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6일 목요일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이 떨어지는 이유

헐리우드 최대 잔치가 점점 작아진다?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에 의하면 지난 2월24일 ABC를 통해 방송된 제 80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역대 최저 시청률(29%)을 기록했다고 한다. 1954년엔 82%가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을 지켜봤고 10년전 '타이타닉'이 아카데미상을 휩쓸 때만 해도 50% 이상이 시청했지만 금년엔 1/3로 줄었다고.

왜 이렇게 됐을까?

해가 지날수록 아카데미상 시상식 시청자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의 지적대로 요즘 헐리우드 영화는 '트랜스포머스', '스파이더맨', '캐리비언의 해적들'과 같은 대형규모의 프랜챠이스 영화 아니면 개성파 감독들의 저예산 독립영화로 양분됐을 뿐 그 중간에 해당되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덕분에 소위 작품성, 예술성 높은 영화들을 찾으려면 저예산 독립영화들을 뒤지는 수밖에 없게 됐다. 아카데미 영화제가 인기상을 주는 행사가 아닌만큼 흥행성공했다고 작품상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금년 아카데미엔 흥행성적이 저조한 편인 영화 5편이 나란히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흥행이 전부인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저예산 독립영화들은 미국 전국에서 와이드 개봉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일반 영화팬들이 찾는 평범한 멀티 플렉스에선 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일부러 찾아서 봐야한다. 하지만, 일반 영화관객들 중에서 몇 명이나 이런 영화들을 일부러 찾아서 보겠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화 대부분은 일반 영화팬과 시청자들에게 생소한 작품들이란 게 된다. '직접 본 영화', '아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흥미가 가겠지만 주요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은 생소한 영화가 전부인 것.

이런 영화들만 모아놓고 4시간 동안 시상식을 하는데 일반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생소한 영화들만 잔뜩 가져다 놓고 자기네들끼리 잔치하는 게 전부인데 시청률 하락 타령을 하는 것 자체가 코메디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시상식 시청률이 다시 올라갈 수 있을까?

인터테인멘트 위클리에 의하면 아카데미측도 큰 기대를 하지않고 있다. 브루스 데이비스(Bruce Davis) 아카데미 영화제 사무국장은 '금년 한번 죽쑨 게 전부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면서 시청자가 적은 데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져 영화사들은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 매달리고 소규모 프로덕션들은 난해한 내용의 드라마로 쏠리는 트렌드가 바뀌지 않는 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계속 '흥행실패'할 것이란 이야기다. 성인 눈높이에 맞는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갖춘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한 별 수 없다는 것.

메이져 영화사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쪽으로 몰린다고 인기상 시상식으로 변신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상식 중계방송 시청률 하락을 모른 척 하기도 곤란한 아카데미 영화제의 고민이 엿보인다.

댓글 2개 :

  1. 그냥 어차피 상안줄꺼 후보작에라도 트랜스포머나 스파이더맨을 껴놓으면
    시청률상승에 도움이 갈텐데 말이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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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본 얼티메이텀'이 들러리 역할을 했죠.
    3개나 받았죠...ㅋㅋ
    그런데, 여전히 작품, 감독, 주/조연 등 메이저 부문엔 끼지 못했죠.
    흥행성공했고 리뷰도 좋게 받은 영화지만 액션, 오락영화라서 작품상 후보엔 못오른거죠.
    그대신 꿩대신 닭으로 편집상...
    물론, 작품상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카데미가 액션, 오락영화를 너무 미워하는 게 아니냔 얘기는 나오더군요...ㅋㅋ
    '트랜스포머스'나 '스파이더맨'은 좀 심해도 '3:10 To Yuma', '아메리칸 갱스터' 같은 영화는 메이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만 했다고 보거든요.
    메이저 부문에 저런 영화들이 끼었더라면 시청률이 좀 올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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