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1일 수요일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 비슷하면서 달랐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동안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웠던 '스타 워즈(Star Wars)' 영화가 이젠 매년마다 개봉하고 있다. 2015년 겨울엔 '스타 워즈: 에피소드 7(Star Wars: The Force Awakens)'가 개봉하더니 2016년 겨울에도 새로운 '스타 워즈' 영화가 개봉했다.

그러나 2016년 겨울에 개봉한 새로운 '스타 워즈' 영화는 속편이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새로운 '스타 워즈' 영화는 2015년 개봉한 '스타 워즈: 에피소드 7'과 이어지는 속편  '스타 워즈: 에피소드 8'이 아니라 '스타 워즈'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다.

제목은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Rogue One: Star Wars Story)'.

첫 번째 '스타 워즈' 스핀오프 영화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엔 펠리시티 존스(Felicity Jones), 디에고 루나(Diego Luna), 리즈 아메드(Riz Ahmed), 다니 옌(Donnie Yen), 지안 웬(Jian Wen),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 벤 멘델슨(Ben Mendelsohn), 포레스트 위태커(Forest Whitaker) 등이 출연했다. 펠리시티 존스는 주인공 진, 매즈 미켈슨은 진의 아버지 게일런, 포레스트 위태커는 극단적인 레벨 리더 소우, 벤 멘델슨은 제국군 첨단문기 개발 담당자 오슨 역을 각각 맡았고, 디에고 루나, 리즈 아메드, 다니 옌, 지안 웬은 진(펠리시티 존스)과 함께 움직이는 레벨 멤버로 출연했다.

연출은 2014년 영화 '고질라(Godzilla)'를 연출했던 개리스 에드워즈(Gareth Edwards)가 맡았고, 음악은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맡았다.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4(Star Wars: Episode 4 - A New Hope)' 직전을 배경으로 삼았으며, 제국군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막강한 신무기 '데스 스타(Death Star)'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는 레벨 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데스 스타'를 설계한 게일런(매즈 미켈슨)이 제국군 몰래 조종사 보디(리즈 아메드)를 통해 비밀 메시지를 레벨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자 레벨 측은 어렸을 적에 헤어진 게일런의 딸, 진(펠리시티 존스)에게 접근해 암살, 정보수집 등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레벨 오피서 캐시안(디에고 루나)과 함께 게일런이 보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 다음 게일런과 접촉해 정보를 수집할 것을 지시한다...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의 가장 큰 특징은 전쟁영화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는 '스타 워즈'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였다. 판타지 성격이 짙은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일에서 벗어나 보다 어두운 톤의 리얼한 전쟁영화 쪽으로 변화를 줬다. 그래도 여전히 '스타 워즈' 영화였으나 이전의 영화들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색다른 영화를 기대해선 안 된다. '스타 워즈'의 세계와 '나바론(The Guns of Navarone)', '매그니피센스 세븐(The Magnificent Seven)',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등 낯익은 전쟁, 웨스턴 영화를 결합시킨 게 전부기 때문이다. '스타 워즈'의 세계와 전쟁영화를 결합시키기로 한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으나, 그것 하나를 제외하곤 특별히 새로운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가 '스타 워즈' 영화이면서도 메인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스핀오프 타이틀이었던 만큼 제작진은 이전의 '스타 워즈'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고자 한 것 같았다. '스타 워즈' 시리즈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오프닝 크롤이 사라지고 '스타 워즈' 테마곡 없이 영화가 시작하도록 만든 것도 "비슷하면서 다르다"는 메시지를 영화가 시작하기 무섭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전통적인 '스타 워즈' 오프닝에서 벗어난 바람에 어딘가 허전하고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매번 건배럴 씬으로 영화가 시작하던 007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에 와서 느닷없이 건배럴 씬을 오프닝이 아닌 다른 곳에 배치한 바람에 어색함을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007 시리즈의 건배럴 씬 위치 변경 만큼 심한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왜냐면,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는 여전히 '스타 워즈' 영화이면서도 메인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스핀오프" 영화였던 만큼 오프닝 변경 등으로 약간의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007 시리즈는 스핀오프 시리즈가 아닌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전통적인 오프닝 건배럴 씬의 위치를 바꾸는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이었기에 거부감이 컸으나,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의 오프닝 변경은 크게 신경에 거슬리지 않았다. "오프닝 크롤이 나왔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쓸데없이 뜯어고쳤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영화도 볼 만했다. 예고편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기 때문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볼 만했다. 작년에 개봉했던 '스타 워즈: 에피소드 7'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스토리는 평범한 2차대전 전쟁영화와 크게 다를 게 없었으나 즐길 만했다.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스토리가 스피디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영화의 톤이 이전 '스타 워즈' 시리즈에 비해 어두워졌으나 충분한 분량의 유머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걸 잊지 않았다.

또한, 볼거리도 풍부했다. 액션도 볼 만했고 시각효과도 훌륭했다. 다만, 이미 사망한 배우를 CGI 캐릭터로 부활(?)시킨 점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1977년에 공개된 '스타 워즈: 에피소드 4'와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들기 위해 이미 사망한 배우를 CGI로 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사망한 유명 배우의 모습을 본딴 CGI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프로젝트였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겠지만, 이미 사망한 배우를 CGI로 부활(?)시키는 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CGI 캐릭터의 퀄리티는 매우 훌륭했다.

마이클 지아키노의 음악도 훌륭했다. 영화를 보면서 존 윌리암스(John Williams)의 음악이 그리워지지 않았으니 대성공한 것이다. 마이클 지아키노는 레트로 스타일 영화음악을 멋지게 재현 가능한 작곡가 중 하나다. 만약 지아키노가 007 시리즈 음악을 맡는다면 존 배리(John Barry) 스타일의 스코어를 멋지게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마디로,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는 최근에 제작된 '스타 워즈' 영화 중 최고였다. 7080년대에 공개된 오리지날 트릴로지는 "건드릴 수 없는 존재"이지만, 그 이후에 나온 '스타 워즈' 영화 중에선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가 가장 맘에 들었다.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는 이전 '스타 워즈' 시리즈와 비슷하면서도 달랐지만, 그래도 좋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제작진이 이번에도 다국적, 다인종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지난 '스타 워즈: 에피소드 7'도 여자 주인공과 흑인, 히스패닉 캐릭터로 다이버스(Diverse)하게 꾸미더니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여성이었고,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중 거의 모두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었다. 포레스트 위태커를 제외한 나머지 메인 캐릭터들은 모두 영국, 호주, 중국, 멕시코 배우가 맡았다. 다양한 캐스팅은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바로 눈에 띄게 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될 듯 하다. 다양한 캐스팅도 적당한 선에서 해야지 무언가 의도가 깔린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정도로 눈에 띄게 하면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관객들이 '로그 원: 스타 워즈 스토리"를 보면서 등장 캐릭터들이 전부 "에일리언" 뿐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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