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7일 금요일

'Shoot 'em Up', 전부 다 쏴버렷!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리는 사나이, 클라이브 오웬과 모니카 벨루치가 만났다.

만나긴 만났다. 그런데 좀 엉뚱한 만남이다.

'Shoot 'em Up'이 상당히 엉뚱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클라이브 오웬이 나오는 영화를 꽤 많이 봤지만 'Shoot 'em Up'에서처럼 골때린(?) 캐릭터를 연기한 건 처음 본 것 같다. '신 시티(Sin City)'의 드와잇(Dwight)도 'Shoot 'em Up'의 미스터 스미스(Mr. Smith)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래도 '미스터 스미스'라는 이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Shoot 'em Up'의 미스터 스미스는 브래드 핏,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Mr. and Mrs. Smith'에 나온 그때 그 '미스터 스미스' 못지않게 썰렁하다.

아, 그렇다고 모니카 벨루치가 안젤리나 졸리 역할을 한 건 절대 아니다.

왜냐고?

창녀로 나온단 말이다!!!

그럼 미스터 스미스는 누구냐고?

권총 사격 챔피언, 특수부대 출신에 얼씨구 절씨구... 뭐, 더이상 설명할 필요 없겠지?

아, 한가지 빼먹으면 아니 되는 게 있다.

미스터 스미스가 당근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 이것 때문에 악당, 허츠(Hertz)가 '미스터 버니(Bunny)'라고 놀리기까지 한다. 당근 꼭 쥐고있는 거 봐라. 저러니까 놀리지...ㅠㅠ


사진: 허츠(왼쪽), 미스터 스미스(오른쪽)

그런데, 저 당근 우습게 보면 머리에 꽂히는 수가 있다.

그렇다. 미스터 스미스는 당근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땐 무기로 사용한다. 그냥 꽂아버린다...-_-;;

미스터 스미스가 당근을 좋아하는 덕분에 야채 노점상도 영화에 나온다.

야채 노점상이 뭐가 중요하냐고?

'당근', '고구마'라고 씌여있으니까 그러지!

야채이름은 한글로 적혀있고 클라이브 오웬, 아니 미스터 스미스는 계속 당근 우적우적 씹어먹고...

이쫌 됐으면 'Shoot 'em Up'이 어떤 영화인지 대충 감이 잡혔으리라.

'Shoot 'em Up'의 줄거리는 갱스터들이 임신한 여자를 죽이려는 걸 우연히 목격한 미스터 스미스(오웬)가 이 사건에 휘말리면서 임산부가 낳은 아기를 데리고 쫓기게 된다는 내용이다. 미스터 스미스와 허츠가 이끄는 갱스터들간의 '아기 쟁탈전'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Shoot 'em Up'은 좋게 표현하면 '스타일리쉬 하드보일드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까놓고 말해 75%는 코메디인 영화라고 해야 맞다. 이런 영화에 클라이브 오웬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무뚝뚝하고 심각한 표정의 오웬은 'Tongue-in-cheek' 스타일의 액션영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클라이브 오웬의 모습을 보고 한참 웃지않을 수 없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폼잡고 앉아서 당근을 우적우적 씹어먹는데 입이 떠억 벌어지더라. 예고편만 봐도 상당히 실없는 영화라는 걸 눈치챌 수 있지만 이것을 직접 확인하는데 영화 시작하고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Shoot 'em Up'의 최대 매력 포인트다. 영화 자체는 싱겁기 그지없지만 클라이브 오웬이 괴짜 캐릭터에 어이없을 정도로 잘 어울린다는 걸 직접 확인하는 재미만으로도 'Shoot 'em Up'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줄거리고 닝기미고 'Shoot 'em Up'에선 다 필요없다. 이런 게 전혀 중요치 않은 영화다. 그저 계속 농담 주고받으며 총질하는 것만 보고싶어지는 영화다. 다른 영화 같았으면 '내용은 없고 총질만 한다'고 불평했겠지만 'Shoot 'em Up'에선 줄거리를 진행시키는 부분이 나오면 오히려 '누가 그거 신경쓰냐! 빨리 다음 총질 PLEASE!'가 되더라.



유머도 풍부하다. 클라이브 오웬이 연기한 미스터 스미스는 '카리비안의 해적'의 캡틴 잭 스패로우가 '다이하드'에 나온 것으로 보일 정도로 살짝 괴짜다. 미스터 스미스부터 한 유머 하는데다 터무니없는 액션씬을 보고있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게 된다. 미스터 스미스는 패하는 법이 거의 없는 '미스터 퍼펙트'이기 때문에 맥없이 당하기만 하는 악당들이 코믹하게 보인다.

'Shoot 'em Up'도 쟝르가 액션인데다 화끈한 액션씬이 볼거리 중 하나인 것까진 분명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넘치는 액션이 아니라 쿨하고 스타일리쉬하게 과장된 것이 대부분이므로 사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위에서 '신 씨티'가 나온 것도 'Shoot 'em Up'의 액션씬들이 코믹북에서 곧바로 옮겨온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Shoot 'em Up'에선 가능한데 이게 다 코믹북 스타일 액션씬 덕분이다. 쿨하고 스타일리쉬하다고 슬로우모션 'Bullet Time' 정도가 아니다. 이건 기본일 뿐이다.

영화가 이모양인데 주인공이 클라이브 오웬이고, 이것만으로 부족해 당근까지 우적우적 씹으면서 미친 듯이 총질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영화를 보기 전엔 상당히 어색한 영화일 것 같지만 영화를 보고난 뒤엔 '미스터 스미스'라는 새로운 액션 히어로가 탄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클라이브 오웬의 매력을 최대한 모두 살린 영화라고 해야할지도 모른다. 액션스타로써 전혀 손색없는 터프함, 웃기려고 농담한 게 아닌데도 웃기는 무뚝뚝한 얼굴의 유머에 BMW까지 나온다. 클라이브 오웬이 몇 년전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하는 BMW TV광고 시리즈로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클라이브 오웬을 차세대 제임스 본드 후보 1순위로 올려놓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게 BMW TV광고/단편영화 시리즈인데 오웬이 'Shoot 'em Up'에서 BMW와 '재회'한 게 우연일 리 없다.



사실, 흠을 찾으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영화지만 심하게 분위기를 깨는 것이 아니면 용서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줄거리가 신경에 거슬린다 어쩌다 따질 게 전혀 없는 영화니까 그런 걸로 걸고 넘어지지 말잔 것이다.

그렇다고 흠 잡을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모니카 벨루치.



문제는 모니카 벨루치의 비중이 워낙 없는 바람에 왜 나왔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것.

엄밀히 따지면 여주인공이라고 해야겠지만 하는 게 별로 없다. 게다가, 왜 모니카 벨루치를 캐스팅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클라이브 오웬이 제임스 본드라면 모니카 벨루치는 본드걸이라는 식의 패러디로 짐작할 수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어색해 보이는 게 문제다. 영화가 그런대로 잘 물려가다가도 모니카 벨루치가 나오면 산통이 깨진다. 영화 분위기가 코믹북 스타일인만큼 여자 주인공도 한가닥하는 캐릭터였다면 차라리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벨루치가 연기한 다나(Donna)라는 캐릭터는 그저 억지로 끼워넣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Shoot 'em Up'에서 가장 썰렁한 부분을 꼽으라면 모니카 벨루치가 나오는 곳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벨루치가 나오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모니카 벨루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벨루치가 매력있는 여배우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Shoot 'em Up'에선 그녀의 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영화를 어색하고 썰렁하게 만든 주범이 됐다. 64년생 여배우를 창녀로 내세워 억지로 섹시한 척 하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맘에 안 든다. 모니카 벨루치라는 '상징성'은 있겠지만 실속이 없다. 얼굴에 나이가 묻어나는데 창녀로 나와 섹시한 척 하는 것 부터가 보기 흉할 뿐. 아무리 'SEX & VIOLENCE'가 이 영화의 테마라지만 모니카 벨루치는 부담스럽게 보이기만 할 뿐 전혀 섹시해보이지 않았다. 'Shoot 'em Up'을 유치하게 보이도록 만든 가장 큰 주범은 누가 뭐래도 모니카 벨루치다.



'Shoot 'em Up'은 짜임새 있는 줄거리고 뭐고 다 접어놓고 스트레스 버스터용으로 왔다인 영화다. 이 영화에선 액션이 사실적이냐, 줄거리가 어떠냐를 따질 필요가 없으며, 따지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줄거리가 빈약하고 모니카 벨루치의 어색함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 이 정도의 문제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며, 아주 잘못만든 다른 허접한 영화들처럼 심하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므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데 큰 무리 없다. 뇌 한쪽 빼놓고 볼 수 있을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최근에 나온 영화 중에서 'Shoot 'em Up'만한 영화 없다. 폭력수위는 높다면 제법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가 워낙 건들거리기(?) 때문에 잔인하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깊게 생각할 것도 없고 길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막보기 좋은 영화다.

영화 자체가 이런 식이다보니 사운드트랙도 메탈쪽으로 갔다. 헤비메탈이 줄거리 진행에도 한몫 할 정도다. 뿐만 아니라 엔딩 타이틀은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Kickstart My Heart'을 사용했다. 징그러울 정도로 영화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노래를 골랐다.

말 나온 김에 뮤직비디오나 보면서 끝내자: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