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9일 수요일

'본드22' 어느 방향으로 갈까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007 영화 '본드22(제목미정)'의 주요 캐스팅 정보가 공개됐다.

제임스 본드는 물론 다니엘 크레이그, 본드걸엔 우크라이나 출신 여배우 올가 쿠리렌코와 영국 신예 젬마 아터튼, 악역은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에게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더욱 흥미로운 건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해본 적이 없는 마크 포스터가 감독을 맡았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댄 브래들리가 액션/스턴트를 담당할 2nd 유닛 감독을 맡았다는 것.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것만으로 '본드22'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한번 짚어봤다.

일단, 본드걸 캐스팅으로 돌아가보자.

'카지노 로얄'의 에바 그린에 이어 이번에도 본드걸은 Gothic 분위기가 날 것처럼 보인다. 스타일로 따지면 우아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닌 'Street Style'에 가까워질 것처럼 보인다. 리딩 본드걸이 비디오게임을 영화로 옮긴 청소년층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영화 '힛맨'(The Hitman)'의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배우라는 점도 흥미롭다. 젊은층을 의식한 티가 나는 것.

또다른 본드걸, 젬마 아터튼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나온 영화를 아직 한편도 보지못한 상태라 뭐라 할 단계는 아니지만 젬마 아터튼도 '현대적인 외모'라는 평을 듣는 신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도적으로 본드걸을 '영계(?) 스타일'로 정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하다.

일단 줄거리가 이어지는만큼 '본드22'도 '카지노 로얄'의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본드22'도 쿨한 가젯이 많이 나오는 판타지 스타일이 아니라 이언 플레밍 원작쪽에 가까운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지구를 지키는 007'이 아닌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곧바로 튀어나온 듯한 내용과 분위기의 영화일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도 '60년대 숀 코네리 시절을 되살리고 싶다', '60년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스파이 영화들을 좋아한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스크린라이터 폴 해기스는 '이언 플레밍과 존 르 카레의 첩보소설을 섞는다'고도 했다. 5~60년대 첩보소설 냄새가 짙게 풍기는 클래식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걸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악역을 보자.

악역 도미닉 그린역으로 캐스팅된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은 아무래도 '신세대 스타일'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뮌헨(Munich)'에서 연기했던 루이스와 비슷한 색깔을 유지한다면 그가 연기할 도미닉 그린은 클래식한 캐릭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말릭과 같은 분위기의 배우는 세계정복이라는 야무진 꿈을 꾸는 엉뚱한 악당역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본드22'의 도미닉 그린은 '위기일발'의 레드 그랜트, '유어 아이스 온리'의 크리스타토스, '라이센스 투 킬'의 산체스, '카지노 로얄'의 르쉬프처럼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의 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튜 아말릭은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악역으로 왔다인 배우다. 아말릭도 크레이그와 마찬가지로 'Modern Looking'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만큼 클래식 스파이 영화 분위기를 내는데 적합한 배우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른 캐스팅은 둘 째 치더라도 악역만큼은 제대로 선택한 것 같다.

여기에 마크 포스터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마크 포스터 감독은 여지껏 007 시리즈와 같은 액션영화를 감독한 적이 없다. 덕분에 마크 포스터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레이커', '다이 어나더 데이'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만은 확실하다. 따라서, 마크 포스터 감독의 '본드22'는 밝고 가벼운 판타지 액션영화가 아닌 어둡고 무거운 '줄거리 진행형'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액션영화인 것엔 변함없을 것이다. 007 시리즈가 전통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액션영화인만큼 '본드22'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스파이더맨'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의 스턴트 코디네이터, 댄 브래들리가 '사실적인 액션씬'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자동차 스턴트를 뺄 수 없었던 것처럼 '본드22'에서도 자동차 스턴트는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본드22'에서도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고 도로에서 튕겨나가는 스턴트를 보게 될 듯.

'본드22'가 클래식 스타일과 신세대 스타일을 'Shaken, not stirred'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만큼 주제곡은 누가 어떤 풍의 곡을 부를지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제목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의미는 이언 플레밍 원작의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줄거리가 이어진다는 사실보다 '카지노 로얄'로 돌아온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살리겠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게 옳다. 따라서, '본드22' 제목을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에서 따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플레밍이 쓴 제임스 본드 소설 대부분이 영화제목으로 사용됐지만 아직 사용되지 않은 게 몇 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Risico', 'The Property of a Lady'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하나가 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제목이 될까?

생각하면 할수록 기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드22'의 미래가 전부 'Positive'한 건 아니다.

'카지노 로얄'은 누가 뭐래도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이 있었고 그 덕을 톡톡히 봤다. 007 제작팀이 구태여 새로운 걸 만들어낼 필요없이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의존할 수 있었던 것.

007 영화 제작팀이 플레밍의 원작을 영화에 사용했던 건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가 마지막이다.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모두 이언 플레밍의 소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여기저기서 플레밍 소설의 흔적을 찾아볼 순 있지만 플레밍이 쓴 소설 중에 '라이센스 투 킬', '골든아이' 등은 없다. 제목부터 시작해서 내용까지 거의 전부를 007 영화 제작팀들이 만들어야 했던 것.

007 제작팀은 '리빙 데이라이트' 이후 거의 20여년만에 플레밍의 원작에 다시 한번 기댈 수 있었다. 이것이 '카지노 로얄'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거의 6억불을 벌어들이며 흥행성공했다. 아주 오랜만에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007(Ian Fleming's James Bond 007)이라고 할 자격이 있는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자 바로 이런 007 영화를 기다렸던 전세계 영화팬들이 열광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본드22'다. '본드21'은 성공했다지만 '본드22'는 어찌될지 불투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엔 기댈 원작이 없다는 것.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한 이유는 이언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자 한 것인데 '본드22'의 줄거리는 플레밍의 소설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플레밍의 원작과 무관하면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본드22'의 성패는 바로 여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까지 이어붙이면서 '카지노 로얄'을 '본드22'까지 억지로 끌고가며 플레밍 원작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하는데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패를 면키 어렵다. 맨손격투나 사실적인 스턴트가 전부가 아니라 '얼마나 이언 플레밍다운 스토리가 준비됐느냐'가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클래식 스파이 영화를 어설프게 흉내낸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로썬 분위기만 진지하고 심각해진다고 플레밍 스타일을 살린 게 아니라는 걸 제작팀이 잘 알고있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카지노 로얄'이 흥행성공한 이유도 영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전부인 것이 아니라 친근한 이언 플레밍의 원작 내용이 영화에 나왔다는 덕이 컸다는 것도 알고있으리라.

댓글 2개 :

  1. 처음 들려봅니다.
    제목을 보니 모 기자님의 블로그에 등장하신 그분 같으신데요?..^^

    개인적인 주절거림 이지마는....

    한번쯤 '여왕폐하의 첩보원'을 공식적으로 리메이크 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흥행에서 망한 영화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아해서요.

    아래 내용들을 좌아악 다 읽어보긴 했는데... 소설 내용을 생각하면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주 잘 어울리긴 한데요. 개인적으로는 쥬드 로 007 캐릭터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요즘엔 어째해서 '바람둥이' 역할만 맡고 있긴 하지만, 예전에 나온 영화 가타카에서 보여준 연기 생각하면 소설 속의 제임스 본드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요. 저는 가타카를 다시 보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주 들리겠습니다.

    아..저는 그리고 로저 무어가 연기한 본드를 제일 좋아합니다.^^ 왠지 흉내내고 싶은 캐릭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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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후덜덜덜~~

    암튼, 반갑습니다!

    쥬드 로도 괜찮죠. 터프한 맛이 약간 부족한 게 흠이지만...
    너무 순하게 생겼죠.

    리메이크는 007 시리즈를 완전히 '리셋'하지 않는한 힘들 것 같지만...
    'OHMSS' 비슷한 분위기가 나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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