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수요일

반자동 라이플 판매 금지한다고 미국 총기 문제 나아질까?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총기규제 논란이 생긴다. AR-15 스타일의 반자동 라이플을 사용한 종기난사 사건이 터지면 반자동 라이플의 미국내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총기난사 사건 직후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UNINTENDED CONSEQUENCES" 또한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데까진 원론적으로 찬성이다. 호신용으로 핸드건이면 충분하지 AR-15 스타일 반자동 라이플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규제 강화", "판매 금지"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규제를 강화하라", "판매를 금지하라"는 주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규제 강화"와 "판매 금지"를 밀어붙이면 거꾸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에서 총기 판매를 완전히 불허한다고 해도 미국을 총기가 없는 나라로 만드는 건 일단 불가능한 얘기라고 본다. 미국의 인구 밀집지역에선 시 또는 주 정부가 불법 총기 회수 캠페인을 벌이면 쓰레기 트럭에 가득찰 만큼 엄청난 양이 회수되는 판이다. 불법 총기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법적인 총기 매매를 금지시켜봤자 그나마 관리가 되는 합법 총기만 사라지는 것이 전부일 뿐 불법으로 거래되는 총기들까지 완전히 씨를 말리는 건 불가능한 얘기다. 총기를 합법적으로 판매하지 않으면 총기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총포점이 없어져도 총기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불법 경로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총기 관련법이 강화된 주들을 살펴보자. 그 지역에 사는 일부 주민들은 "총 한자루 사는데 뭐가 이렇게 까다롭냐"며 "이럴 바엔 합법적으로 사느니 그냥 불법으로 구하고 말겠다"라고 말한다. 총기를 합법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으로 구하고 말겠다고 말하는 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총기를 굳이 합법적으로 구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미국인들도 생각보다 많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데 반자동 라이플을 판매 금지시키면 어떻게 되겠나 생각해보라.

아마도 많은 미국인들은 서슴없이 불법 경로를 통해 라이플을 구입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불법 경로를 통해 거래되는 라이플이 모두 "중고 반자동"일 것이라는 보장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반자동 라이플의 합법 판매가 금지되면 중고 반자동만 불법으로 거래되는 게 아니라 군, 경 등에서 유출된 완전 자동 라이플의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 금지 이후에도 미국에 라이플 구입 희망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멕시코를 비롯한 외국에서도 완전 자동 라이플들이 대량으로 밀수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반자동 라이플을 없애려다 완전 자동 라이플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밀수꾼과 범죄자들에게만 짭짤한 재미를 볼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되고, 미국 총기 문제는 거꾸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규제 강화"와 "판매 금지"가 총기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듣기엔 당연히 옳은 말 같지만, 밀어붙였다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속출하면서 더욱 골치아파질 수 있다. 그러므로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고 별 생각없이 성급하게 반사적으로 해결책을 내놓으려 해선 안 된다. 규제를 강화하고 총기 판매를 금지시켜도 미국의 총기 범죄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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