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2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역코드에 가로막혀 북미버전 PS2로 일본버전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그래서 북미버전과 일본버전 PS2를 모두 구입해서 트윈타워처럼 나란히 세워놓고 게임을 했다.
이렇게 골칫거리였던 지역코드가 지금은 사라졌으니 많이 편리해졌을까?
지역코드가 사라지면서 수입버전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겼다. 지역코드가 사라지니까 이제는 지역버전 자체를 아예 명시하지 않고 판매하기 때문이다.
과거엔 지역코드 때문에 해외버전 게임 구입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엔 지역코드가 사라지면서 거꾸로 미국에서 북미판 게임 구입이 쉽지 않아졌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경우, 판매하는 게임의 지역버전이 명시된 경우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다.
심지어 상품 이미지와 배송된 게임의 지역버전이 서로 다른 경우까지 경험했다. 아마존닷컴의 상품설명 이미지는 북미버전이었는데 실제로 배송된 게임은 유럽버전이었다. 북미버전을 구입하기 위해 상품 이미지를 확인하고 주문했는데도 이탈리아어가 적혀있고 유럽 PEGI 등급표시가 붙어있는 유럽버전 게임이 도착한 것이다.
게임 케이스의 뒷면에는 "Playable in English"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북미판 게임 시스템에서 영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유럽버전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영어로 게임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게임이 유럽버전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먼저 밝히는 게 맞지 않을까?
지역코드가 없고 언어지원도 돼서 미국에서 영어로 게임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외버전 게임을 구입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따라서 게임의 지역버전을 표기하지 않고 판매하거나 상품설명 이미지엔 북미버전 표지를 쓰고 해외버전 게임을 판매하는 건 무책임한 행위다.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게임을 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역버전을 명시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일부러 북미버전을 골라서 주문했는데도 해외버전을 받으면 속았다는 불쾌감 밖에 들지 않는다.
사실 비디오게임의 지역버전을 확인하는 건 쉽다. 북미지역은 ESRB, 유럽은 PEGI, 일본은 CERO, 한국은 GRAC 등 각 국가/지역 심의기관의 등급표시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 ESRB 등급표시 |
▲ PEGI 등급표시 |
▲ CERO 등급표시 |
▲ GRAC 등급표시 |
그러나 아마존닷컴의 문제는 소비자가 국가/지역 등급표시를 확인하고 주문해도 해외버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설명 이미지엔 북미버전 표지를 쓰고 해외버전 게임을 배송하면 지역버전, 등급표시 등을 주문 전 미리 확인하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
아마존닷컴이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마존닷컴에서 게임을 구입할 때마다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아마존닷컴의 문제라기 보다 마켓플레이스 셀러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만약 아마존닷컴이 지역버전을 명시하지 않고 게임을 판매하도록 계속 방치한다면 믿고 구입할 수 있는 게임 스토어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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