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4일 일요일

'데스 레이스' - 역시 방심은 금물!

경제가 무너진 2012년 미국.

몇 푼 되지 않는 봉급을 받으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툭하면 시위진압 경찰들에게 얻어터지는 '그렇고 그런' 사회다.

전직 NASCAR 레이서였던 젠센 에임스(제이슨 스테이텀)도 공장 노동자 중 하나다. 에임스는 돈은 많지 않았지만 와이프와 딸과 함께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복면을 한 괴한이 침입해 그의 아내를 살해하기 전 까지는...

설상가상으로 아내 살해누명까지 쓴 에임스는 헤네시(조앤 앨런)가 소장으로 있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런데, 이 교도소에선 '데스 레이스(Death Race)'라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고 있었다. 온갖 무기로 무장한 자동차로 서로 공격하면서 레이스를 하는 '익스트림 레이스'다.

TV로 생중계 되는 '데스 레이스'는 전국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인터테인멘트지만 레이스를 하는 죄수들은 입장이 다르다. '5승 하면 풀어준다'는 조건에 목숨을 걸고 '죽느냐 사느냐 레이스'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에임스가 전직 NASCAR 레이서였으니 그가 '데스 레이스'에 출전하게 된다는 건 스포일러도 아니겠지?

그렇다. '데스 레이스'는 암울한 미래의 교도소에서 '데스 레이스'를 하는 게 전부다. 스토리고 자시고 따질 것도 없다. 스토리를 굳이 따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지독하게 유치하므로 그냥 '줄거리가 없다'고 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하다. 비디오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중무장한 자동차들끼리의 배틀을 감상하다가 집에 가라는 게 전부인 영화에서 스토리고 닝기미고 따지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다.

비디오게임?

그렇다. '데스 레이스'는 상당히 게임틱한 영화다.

'중무장한 자동차로 배틀을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니 컴퓨터 인터테인메트 아메리카의 자동차 배틀 게임 '트위스티드 메탈(Twisted Metal)' 시리즈다. 플레이스테이션1 시절부터 시작한 '트위스티드 메탈' 시리즈는 어지간한 게이머들은 다들 알고있을 정도로 인기있는 게임으로, 자동차 배틀 게임 중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틀 중 하나다.


▲소니 CEA의 'Twisted Metal Black' 커버

물론, 제이슨 스테이텀 주연의 '데스 레이스'는 70년대 영화 '데스 레이스 2000'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 21세기 영화팬들은 '트위스티드 메탈을 영화로 옮긴 듯한 영화'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스 레이스'처럼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티가 뚜렷한 영화는 몇 편 된다. 비디오게임을 그대로 영화로 옮긴 건 아니지만 게이머들에게 친숙할 것처럼 보이는 영화들 말이다.

빈 디젤 주연의 'The Fast and the Furious'가 그 중 하나다. 소니 CEI의 레이싱 게임 '그랜 터리스모(Gran Turismo)' 시리즈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높히고 Genki의 '수도고 배틀(首都高バトル aka Tokyo Highway Battle)' 시리즈로 스트릿 레이싱에 흥미를 갖도록 만들면서 나온 영화가 바로 'The Fast and the Furious'다. 플레이스테이션2 버전 'Tokyo Xtreme Racer Zero'엔 영화 'The Fast and the Furious'의 트레일러가 보너스로 포함되기도 했다.


▲'Tokyo Xtreme Racer Zero' 커버

이러한 '게임영화'들의 공통점은 쿨하고 스타일리쉬한 것을 무척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좋아하고 열광하는 틴에이져들이 메인타겟이기 때문이다.

'데스 레이스'도 예외가 아니다. 여자들이 섹시한 척 개폼 잡을 땐 힙합이 쿵쾅거리고 '배틀 레이스'가 한창일 땐 록음악이 징징거린다.

이쯤 됐으면 '안 봐도 비디오인 영화'란 생각이 솔솔 들지 않수?


▲포드 머스탱 광고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ㅠㅠ

그래도 자동차 배틀씬은 그럭저럭 볼만하지 않냐고?

적어도 지루하진 않다. 하지만, 워낙 뻔한 액션이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볼 게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도 자동차 배틀씬 하나 만큼은 볼만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쏘고 부딪치는 게 전부일 뿐 스피드도 느껴지지 않고 무언가 색다르고 특별하다고 할만 한 게 없었다.

자동차끼리 서로 총과 미사일을 쏘면서 레이스를 하는데 특별한 게 없다고?

없다니까!

비디오게임까지 건너 갈 것도 없이 007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 본드의 아스톤 마틴과 자오의 재규어가 자동차 배틀을 벌였던 것과 크게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걸 보면서 '쿨~!'을 연발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그렇다. '데스 레이스'는 유치하고 썰렁하고 아동틱한 영화다. 잔혹한 장면들이 더러 나오긴 하지만 틴에이져들을 겨냥해 만든 영화라는 티가 물씬물씬 허벌나게 풍긴다.

그으렇다. '데스 레이스'는 R&B 그룹 TLC의 앨범 타이틀을 생각나게 만드는 그렇고 그런 영화 중 하나다.

"CrazySexyCool"을 외치지만 'Crazy'만 있고 'Sexy'와 'Cool'은 글쎄올씨다인 영화 말이다.


▲TLC

그으으렇다. 데스 레이스'는 딱 제이슨 스테이텀 스타일의 영화다. 언제부터인가 이 친구 나오는 영화는 되도록이면 피하게 됐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에 보게 된 영화가 '데스 레이스'다.

스테이텀 주연의 영화는 '트랜스포터 2'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데 왜 극장까지 가서 돈 주고 영화를 봤냐고?

낸들 알겠수? 잠깐 방심했다니까!

아, 혹시 트레일러에 이 노래가 나왔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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