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일 월요일

'어웨이크', 괜찮을 뻔 했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로 유명해진 헤이든 크리스텐슨(Hayden Christensen)과 제시카 알바(Jessica Alba)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라고?

왠지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

여성관객들은 헤이든 크리슨텐슨이나 바라보고 남성관객들은 제시카 알바나 바라보라는 알맹이 없는 뻔할 뻔자 영화로 보였기 때문이다.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제시카 알바가 나온다니까 일단 출연배우를 빼면 남는 게 없는 간지러운 수준의 스릴러 영화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던 것. 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일단, '어웨이크(Awake)'의 줄거리부터 살짝 둘러보기로 하자.

심장병을 앓고있는 부잣집 아들 클레이(헤이든 크리슨텐슨)가 심장 이식수술을 받기위해 전신마취를 했는데 '마취'가 아니라 '마비'가 된다. 의식은 그대로인데 몸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그런데, 바로 이 덕분에 클레이를 죽이려 하는 의사들의 음모를 알아차리게 된다. 의식이 멀쩡하기 때문에 의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모두 들은 것이다. 하지만, '마비'가 된 상태니 꼼짝할 수 없다.

전신마취를 했는데도 의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의사들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듣게 된다는 설정은 그런대로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다. 여기까지가 양지의 끝이다. 곧바로 영화가 절룩거리기 시작하는 것.



샘(제시카 알바)과 약식으로 급하게 결혼식을 한 클레이와 그의 의사 친구 잭(테렌스 하워드), 클레이의 갑작스런 결혼과 1류의사가 아닌 잭에게 수술을 맡기겠다는 고집에 마음이 상한 클레이의 어머니 릴리스(리나 올린) 등 등장 캐릭터들은 그런대로 흥미롭게 보였다. 하지만, 스토리가 엉성해지는 덕분에 제몫을 다하지 못했다. 무언가 쇼킹하면서도 극적인 반전과 미스테리를 넣어보려고 노력한 것까지는 알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넘겨짚는대로 전부 들어맞을만큼 뻔한 수준이 전부이기 때문에 놀라울 것도 없었고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것도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배신'이라는 주제를 이용해 계속해서 관객의 허를 찌르려 노력한 것 같지만 흥미로운 수준이 아니다. 결국은 이렇게 되리라고 넘겨짚었던대로 전개되는 것도 문제지만 앞뒤 이야기가 대충 맞아떨어지면 그만이라는 수준에서 줄거리를 대충 짜맞춘 티가 심하게 나는 덕분이다. 요즘 관객 중에 이 정도 스토리에 감탄사를 연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따분할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까지 '깨어있는' 것이 힘들 정도는 아니다. 중간에 따분해질 정도로 맹탕인 영화는 아닌 것. 주인공 클레이가 상당히 희귀한 상황에 처한 덕분에 영화가 시시해지긴 해도 일단 벌여놓은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 그리 지루해 보이진 않는다.

물론, 러닝타임이 1시간 반이 채 안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제작팀의 깊은 뜻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으리오!



'어웨이크'는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제시카 알바가 나온다', '마취가 아닌 마비상태에서 모든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영화다. 1시간 반도 채 안 되는 러닝타임에 이것저것 대충 엮어놓은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만들었다면 꽤 괜찮을 뻔 했지만 첫 부분에서 냄새만 그럴싸하게 풍겼을 뿐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Something Special'이라고 할만한 게 없다.

제대로 된 러브씬이나 노출씬이 없으니 이런 것들로 관객을 끌려는 완벽한 3류영화는 아니다.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제시카 알바가 출연한 덕을 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여기에만 필사적으로 기댄 영화는 아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참신한 소재와 줄거리로 승부내고자 했다는 것까지는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크리스텐슨-알바를 제외하면 볼 게 없다는 소리를 면키 힘들어 보인다.

헤이든 크리스텐슨과 제시카 알바라는 두 청춘스타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 하나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어웨이크'는 아무래도 여기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극장까지 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젖은 티셔츠를 통해 비치는 제시카 알바를 보고 싶다면 또 다른 얘기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것도 일부러 극장까지 찾아가서 눈알에 힘주고 볼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는 절대 아니다. '어웨이크'는 나중에 DVD로 나오면 빌려보면 될만한 영화다. 집에서 느긋하게 DVD로 본다면 몰라도 일부러 극장까지 가서 볼만한 가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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