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9일 수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 역시 불가능이란 없었다

불가능이란 없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제 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선거 바로 전날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에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으나, 대선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많은 사람들은 정치 경험이 풍부한 힐러리 클린턴을 대선에서 꺾을 공화당 후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트럼프가 쟁쟁한 공화당 정치인들을 제치고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 힐러리 클린턴을 꺾었다.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많은 공화당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 공화당 주류들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쟁쟁한 공화당 주지사, 상원의원들을 제치고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뽑힌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치였다. 트럼프가 경선을 통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유는 공화당 주류의 무능함에 지친 미국인들이 고만고만한 온건-중도-우파 공화당 주류로는 정권 교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능한 공화당 정치인들을 버리고 "아웃사이더"를 선택하는 어려운 베팅을 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네버 트럼프" 공화당 주류, 빌 크리스톨(Bill Kristol)은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쟁쟁한 공화당 정치인들을 모두 꺾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과소 평가했으며, 무능한 공화당에 분노한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하면서 사실상 "공화당은 트럼프만도 못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은 외면했다.

빌 크리스톨 뿐 아니라 여러 이유를 들면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공화당 주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지지를 주저하는 공화당원들도 함께 늘어났다. 공화당 경선 때 테드 크루즈(Ted Cruz)를 지지했던 보수 논객, 글렌 벡(Glenn Beck)도 "네버 트럼프" 팀에 합류했다.

이렇게 공화당이 분열되는 바람에 트럼프는 힐러리와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의 "네버 트럼프" 세력도 상대해야 하는 어려운 싸움을 벌이게 됐다.

따라서 단결력이 좋은 민주당을 상대로 분열된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힐러리도 신뢰도와 호감도가 낮은 스캔들 투성이의 정치인이었으므로 공격할 거리가 많았다. 그러나 트럼프 또한 골칫거리가 풍부한 양반이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기간 중 여러 과격한 발언들로 비판을 받아왔으며, 과거 방탕한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시절에 했던 여러 부적절한 말들까지 대선 타이밍에 맞춰 공개됐다. 민주당은 힐러리가 여성이고 트럼프가 "알파 메일(Alpha Male)" 스타일이란 점을 이용해 "여성 카드"로 집중 공격하면서 트럼프의 여성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작전을 폈다. 민주당이 지난 번엔 첫 번째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인종 카드"를 썼으므로 이번엔 첫 번째 여성 대통령 탄생을 내세우며 "여성 카드"를 휘두를 것을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잡한 여자 관계로 유명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니 민주당 진영에선 얼씨구나 했을 것이다. "여성 카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휘두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좌파-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기로 소문난 미국 메이저 언론들까지 거진 이성을 잃은 듯 트럼프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CNN, ABC, NBC, CBS 등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과 방송사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편파적이고 적대적인 기사를 쉬지 않고 쏟아댔다. 메이저 언론들이 눈에 바로 띌 정도로 비정상적인 편파 보도를 해서 얻을 게 전혀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미국 메이저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적대감을 까놓고 드러내면서 거꾸로 자신들의 편파 보도를 정당화시키려 했다. 미국 언론계 내에서도 "이유가 무엇이든 편파 보도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는 자성적인 목소리가 들렸으나 이성을 잃은 수준 미달의 기자들에겐 쇠귀에 경읽기였다. 미국 메이저 언론의 신뢰도가 추락한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미국 메이저 언론이 좌파-리버럴 성향이 너무 강하고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는데,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만 눈에 띄게 일방적으로 공격하면서 신뢰도가 더욱 떨어진 것이다.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미국 유권자 76%가 "미국 메이저 언론은 사실 보도보다 돈벌이에 더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고 하므로, 미국 메이저 언론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감이 잡히리라 본다.

이처럼 모든 게 트럼프에 불리해 보였다.

그러나 대선 승자는 트럼프였다. "언더독"이던 트럼프가 "페이버릿" 힐러리를 꺾고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대선에 임박해서 이메일 스캔들, 클린턴 재단 스캔들, 오바마케어 가격 급등, FBI 이메일 재수사 발표 등 힐러리 측에 악재가 겹쳤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트럼프의 승리를 자신있게 점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트럼프가 "여성"과 "히스패닉" 표를 기대할 입장이 아니었으며,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트럼프에게 대통령을 맡긴다"는 불확실성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서 보다 안정적인 베테랑 정치인, 힐러리를 선택하는 쪽으로 맘을 바꾸는 유권자들도 상당수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 당선이었다.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는 반드시 이겨야만 했던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모두 이겼고,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던 위스콘신과 펜실배니아까지 "레드 스테이트"로 바꿔놓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 전 뉴욕 시장이 방송에 출연해 "블루 스테이트" 2곳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칠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는데, 결과를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아침 7시 현재 미시건과 뉴 햄프셔는 아직 승리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두 곳 모두 트럼프의 승리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 미시건과 뉴 햄프셔까지 "레드 스테이트"로 뒤집힐 수 있는 것이다.

아래 미국 지도를 보면 몇몇 일부 파란색(민주당)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가 전부 빨간색(공화당)이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사람들은 솔직히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누가 이기든 간에 힐러리가 여유있게 앞서가고 트럼프가 힘겹게 추격하면서 실낱같은 역전 기회를 노리는 양상이 될 것으로 내다본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여유있게 앞서가고 힐러리가 남은 모든 주를 전부 이겨야만 당선할 수 있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을 예상했던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미국 정치 역사상 가장 큰 이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는 걸핏하면 자신이 항상 "WINNER"라고 큰소리쳐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공화당 경선에서 쟁쟁한 공화당 정치인들을 모두 물리쳤을 뿐 아니라 트럼프에 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뚫고 가망이 희박해 보이던 대선에서까지 힐러리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WINNER"라고 큰소리칠 만하다고 본다. 매일같이 날아드는 온갖 공격과 비방을 쳐내면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통령 당선을 달성하고야 만 도널드 트럼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보도한 미국 메이저 언론과 보수, 좌파 성향 매거진, 웹사이트들의 프론트 페이지 모음:































댓글 6개 :

  1. 오공본드님도 트럼프를 지지하시는분이신데 축하드립니다.
    미국 대선 저의 예상도 그럭저럭 얼추 비슷하게맞아떨어졌네요.
    제 나무위키 계정
    https://namu.wiki/w/%EC%82%AC%EC%9A%A9%EC%9E%90:Politics2016?rev=11
    제 블로그 http://politics2016.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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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litics2016님께도 축하드립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당선하는군요.
      공화당이 대통령 +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 된 것도 거진 100년만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침 신문 사려고 마트에 갔더니 점원이 리카운트 해야 한다며 투덜대더군요.
      이 동네는 원래가 완전히 민주당이라서 놀라운 반응은 아닙니다.
      리키 저베이스가 코믹한 트윗을 했군요 "Canada has just started building a wall."
      트럼프가 됐으니 이민갈 사람들은 갈테니 캐나다도 국경에 장벽 건설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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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언론이 그렇게 전방위적으로 밀어줬고 선거후 결과 승복을 누누히 강조하던건 힐러리였는데
    지지자들이 참 이상하네요. 캘리에선 힐러리 지지자들이 분풀이로 트럼프 지지지들 폭행까지 했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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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악관 앞에서도 한바탕 했다더군요. 저쪽 사람들이 원래 좀 공격적인 듯 합니다.
      L.A 다저스 팬들이 SF 자이언츠 팬을 경기장에서 폭행해서 불구를 만드는 판이니,
      미국인들의 시민의식 수준도 갈수록 후진국화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런 환경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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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좌파쪽의 단점이 스스로를 깨어있는 교육받은 시민이자 정의의 편으로 생각해서 적이 있으면 만화에서 악당때려잡듯이 쉽게 비난하고 폭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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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자신들과 생각이 틀리면 타도 대상으로 삼고 표현의 자유 같은 것도 다 무시해버립니다.
      우파는 감시를 철저하게 하는 반면 좌파 쪽은 굉장히 느슨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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