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스파이 소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1963년작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와 1974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가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존 르 카레 소설이 바로 이 두 작품이다.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는 지난 60년대에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최근에 BBC가 TV 시리즈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역시 70년대와 2010년대에 각각 TV 시리즈와 영화로 제작되었다.
존 르 카레의 6070년대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면 떠오르는 캐릭터들도 많다. 조지 스마일리(George Smiley), 피터 귈람(Peter Guillam), 멘델 형사(Inspector Mendel), 알렉 리마스(Alec Leamas), 한스-디터 문트(Hans-Dieter Mundt), 짐 프리도(Jim Prideaux), 빌 헤이든(Bill Haydon)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들은 존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컬 포 더 데드(Call for the Dead)',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에 등장한 캐릭터들이다. 이들 중 몇몇은 존 르 카레의 여러 소설에 자주 등장했다.
느닷없이 존 르 카레의 6070년대 스파이 소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존 르 카레의 2017년 최신작 '레거시 오브 스파이(A Legacy of Spies)'에 그 때 그 시절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존 르 카레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조지 스마일리가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출간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프리퀄과 속편 성격을 띤 소설이다. 줄거리는 노인이 되어 정보부에서 은퇴한 피터 귈람이 60년대 초에 개입했던 "오퍼레이션 윈드폴(Windfall)"과 얽힌 스캔들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오퍼레이션 윈드폴"은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메인 줄거리였던 동독에 심어놓은 더블 에이전트를 보호하는 작전이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영국 정보부 "서커스"가 문제의 동독 더블 에이전트를 어떻게 리쿠르트했으며, 알렉 리마스가 사실을 똑바로 알지 못한 채 동독으로 들어간 이유, 수 십년이 흐른 뒤 "오퍼레이션 윈드폴"에 참여했던 피터 귈람 등이 왜 스캔들에 휘말렸는가를 피터 귈람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조지 스마일리, 피터 귈람 등 존 르 카레의 클래식 소설에 자주 등장했던 낯익은 캐릭터들이 재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살 만하다. 또한, 존 르 카레의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도 존 르 카레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흥미가 모두 사라졌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300 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책이었지만 30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방해가 됐던 건 "과거사" 파트였다.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최근에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도 506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들이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트리거 모티스(Trigger Mortis)'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2015년 출간된 앤토니 호로위츠(Anthony Horowitz)의 제임스 본드 소설 '트리거 모티스'는 1959년 출간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 '골드핑거(Goldfinger)'의 속편으로, 푸씨 갈로어(Pussy Galore) 등 소설 '골드핑거'에 등장했던 친숙한 캐릭터들이 '트리거 모티스'에 재등장하기도 했다.
"친숙한 캐릭터들과 함께 과거로 돌아간 속편"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문제는 어떻게 과거로 되돌아갔느냐다.
'트리거 모티스'는 50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은 다이렉트 속편인 반면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소설이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노인이 된 피터 귈람이 과거의 일로 조사를 받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결과를 초래했나를 되짚어보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피터 귈람이 조사를 받게 된 "과거의 일"이 과히 흥미롭지 않다는 데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슨 일이 있었나 알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귈람을 조사받도록 만든 문제의 "과거사"가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와 연결되면서 흥미가 많이 사그러들었다.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존 르 카레는 "오퍼레이션 윈드폴"이 어떻게 시작돼서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로 이어졌나를 설명했지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동독의 더블 에이전트를 어떻게 만나서 리쿠르트했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때 그 이야기"로 되돌아간 것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때 그 이야기"를 할 것이면 '트리거 모티스'와 마찬가지로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다이렉트 속편으로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히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스캔들"을 가지고 쓸데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것 보다 50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고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전후에 있었던 "UNTOLD STORY"에 바로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차라리 더 나을 뻔 했다는 것이다. 이랬더라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산만함이 덜했을 것이고,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과거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했으면 "노인이 된 과거 캐릭터들의 재등장" 기회가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노인이 된 캐릭터들의 현재 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소설이 아니라 회상과 과거 문서 열람이 대부분을 차지한 소설이었으므로 노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게 없었을 듯 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도록 만들 생각이었다면 "스캔들" 파트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조지 스마일리와 피터 귈람이 "서커스"에서 근무할 당시 무언가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을 덮었다가 수 십년이 흐른 뒤 비밀이 새나오면서 심각한 문제로 발전한다는 보다 드라마틱한 플롯이 등장했다면 회상과 따분한 과거 문서 열람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노동이 보다 흥미로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프리퀄과 속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라는 게 핵심이었지 "스캔들"이 아니었다. "스캔들"은 '레거시 오브 스파이'를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즉 과거와 연결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게 전부였다. 이럴 바엔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도록 만들 필요가 굳이 있었나 궁금했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향수 자극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소설이었다. 친숙한 클래식 캐릭터들과 함께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존 르 카레 전성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 전부였다. "그 때 그 시절 존 르 카레의 소설로 되돌아간 느낌"을 제외하곤 남는 게 없었다.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존 르 카레의 소설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종종 들어왔으므로 '레거시 오브 스파이'에서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것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다시 즐기는 맛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소설이었다. 현재 제작 중인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미니 시리즈에 살을 보태거나 속편 미니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쓴 것 정도로 보였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가 과거로 되돌아간 덕분에 피터 귈람, 알렉 리마스, 조지 스마일리 등 매우 친숙한 캐릭터들이 재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주 오랜만에 과거의 클래식 캐릭터들이 다시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한 존 르 카레 소설이 나온 것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다. 일부 존 르 카레 팬들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레거시 오브 스파이'에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레거시 오브 스파이'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존 르 카레의 냉전시대 소설을 읽고싶다면 조지 스마일리 등이 등장하는 존 르 카레의 클래식 소설들을 다시 읽는 편이 차라리 나을 듯 하다.
존 르 카레의 6070년대 소설로 거슬러 올라가면 떠오르는 캐릭터들도 많다. 조지 스마일리(George Smiley), 피터 귈람(Peter Guillam), 멘델 형사(Inspector Mendel), 알렉 리마스(Alec Leamas), 한스-디터 문트(Hans-Dieter Mundt), 짐 프리도(Jim Prideaux), 빌 헤이든(Bill Haydon)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들은 존 르 카레의 첫 번째 소설 '컬 포 더 데드(Call for the Dead)',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에 등장한 캐릭터들이다. 이들 중 몇몇은 존 르 카레의 여러 소설에 자주 등장했다.
느닷없이 존 르 카레의 6070년대 스파이 소설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존 르 카레의 2017년 최신작 '레거시 오브 스파이(A Legacy of Spies)'에 그 때 그 시절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존 르 카레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조지 스마일리가 다시 등장하는 것으로 출간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존 르 카레의 대표작,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프리퀄과 속편 성격을 띤 소설이다. 줄거리는 노인이 되어 정보부에서 은퇴한 피터 귈람이 60년대 초에 개입했던 "오퍼레이션 윈드폴(Windfall)"과 얽힌 스캔들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오퍼레이션 윈드폴"은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메인 줄거리였던 동독에 심어놓은 더블 에이전트를 보호하는 작전이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영국 정보부 "서커스"가 문제의 동독 더블 에이전트를 어떻게 리쿠르트했으며, 알렉 리마스가 사실을 똑바로 알지 못한 채 동독으로 들어간 이유, 수 십년이 흐른 뒤 "오퍼레이션 윈드폴"에 참여했던 피터 귈람 등이 왜 스캔들에 휘말렸는가를 피터 귈람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조지 스마일리, 피터 귈람 등 존 르 카레의 클래식 소설에 자주 등장했던 낯익은 캐릭터들이 재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살 만하다. 또한, 존 르 카레의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점도 존 르 카레 팬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흥미가 모두 사라졌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300 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책이었지만 3000 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방해가 됐던 건 "과거사" 파트였다.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최근에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도 506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들이 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트리거 모티스(Trigger Mortis)'를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2015년 출간된 앤토니 호로위츠(Anthony Horowitz)의 제임스 본드 소설 '트리거 모티스'는 1959년 출간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 '골드핑거(Goldfinger)'의 속편으로, 푸씨 갈로어(Pussy Galore) 등 소설 '골드핑거'에 등장했던 친숙한 캐릭터들이 '트리거 모티스'에 재등장하기도 했다.
"친숙한 캐릭터들과 함께 과거로 돌아간 속편"이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문제는 어떻게 과거로 되돌아갔느냐다.
'트리거 모티스'는 50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은 다이렉트 속편인 반면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소설이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노인이 된 피터 귈람이 과거의 일로 조사를 받으면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결과를 초래했나를 되짚어보는 소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피터 귈람이 조사를 받게 된 "과거의 일"이 과히 흥미롭지 않다는 데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슨 일이 있었나 알고 싶을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귈람을 조사받도록 만든 문제의 "과거사"가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와 연결되면서 흥미가 많이 사그러들었다.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존 르 카레는 "오퍼레이션 윈드폴"이 어떻게 시작돼서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로 이어졌나를 설명했지만,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쉽게 추측이 가능했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동독의 더블 에이전트를 어떻게 만나서 리쿠르트했나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때 그 이야기"로 되돌아간 것까지는 문제될 게 없었다. 하지만 "그 때 그 이야기"를 할 것이면 '트리거 모티스'와 마찬가지로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다이렉트 속편으로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히 드라마틱하지도 않은 "스캔들"을 가지고 쓸데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것 보다 50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삼고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전후에 있었던 "UNTOLD STORY"에 바로 포커스를 맞췄더라면 차라리 더 나을 뻔 했다는 것이다. 이랬더라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산만함이 덜했을 것이고, "알려지지 않았던 또 하나의 과거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했으면 "노인이 된 과거 캐릭터들의 재등장" 기회가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노인이 된 캐릭터들의 현재 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소설이 아니라 회상과 과거 문서 열람이 대부분을 차지한 소설이었으므로 노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게 없었을 듯 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도록 만들 생각이었다면 "스캔들" 파트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조지 스마일리와 피터 귈람이 "서커스"에서 근무할 당시 무언가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을 덮었다가 수 십년이 흐른 뒤 비밀이 새나오면서 심각한 문제로 발전한다는 보다 드라마틱한 플롯이 등장했다면 회상과 따분한 과거 문서 열람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는 노동이 보다 흥미로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의 프리퀄과 속편에 해당하는 소설이라는 게 핵심이었지 "스캔들"이 아니었다. "스캔들"은 '레거시 오브 스파이'를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즉 과거와 연결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게 전부였다. 이럴 바엔 회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도록 만들 필요가 굳이 있었나 궁금했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향수 자극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소설이었다. 친숙한 클래식 캐릭터들과 함께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존 르 카레 전성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게 전부였다. "그 때 그 시절 존 르 카레의 소설로 되돌아간 느낌"을 제외하곤 남는 게 없었다. 현시대를 배경으로 한 존 르 카레의 소설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종종 들어왔으므로 '레거시 오브 스파이'에서 다시 냉전시대로 되돌아간 것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레거시 오브 스파이'는 그 때 그 시절 이야기를 다시 즐기는 맛을 빼면 남는 게 없는 소설이었다. 현재 제작 중인 '더 스파이 후 케임 인 프롬 더 콜드' 미니 시리즈에 살을 보태거나 속편 미니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쓴 것 정도로 보였다.
'레거시 오브 스파이'가 과거로 되돌아간 덕분에 피터 귈람, 알렉 리마스, 조지 스마일리 등 매우 친숙한 캐릭터들이 재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아주 오랜만에 과거의 클래식 캐릭터들이 다시 메인 스테이지를 차지한 존 르 카레 소설이 나온 것에 큰 의미를 둘 수도 있다. 일부 존 르 카레 팬들은 이것 하나만으로도 '레거시 오브 스파이'에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레거시 오브 스파이'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존 르 카레의 냉전시대 소설을 읽고싶다면 조지 스마일리 등이 등장하는 존 르 카레의 클래식 소설들을 다시 읽는 편이 차라리 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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