 아르릉거리는 데 그쳤을 뿐이다. 갤럽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힐러리엔 "이메일" 등 부정적인 딱지가 많이 따라다니는 반면 트럼프엔 "인종차별" 같은 부정적인 딱지가 붙지 않았다. 좌파들이 열심히 그런 딱지를 붙이려 노력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좌파들의 공격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트럼프에겐 이런 공격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트럼프를 무너뜨릴 최대 약점은 "제발등 찍기" 하나밖에 없다는 말이 우스겟 소리가 아닌 듯 하다.

어찌됐든 트럼프가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9월 상승세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점진적인 상승세를 탈 것인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대결이 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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