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7일 금요일

트럼프의 도청의혹 제기로 정보기관의 "리버스 타게팅" 의혹 풀릴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그의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정부로부터 도청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이후 진보-좌파-리버럴 성향 "안티-트럼프" 메이저 언론들은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해 법석을 떨고 있다. 트럼프를 비판할 거리만 찾고 있는 "안티-트럼프" 메이저 언론들은 트럼프가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면서 트럼프를 비판할 기회로 삼고 있다. 상-하원 의회조사단도 트럼프가 도청당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백악관 측은 "트럼프의 의미는 단지 전화 도청만이 아니라 모든 감시 행위 전체를 포함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트럼프가 어떤 형태로든 감시를 받았다는 데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의혹만 제기했을 뿐 그것을 뒷받침해줄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폭스 뉴스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터커 칼슨 투나잇(Tucker Carlson Tonight)'에 출연해 곧 증거들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Wiretap covers lot of different things. I think you're gonna find some very interesting items coming to the forefront over the next 2 weeks." - Donald Trump



트럼프가 도청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역공의 의미도 있으며, "트럼프가 정보기관으로부터 도청당했다"는 기사를 내보낸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진보-좌파-리버럴 언론들의 신뢰도를 확인하는 의미도 있다.

진보-좌파-리버럴 언론들은 얼마 전까지 트럼프가 수사/정보기관으로부터 도청당했다는 기사를 보도했으면서도 도청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가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오바마가 실제로 도청했더라도 쉽게 꼬리가 잡히도록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 뻔하므로 혐의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영국의 GCHQ를 통해 트럼프를 도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GCHQ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보기관의 모토(Motto)가 "Admit Nothing. Deny Everything"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7년 1월20일 뉴욕 타임즈 1면에 "WIRETAPPED DATA USED IN INQUIRY OF TRUMP AIDES"라는 기사가 실렸고, 그밖의 언론들도 이와 비슷한 보도를 했다면 그들이 어떤 근거로 그런 기사를 작성했는가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를 비방할 목적으로 "익명의 소스"로 얼버무리며 근거 없는 기사를 올렸다면 그것 또한 무책임한 것이다. "익명의 소스"로 둘러대며 근거 없는 기사를 올리는 건 믿거나 말거나 식 기사를 내보내는 신뢰도가 낮은 타블로이드나 하는 짓이다. 그런데 이젠 뉴욕 타임즈 등 소위 "메이저 언론"까지 비슷한 짓을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셔널 인콰이어가 뉴욕 타임즈가 됐고 뉴욕 타임즈가 내셔널 인콰이어가 됐다"는 조롱도 들린다.


그러나 트럼프가 도청 의혹을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기밀 유출을 한 정보기관을 수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해임당한 마이클 플린(Michael Flynn) 장군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정보기관이 러시아 대사를 도청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러시아 대사와 전화 통화를 한 미국인의 대화 내용까지 유출된 건 중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보기관이 외국인 타겟을 도청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이 한 말까지 녹음됐더라도 미국인의 정체와 대화 내용은 녹취록에서 지워야 하지만, 마이클 플린의 경우는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 유출됐으므로 이를 유출한 자는 중범죄(Felony)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시절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온 패네타(Leon Panetta)도 폭스 뉴스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오라일리 팩터(The O'Reilly Factor)'에 출연해 외국인 타겟을 도청하는 과정에 미국인의 음성까지 녹음됐으면 미국인이 한 말은 녹취록에서 지우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NSA 감시 시스템에 비판적인 랜드 폴(Rand Paul)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보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랜드 폴은 트럼프가 직접적으로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다기 보다 정보기관이 외국인을 감시하는 과정에 트럼프까지 함께 도청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폴은 정보기관이 외국인을 도청하면서 외국인과 통화한 미국인까지 함께 녹음되기 때문에 정보기관이 "도널드 트럼프"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 트럼프가 외국인과 통화한 자료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이라면서, 이런 식으로 마이클 플린 장군의 통화 내용이 유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Well, I think the first thing to realize is that I think everybody has been getting the story wrong. I doubt that Trump was a target directly of any kind of eavesdropping, but I am not saying it didn’t happen. I think there’s a very good chance it does. I don’t have any special information. But the way it works is, the FISA court, through Section 702, wiretaps foreigners and then listens to Americans. It is a backdoor search of Americans. And because they have so much data, they can type "Donald Trump" into their vast resources of people they are tapping overseas, and they get all of his phone calls. And so they did this to President Obama. They - 1,227 times eavesdrops on President Obama’s phone calls. Then they mask him. But here is the problem. And General Hayden said this the other day. He said even low-level employees can unmask the caller. That is probably what happened to Flynn. They are not targeting Americans. They are targeting foreigners. But they are doing it purposefully to get to Americans." - Rand Paul

(도청 관련 인터뷰는 5:52부터 시작한다.)


그러자 NSA 감시 시스템 관련 기밀을 폭로한 것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이 랜드 폴 상원의원의 주장에 동의했다.

스노든은 랜드 폴이 설명한 사례를 "리버스 타게팅(Reverse Targeting)"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외국인을 타겟으로 도청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외국인과 통화한 미국인을 겨냥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스노든은 이러한 "리버스 타게팅"은 정보기관 방침에 위배되지만 흔히 행해지고 있으며, "미국인을 겨냥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하면 쉽게 해결된다고 트위터에 썼다.


에드워드 스노든을 홍콩에서 인터뷰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글렌 그린월드(Glenn Greenwald)도 랜드 폴 상원의원의 주장에 동의했다.

글렌 그린월드는 랜드 폴 상원의원의 말이 전부 옳다면서, NSA가 영장 없이 미국인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aul’s explanation is absolutely correct. That the NSA is empowered to spy on Americans’ communications without a warrant — in direct contravention of the core Fourth Amendment guarantee that “the right of the people to be secure in their persons, houses, papers, and effects, against unreasonable searches and seizures, shall not be violated, and no Warrants shall issue, but upon probable cause” — is the dirty little secret of the U.S. Surveillance State." - Glenn Greenwald


에드워드 스노든과 글렌 그린월드 모두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제기한 도청의혹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랜드  폴, 에드워드 스노든, 글렌 그린월드 등은 트럼프가 트위터에 쓴 글을 맹꽁하게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트럼프가 근거없는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좌파-리버럴 언론들은 트럼프의 도청의혹 제기를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는 쪽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가 근거없는 주장을 했다는 꼬투리만 잡고 늘어지려는 것이다. 정보기관 쪽 사람들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정보기관을 보호하려고만 한다. 이들은 정보기관 관련 스캔들이 터지면 "국가 안보"만 반복하면서 "정보기관은 미국인을 보호하지 감시하지 않는다"면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믿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바로 "신뢰"다. 모든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정치인, 정보기관 모두 자신들을 믿어달라고 하지만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믿어달라"고 하면 바로 가운데 손가락이 펼쳐지는 세상이다. 

댓글 2개 :

  1. 제가 생각하기에 제 상식적으로는
    (1)러시아에서 트럼프에게 유리한 공작을 펼쳤다
    (2)오바마 집권기의 정보기관에서 트럼프를 음으로든 양으로든 감시/감청했다

    이 2가지는 당연한 사실일 것이고

    (1)트럼프는 러시아와 손을 잡고 긴밀한 협의하에 도움을 받았다
    (2)오바마가 트럼프를 낙선시킬 의도로 밀착감시를 지시했다.

    이 2가지는 사실일 확률이 극히 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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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재 가장 명백한 혐의는 트럼프 측을 공격하기 위해 통화 내용을 불법 유출한 것입니다.
      러시아 대사와 마이클 플린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걸 대표적인 증거로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인의 신원과 통화 내용은 비공개여야 하는데, 신원과 내용 모두 공개됐습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마이클 플린의 신원을 밝혀내고 통화 내용도 유출시켰다는거죠.
      트럼프의 최측근이던 플린에게 저렇게 했다면 트럼프도 당했을 개연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이쪽에 포커스를 맞추게 하려고 도청의혹을 제기한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트럼프 측을 도청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적으로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수사의 초점이 불법사찰과 불법유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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