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오피셜 007 영화도 오피셜 시리즈와 함께 박스세트에 넣어야 하나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007 시리즈 콜렉션 박스세트 때문에 소송에 휘말렸다.

007 시리즈 콜렉션 박스세트를 구입한 일부 구입자들이 박스세트 겉표지엔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한데 모았다고 해놓고선 2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헐리우드 리포터가 전했다.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007 박스세트엔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 포함됐을 뿐 타 영화사가 제작한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은 포함되지 않았다.

007 시리즈 콜렉션 박스세트에 포함되지 않은 2편의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는 콜롬비아 픽쳐스의 1967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워너 브러더스의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이다.

데이빗 니븐(David Niven) 주연의 1967년작 '카지노 로얄'은 "오피셜'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EON 프로덕션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Ian Fleming)으로부터 플레밍의 소설 시리즈를 기초로 한 영화 제작권을 획득하기에 앞서 다른 프로덕션이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의 제작권을 먼저 얻으면서 만들어진 영화다.

숀 코네리(Sean Connery) 주연의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EON 프로덕션과 오랫동안 법정 싸움을 벌였던 영화 프로듀서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가 당시 그가 소유했던 '썬더볼(Thunderball)' 판권을 이용해 '썬더볼'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이와 같이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오피셜"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MGM과 EON 프로덕션과 무관한 영화다. MGM과 EON 프로덕션은 1962년작 '닥터 노(Dr. No)'부터 2015년작 '스펙터(SPECTRE)'까지 24편의 007 시리즈를 제작했으나,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그들이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다. "007 시리즈"라고 하면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 의미하는 것이고,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은 별개로 구분한다.

이런 이유에서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007 시리즈 콜렉션 박스세트를 출시하면서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 포함시키고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부 박스세트 구입자들은 겉표지에 "All the Bond films gathered together for the first time"이라고 명시했으면 "오피셜" 007 시리즈 뿐 아니라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도 포함됐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헐리우드 리포터가 전했다.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한데 모았다"고 했으면 "오피셜", "언오피셜" 가리지 않고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포함시켰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다.

소송을 제기한 측에선 현재 MGM이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판권까지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록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는 아니지만, 현재 MGM이 판권까지 가지고 있으면서도 박스세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원고 측은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007 시리즈 콜렉션 박스세트에 2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았으면서도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포함시켰다고 허위 광고를 하면서 소비자들을 속였다고 주장했다고 헐리우드 리포터가 전했다.

007 시리즈는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을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 박스세트에 넣은 건 잘못된 게 없다. 007 시리즈 박스세트를 구입하면서 거기에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포함됐을 것을 기대한 본드팬들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오피셜" 007 시리즈와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들을 별개로 다루는 데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책자, 피겨린, 다이캐스트 자동차와 같은 콜렉터를 겨냥한 부가 콘텐츠가 부족해서 무성의해 보인다는 점이 불만인 본드팬들은 있어도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열을 내는 본드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

만약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이 박스세트에 포함되면 오히려 그것이 "뉴스"가 될 것이다. 007 시리즈 콜렉션에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 포함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007 시리즈 박스세트에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빠졌는데도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한데 모았다고 한 건 허위 광고"라는 원고 측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All the Bond films gathered together for the first time"이라고 하면 MGM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만을 의미한다는 걸 이해한다.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이 빠졌으므로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가 포함된 박스세트가 아닌 건 맞지만, MGM 측이 "오피셜" 007 시리즈와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들을 별개로 분류하는 것을 잘못했다고 하기 어렵다.

물론 "보너스"로 2편의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포함시키는 건 나쁘지 않을 듯 하다. MGM이 현재 1967년작 '카지노 로얄'과 1983년작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MGM 측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팬 서비스 차원일 뿐이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필요는 없다. "보너스"로 포함시켜서 나쁠 건 없겠지만 "All the Bond films gathered together"라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MGM과 20세기 폭스 홈 엔터테인먼트가 앞으로 출시될 007 시리즈 박스세트를 보다 흥미롭게 꾸며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을 포함시키는 건 "옵션"이지 "필수" 조건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007 시리즈 박스세트를 구입한 본드팬들이 새로운 박스세트를 또 구입하도록 만들기 위해 책자, 피겨린, 다이캐스트 자동차 등을 넣어 박스세트를 보다 화려하게 꾸밀 필요는 있어도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의 포함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건 소송을 걸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007 시리즈 박스세트에 포함시키면서 건배럴 씬을 새로 만들어 넣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물론 "원작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클래식 '스타 워즈(Star Wars)' 시리즈에 손댄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여전히 쓸데 없는 짓이긴 하지만,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가 흐르면서 건배럴 씬이 나오면 "오피셜" 007 시리즈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1967년작 '카지노 로얄'은 영화가 워낙 수상해서 건배럴 씬을 넣어도 별 효과가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