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1일 토요일

<척 & 래리>, 가짜 게이커플의 수난!



평범한 소방관 2명이 갑자기 결혼을?

하나는 부인과 사별했고 다른 하나는 플레이보이인데 둘이서 결혼을 한다고?

<척 & 래리>는 게이가 아닌 두 소방관이 위장 동성결혼을 한다는 내용의 코메디 영화다.



부인과 사별한 래리(케빈 제임스)가 자녀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선 재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자 가장 절친한 동료 소방관, 척(아담 샌들러)에게 위장 동성결혼을 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얘기가 꼬이게 된다.

그런데, 척은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플레이보이다. 래리는 비록 사별했지만 결혼한 뒤 자녀를 둔 가장이지만 척은 세상의 모든 여자는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다. 병원에서 만난 여의사부터 후터스 걸(Hooters Girl)까지 닥치는대로다.

그런데...

후터스 걸 중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어디서 보았을까?



그렇다! 비디오게임 이벤트 E3서 만났던 테크모 부스걸이었다. 위 사진은 2002년 E3 테크모 부스에서 찍은 것이다. 내 기억으론 XBOX용으로 개발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익스트림 비치 발리볼(DoA: Xtreme Beach Volleyball)>이 저 때 공개됐던 것 같다. 위 사진도 레이를 들고있는 걸 보니 비치 발리볼 게임 이벤트 때 찍은 것 같다.

그녀의 이름은 Candace Kita.

내가 E3를 빠지지 않고 매년마다 갔기 때문에 분명히 기억한다. 내가 매년마다 E3에 갈 때 L.A에 사는 한 남자가 'E3가 뭐가 볼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길래 '부스걸'이라고 농담을 했더니 '돈 조금 쓰면 여자 부를 수 있는데...'라고 해서 어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할 일 없어서 부스걸 보러 E3에 갔을 것 같은가. E3에서 뭘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냥 '부스걸'이라고 했더니 콜걸을 부르는 게 낫지 않냐는 엉뚱한 소리까지 들은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지간하면 E3 부스걸 얘기는 하고싶지 않았는데 <척 & 해리>에 E3 부스걸이 나올 줄이야! 게다가, 얼굴까지 기억한다고 해놨으니 부스걸 보러 간 게 맞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아무튼, 테크모가 E3에선 부스걸들도 꽤 유명했었다. Candace Kita는 2003년부터 안 보였던 것 같지만 그 전까지는 테크모 부스에서 <데드 오어 얼라이브> 캐릭터 커스튬을 입고 무대에 오르곤 했다.

Kita 말고 또다른 후터스 걸은 한국인이었다. 이름은 Jamie Chung. Jamie는 Candace와 함께 후터스걸로 대사도 없이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게 전부다. 하지만 어찌 그냥 흘려보낼 수 있으랴!



게이과 관련된 영화인데 여자 얘기만 하자니 좀 이상해진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남자 얘기만 하면 너무 삭막하지 않수?

아무튼,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척과 래리는 하는 수 없이 캐나다까지 가서 동성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거기까지가 전부가 아니었다. 뉴욕시가 척과 래리의 결혼이 진실한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게이가 아니면서 가짜 결혼을 통해 뭔가를 노리는 게 아닌지, 척과 래리가 진짜로 게이커플인지 조사하려는 것!

그저, 서류상으로 슬쩍 해놓으면 될줄 알았던 척과 래리는 여차하다간 교도소행이란 걸 알고 변호사까지 찾아간다. 결혼을 물릴 수는 없으니 변호사라도 고용해 생각보다 심각해지는 상황에 대처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섹시한 제시카 비엘이 변호사역으로 나오면서 '껄떡쇠' 척을 흥분시킨다.



스토리가 이쯤 되자 1990년 영화 <그린 카드(Green Card)>가 떠올랐다. 영화 <그린 카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미국 영주권을 따기 위해 위장결혼을 한다는 내용이다.



<그린 카드>는 동성결혼과는 상관없는 영화지만 위장결혼을 한다는 게 <척 & 래리>와 비슷하다. 차이점이라면, <그린 카드>에 나오는 위장결혼은 실제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척 &amp;amp; 래리>에 나오는 동성간의 위장결혼은 아직까지 실제로 본 적 없다는 게 될 것이다.

미 국서 영주권 없는 남자와 시민권을 가진 남자가 농담을 주고받는 걸 가끔 들어보면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 동성 위장결혼이라도 하라'는 얘기가 나오긴 하더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지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못 들어봤다. 남녀간의 위장결혼도 여차하면 들통날 수 있는데 한술 더 떠 동성간의 결혼이니 이민국에서 더욱 수상하게 여길 게 분명해 보인다.

척 과 래리는 모두 미국인이니 영주권 때문에 위장결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이라는 게 키포인트다. 목적달성을 위해선 결혼을 해야만 하는데 마땅한 여자가 없으면 남자라도 할 수 없지 않냐는 얘기인데, 바로 이게 정확하게 <척 & 래리>의 줄거리와 맞아떨어진다. 남자들끼리 농담으로 주고받던 얘기가 <척 & 래리>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다.

<척 & 래리>는 실제 게이커플의 이야기가 아니라 게이 행세를 할 수 밖에 없는 두 남자가 위장결혼한 사실을 탄로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줄거리다. <그린 카드>와 마찬가지로 위장결혼한 것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사건을 맡은 여변호사가 자꾸 이렇게 나오면 곤란하지?



게이인 척 해야만 하는 척을 괴롭히는 건 다름아닌 미녀 변호사였다!

이게 성고문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척 & 해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흥미진진한 조연들이다.

뉴욕 경찰로 잠깐 출연하는 댄 패트릭이 그 중 하나.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본 사람이라면 댄 패트릭을 모를 리 없다. ESPN에서 오랫동안 스포츠센터를 진행해온 유명한 스포츠 앵커다. <척 & 래리>에선 콧수염을 달고 나와 여차하면 못 알아볼 뻔 했는데 아무리 봐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 자세히 봤더니 목소리도 그렇고 댄 패트릭이 분명했다. 댄 패트릭이 ESPN에서 떠난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다. 댄 패트릭은 ESPN을 떠나 무엇을 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는데 혹시 영화배우로 전업하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척과 래리가 소속된 소방서의 캡틴으로 나오는 댄 애크로이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댄 애크로이드가 뉴욕의 소방서로 돌아오니까 <고스트버스터즈>가 생각나더라.



이밖에도 리처드 챔벌레인, 빙 라임스도 있다. 하지만, 가장 의미있는 조연은 아무래도 이 친구가 아닐까?

그룹 'NSYNC' 멤버였던 Lance Bass가 <척 & 래리>에서 결혼 축가를 부르는 밴드의 리더로 나온다. 이 친구가 왜 '의미있는 조연'인가 하면 얼마전에 자신이 게이라며 커밍아웃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척 & 래리>는 게이가 아닌 남자들이 게이 시늉을 하는 게 전부인 코메디 영화인가?

얼핏 보기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척 & 래리>는 게이를 좋지 않게 보던 남자들이 얼떨결에 게이 시늉을 하게 되면서 게이들을 이해하게 된다는 게 이 영화의 메인테마다. 영화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다면 '게이를 희화했다'며 진짜 게이들로부터 비난을 사기에 꼭 알맞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척 & 래리>에는 '게이에게 손가락질 하지 마라', '게이라는 걸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밝히라'는 메세지가 담겨있다.



게이들의 클럽 입구에서 종교단체들이 게이들을 혐오한다는 피켓시위를 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다. 여기서 아담 샌들러가 시위자 하나를 때려눕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다 후련하더라.

잠깐! 난 절대 게이가 아니다. 하지만, 난 게이들에게 대한 거부감이 없다. 비비고 달려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태여 거리를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내가 실제로 아는 게이들도 한 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게이 편을 든다는 건 아니다. 무조건 자기네들이 옳다며 설쳐대는, 입바른 소리 하기 좋아하는 집단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내가 좀 어릴 때 게이에게 왜 동성애자를 택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여자와 결혼 해 딸까지 있는 남자였지만 이혼 한 뒤 남자와 함께 살았다. 그의 딸이 고등학생이었으니 당시의 내 나이와 비슷했다. 이혼한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그 다음 파트너가 남자라는 건 이해 안된다고 하자 그는 대뜸 '여자가 뭐가 그리 좋으냐'고 했다. 그가 여자들한테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여자들은 골치만 아프게 하는 빌어먹을 존재'라고 했다. 그렇게 여자가 싫어져서 남자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살아보니까 남자가 여자보다 낫더라고 했다. 이해가 아주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하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여자 대신 남자와 살기로 했고, 이젠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다는데 내가 옳다 그르다 할 권한이 있나?

<척 & 래리>를 보면서 이 사람 생각이 났다. 영화에선 부인과 이혼한 게 아니라 사별한 걸로 나오고, 그것으로 인해 래리가 여자를 싫어하게 된 것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여자는 단 하나뿐'이라며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하는 바람에 여자 대신 남자를 선택하게 된다는 줄거리가 그 때 그 남자를 떠올리게 한 것이다.



<척 & 래리>는 아주 오랜만에 본 재미있는 코메디였다. 살짝 유치한 데도 꽤 있고 줄거리 자체도 뻔할 뻔자라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게이 스토리'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이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소방관들이 갑자기 게이커플이 되어 어정쩡한 상황에 자꾸 놓인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게 뭐가 웃기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게이가 아닌 남자 둘이 게이처럼 보이기 위해 손 붙잡고 다니고, 키스까지 해야하는 위기에 처하는 게 그래도 웃기던데? 게이들이 보기엔 하나도 힘들지 않은 거겠지만 게이가 아닌 남자들에겐 엄청난 결단력을 요구하는 행위들이다. <척 &amp;amp;amp;amp; 래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보나마나 뻔한 얘기인데도 웃기다.

<척 & 해리>는 게이들이 보더라도 전혀 기분나쁘지 않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영화다. 그렇다고, 게이들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섹시한 제시카 비엘과 후터스 걸들도 눈요깃 거리로 빼놓을 수 없다. 까놓고 말해, 난 게이가 아니라서 제시카 비엘과 후터스 걸들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누가 뭐래도 난 여자가 더 좋으니까 뭐라 하지 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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