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일 화요일

'미스 머니페니'로이스 맥스웰 타계

클래식 007 시리즈를 본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제임스 본드를 맞이하던 여비서, '미스 머니페니(Ms. Moneypenny)'를 기억할 것이다.

미스 머니페니로 나온 여배우가 한 둘이냐고?

딱 세 명이다. 지금까지 21편의 007 영화가 있지만 미스 머니페니역을 맡았던 여배우는 딱 세 명이 전부다. 14편의 007 영화에 연속으로 출연한 여배우 덕분이다. 1962년 영화 '닥터 노(Dr. No)'부터 1985년작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까지 14편의 007 영화에 미스 머니페니역으로 논스톱 출연한 여배우가 있는 것.

캐나다 출신 여배우 로이스 맥스웰(Lois Maxwell)이 정답이다.

로이스 맥스웰이 무려 14편의 007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임스 본드 원작가, 이언 플레밍이 '인정한' 미스 머니페니이기 때문일 것이다. 원작가, 이언 플레밍이 로이스 맥스웰을 만난 자리에서 소설을 쓰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미스 머니페니와 너무나도 똑같았다고 했다고 한다.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배우는 둘 째 치더라도 로이스 맥스웰은 이언 플레밍의 맘에 쏙 들었던 것 같다.

로이스 맥스웰은 티모시 달튼으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면서 007 시리즈를 떠났다. 그 이후 맥스웰은 미스 머니페니가 아닌 M을 연기하고자 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맥스웰과 007 시리즈의 인연은 거기까지가 전부였는 듯.

로이스 맥스웰이 토요일 저녁 호주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BBC가 보도했다. 향년 80세.

이언 플레밍까지 인정했던 '베스트 미스 머니페니', 로이스 맥스웰(1927~2007)의 생전 모습을 한번 돌아보기로 하자.

로이스 맥스웰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는 숀 코네리. 맥스웰은 숀 코네리와 함께 1962년작 '닥터 노(Dr. No)'부터 1967년작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까지 5편의 007 시리즈에 함께 출연했다.











맥스웰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는 조지 레젠비.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는 제임스 본드가 장가가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007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가 바로 이 작품이다. 루이스 암스트롱이 부른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가 주제곡이니 로맨틱한 분위기를 빼고 얘기하기 힘든 영화이기도 하다.

본드와 미스 머니페니가 결혼하는 게 아니라 유감스럽긴 하지만 사무실에서 서로 입맞춤을 하는 장면도 만만치 않게 로맨틱하다.



조지 레젠비가 '여왕폐하의 007'을 끝으로 떠나고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온 덕분에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에서 로이스 맥스웰-숀 코네리 콤비를 다시 한번 볼 수 있다.



맥스웰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는 로저 무어. 로이스 맥스웰과 로저 무어는 1973년작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부터 1985년작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까지 7편의 007 영화에 논스톱으로 함께 출연했다.









로저 무어와 로이스 맥스웰이 같은 1927년생이기 때문에 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둘 다 나이를 감추지 못했다. 60년대초 숀 코네리 시절만 해도 젊었던 로이스 맥스웰은 중년의 아줌마로 변신했고, 로저 무어 역시 중년의 아저씨로 변신해버린 것. 본드와 미스 머니페니가 나란히 나이들면서 둘의 사이도 '미남 스파이와 사랑에 굶주린 여비서'라는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편한 친구사이로 변했다.







'뷰투어킬'을 끝으로 로이스 맥스웰은 007 시리즈를 떠났다.

맥스웰이 떠난 뒤 캐롤라인 블리스가 2편의 티모시 달튼 007 영화에서 미스 머니페니로 출연했고, 피어스 브로스난 시대엔 사만다 본드가 1995년작 '골든아이'부터 2002년 '다이 어나더 데이'까지 4편의 007 영화에 미스 머니페니로 출연했다.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엔 미스 머니페니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미스 머니페니라는 캐릭터가 아예 나오지 않는 유일한 007 영화가 '카지노 로얄'이다.

그렇다고 007 시리즈에 미스 머니페니가 영원히 나오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당장 '본드22(2008)'로 미스 머니페니가 컴백할 수도 있다. 언젠가는 다시 나올 캐릭터지 완전히 사라질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엔 과연 누가 미스 머니페니를 맡게 될까?

제임스 본드를 맡을 배우를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단역인 미스 머니페니 타령을 하는 게 어찌보면 웃기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이스 맥스웰을 대신할 미스 머니페니를 찾는 게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찾는 것 보다 훨씬 힘들어 보인다. 이언 플레밍이 인정했던 미스 머니페니, 연속으로 14편의 007 시리즈에 미스 머니페니로 출연했던 '007 시리즈의 얼굴', 로이스 맥스웰을 대신할 여배우를 찾는다는 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쉬워보이지 않는다.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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