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0일 목요일

최고의 본드영화는?

007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다음 번 007년은 1000년 뒤인 3007년이다.

다음 번 007년이 오기까지 100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2007년이 지나기 전에 지금까지 나온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어느 것이 베스트인지 한번 뽑아봤다.



21위 - 다이 어나더 데이 (Die Another Day: 2002)



설명이 필요없는 최악의 007영화다. 007 영화를 잘못 만들면 얼마나 흉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다.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 '오마쥬 퍼레이드'를 빼면 남는 게 없는 것부터 시작해서 투명 자동차, 비디오게임 'Twisted Metal'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자동차 배틀 등 가면 갈수록 머리만 아파진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

20위 - 문레이커 (Moonraker: 1979)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낼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Are you f___ing kidding me? 제임스 본드가 우주에서 광선총을 쏘는 캐릭터냔 말이다. 제아무리 007 시리즈가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가 됐다지만 '문레이커'는 007 영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007 시리즈중 가장 007영화답지 않은 영화가 바로 '문레이커'다. 우주까지만 가지 않았더라도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문레이커'는 너무 지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꼴찌'가 아닌 이유는 로저 무어 덕분이다. 피어스 브로스난보다는 로저 무어가 훨씬 나은 제임스 본드였으니까.

19위: 두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 1967)



'두번 산다'는 제임스 본드 영화보다 '어스틴 파워'에 가까운 영화다. 화산으로 위장한 기지에서 우주선이 발사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주선이 우주선을 납치한다는 등 어처구니 없는 줄거리와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플롯들로 가득한 영화다. 숀 코네리의 007 영화 중 가장 흉칙한 영화. 존 배리의 사운드트랙은 아주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할만큼 한심한 007 영화다.

18위: 투모로 네버 다이 (Tomorrow Never Dies - 1997)



피어스 브로스난보다 성룡이나 이연걸이 나왔더라면 더욱 잘 어울렸을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007 영화다. 007 영화가 아니라 홍콩 무술/액션영화 흉내낸 것처럼 보이는 데 그쳤다. 양자경이 연기한 와이린은 역대 본드걸 중 가장 싸움을 잘하는 본드걸로 기록됐지만 그게 전부다. '투모로 네버 다이'는 007 시리즈가 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준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는 걸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17위: 언리미티드 (The World Is Not Enough - 1999)



'투모로 네버 다이'보단 나아졌지만 한심한 건 변함없다. 본드걸은(소피 마르소, 드니스 리챠드) 빵빵하지만 이것 빼면 볼 게 없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뚜렷한 개성이 없는 미지근한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영화 자체도 미지근하다. 줄거리도 따분하고 액션도 볼만한 게 없다.

16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 1974)



유머가 중요하다지만 그렇다고 코메디처럼 만들어도 되는 건 아니다.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너무 가볍고 싸구려틱한 조크와 유머를 빼면 남는 게 없는 허무한 007 영화다. 이전엔 가젯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영화를 우스꽝쓰럽게 보이도록 만들더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선 가젯이 안나오는 대신 영화 자체를 B급 코메디처럼 만들었다.

15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 1971)



007 시리즈 중에서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볼 게 없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도 예외가 아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는 줄거리도 수상하고 기억에 남는 액션씬도 없다.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 하나 빼곤 남는 게 없는 영화다.

14위: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 1985)



미국 로케이션에 미국인 본드걸이 나오는 또다른 007 영화다. 아니나 다를까, 줄거리도 '골드핑거' 리메이크로 보일 정도로 어디서 본 듯 한데다 따분하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았던 로저 무어가 보여준 '50대 후반의 제임스 본드'도 신경 쓰인다. '뷰투어킬'의 하이라이트는 프리 타이틀의 스키 스턴트와 듀란 듀란이 부른 메인 타이틀.

13위 -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 1973)



로저 무어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2층버스 체이스, 모터보트 체이스 등 볼만한 액션씬은 제법 많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깔린 덕분에 007 시리즈가 아닌 다른 판타지 액션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부른 'Live and Let Die'는 007 시리즈 최고의 주제곡 중 하나로 꼽힌다.

12위: 닥터노 (Dr. No - 1962)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다. 몬티 노만의 '딩디디딩딩 딩딩~' 하는 제임스 본드 테마, 건배럴씬 등 007 시리즈의 거의 모든 것이 '닥터노'에서부터 시작했다. 숀 코네리가 처음으로 '본드, 제임스 본드'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도 바로 이 영화다. 역대 최고의 본드걸로 꼽히는 우슐라 안드레스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빼고 나면 건질 게 많지 않다.

11위: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 1977)



로저 무어가 자신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완성시킨 영화다.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자동차, 해저기지, 강철이빨을 가진 괴력의 사나이 등 '나를 사랑한 스파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다. 하지만, 로저 무어는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보다 패밀리용 판타지 영화 주인공처럼 보이는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렸다. 플레밍 원작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Purist'들이 보기엔 '나를 사랑한 스파이' 역시 한심한 영화지만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보다는 훨씬 나아졌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몸짱'이자 '연기꽝'인 바바라 바크, 칼리 사이몬이 부른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도 빼놓을 수 없다.

10위: 썬더볼 (Thunderball - 1965)



바하마의 멋진 경치와 존 배리의 훌륭한 사운드트랙, 섹시한 본드걸, 요상한 가젯, 해저에서 벌어지는 배틀씬 등 '썬더볼'은 볼거리가 꽤 많은 편이다. 하지만, 007 시리즈가 판타지 스타일로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위: 옥토퍼시 (Octopussy - 1983)



터무니없어 보이는 가젯과 본드카를 배제한 '비교적으로' 사실적인 로저 무어의 007 영화 중 하나. 액션도 볼만하고 섹시한 본드걸도 여럿 나오지만 제임스 본드가 타잔소리를 내고 나중엔 광대분장까지 하면서 분위기를 깬다.

8위: 골든아이 (Goldeneye - 1995)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그의 첫 번째 영화 '골든아이' 하나 빼고 볼 게 없다. 멜로영화에나 어울릴 법한 피어스 브로스난의 어색한 감정연기와 살인적으로 흉악한 사운드트랙이 거슬리지만 브로스난의 007 영화 중에서 지나치게 바보스러워 보이지 않는 유일한 영화다.

7위: 골드핑거 (Goldfinger - 1964)



이상한 장치들이 가득한 '본드카'가 처음으로 등장한 영화다. 아직도 007 시리즈에 꾸준히 나오고 있는 아스톤 마틴 DB5가 스크린 데뷔한 영화인 것. '골드핑거'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보다 영화가 더 낫다는 평을 듣는 거진 유일하다시피한 007 영화다. 또한, 007 시리즈가 가젯 위주의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가 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영화이기도 하다.

6위: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 - 1987)



티모시 달튼의 첫 번째 007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차갑고 진지한 제임스 본드와 미사일이 나가는 본드카를 균형있게 결합시킨 잘 만든 본드영화다. 달튼의 본드영화는 로저 무어 시절의 항상 여유넘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언 플레밍 원작의 '진지한' 제임스 본드로 돌아갔지만 어느덧 007 시리즈의 상징이 돼버린 가젯들도 빼놓지 않았다.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은 것. '리빙 데이라이트'는 플레밍의 원작을 중요시하는 'Purist'와 판타지 스타일의 영화 시리즈에 익숙한 영화팬 모두 만족할만한 영화다.

5위: 라이센스 투 킬 (License To Kill - 1989)



제임스 본드가 살인면허까지 취소당한채 복수에만 전념하는 이색적인 내용의 영화다. 그러나,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에 가장 근접한 영화'라는 평을 받은 영화다. 007 시리즈 중에서 폭력수위가 가장 높으며, 그 덕분에 시리즈 처음으로 PG-13(13세 이상 관람가)을 받은 영화다. 또한, '라이센스 투 킬'은 액션과 스턴트도 사실적이고 본드의 적들도 판타지 캐릭터처럼 보이지 않는다. 만화책처럼 보이던 이전의 판타지풍 007 영화들과는 180도 다른 것. 말도 안되는 가젯들과 본드카, 세계정복 아니면 전인류를 몰살시키려는 황당한 계획을 꾸미는 악당이 나오지 않으면 007 영화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만족하기 힘들겠지만 '라이센스 투 킬'은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로 불릴만한 몇 안되는 007 영화 중 하나다.

4위: 유어 아이스 온리 (For Your Eyes Only - 1981)



로저 무어가 출연한 7편의 007 영화 중에서 플레밍의 원작에 가장 근접한 영화가 바로 '유어 아이스 온리'다. 사실, '유어 아이스 온리'는 로저 무어가 '문레이커'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나는 것으로 알고있던 제작팀이 새로운 배우를 위해 준비했던 영화다. 새로운 얼굴의 제임스 본드와 함께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것. 하지만,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돌아오면서 이전 007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유어 아이스 온리'에 출연했고, 결국 이 영화가 그의 베스트 본드영화가 됐다. 스릴 넘치는 자동차 추격씬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쉬나 이스턴이 부른 주제곡 'For Your Eyes Only'가 하이라이트.

3위: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 2006)



어지간한 본드팬들은 황당한 '다이 어나더 데이' 다음에 나올 007 영화는 플레밍 원작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이란 걸 알고있었을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본드영화 '카지노 로얄'은 본드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스타일의 영화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만화같은 판타지 007 영화 시대가 끝나고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 것.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다.

2위: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 1963)



이언 플레밍의 소설 대부분이 사실적인 첩보전과 거리가 있는 덕분에 007 영화 시리즈도 그쪽과는 거리가 있다. 예외가 있다면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이 될 것이다. '위기일발'은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중에서 가장 에로틱한 작품인 것과 동시에 첩보전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린 소설로 꼽힌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위기일발'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첩보영화다운 영화로 꼽힌다. 007 시리즈에 가젯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명 '007가방'도 빼놓을 수 없다.

1위: 여왕폐하의 007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



조지 래젠비는 단 1편의 영화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났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조지 래젠비를 제임스 본드로 기억하지 못하며, '여왕폐하의 007'은 낯선 배우가 한번 나오고 그만 둔 영화가 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다 제쳐놓고 영화 자체만 보면 '여왕폐하의 007'은 아주 잘 만든 제임스 본드 영화다. 플레밍의 원작에 충실하게 영화화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 007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목격하게 된다: 본드의 결혼이다. '여왕폐하의 007'은 전체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로맨틱한 영화로 꼽힌다. 그렇다고 쟝르가 바뀔 정도는 아니다. 가젯이 일체 나오지 않는 대신 자동차 추격전과 스키 스턴트,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즈 글로리아에서의 전투 등 액션도 풍부한 편이다. 물론, 루이 암스트롱이 부른 주제곡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도 빼놓을 수 없다.

댓글 2개 :

  1. 저랑 비슷한 취향도 있고 상반된 취향도 있으시군요.

    전 RM보다는 PB가 낫다고 보거든요...
    (일단 Moore는 너무 늙었어요... 액션도 너무 느리고...)

    전 1위는 FRWL, 2위는 CR입니다.
    OHMSS도 상위 랭크지만, 액션이 넘 꽝이라서... 1위까지는 못 줍니다...
    (사실, 건배럴 샷이 너무 흐느적거리지 않나요?)

    아뭏든... 잘 봤습니다.

    답글삭제
  2. 로저 무어가 나이가 많았던 건 사실인데요. 그래도 뭐랄까, 남자다운 카리스마 같은 게 느껴지는데 피어스 브로스난에게선 이런 게 안 느껴졌습니다. 그저 곱상한 미남, 영어로 하자면 'Pretty Boy' 정도... 액션영화에서 군인/장교, 경찰/형사역에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했거든요. 풍기는 인상이 너무 부드러워서...

    'OHMSS'를 1위로 놓은 건 약간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왕따하는 것 같아서... 래젠비까지는 좀 그래도 영화 자체는 아주 멋졌다고 생각합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