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또는 호주출신이 아닌 미국인 배우가 제임스 본드를 맡는다고?
로버트 와그너의 회고록 'Pieces of My Heart'에 의하면 70년대초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가 로버트 와그너에게 제임스 본드역을 제의했었다고 캐나다의 CTV가 전했다.
그러나 로버트 와그너는 마음을 정하는 데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와그너는 브로콜리에게 '제임스 본드는 영국인이어야만 하는데 나는 너무 미국적이니 로저 무어로 결정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로저 무어와 절친한 사이인 로버트 와그너는 CTV와의 인터뷰에서 알버트 R. 브로콜리의 제임스 본드 제의에 대해 생각할 것도 없었다면서 로저 무어 만큼 제임스 본드역에 적합한 배우가 없었다고 말했다.
만약 로버트 와그너가 제임스 본드역을 수락했더라면 어땠을까?
로버트 와그너가 1973년 영화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서 로저 무어 대신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면?
외모만 놓고 따진다면 로버트 와그너도 아주 멋진 제임스 본드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미국인 배우는 제임스 본드로 곤란하다는 문제에 걸린다. 때문에 '로버트 와그너 AS 제임스 본드'라는 상상은 여기서 흩어져버리게 된다.
로버트 와그너도 이를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일까? 와그너는 7~80년대 TV 시리즈 '부부탐정(Hart to Hart)'에서 제임스 본드를 연상케 하는 캐릭터 조나단 하트를 연기했다. 제임스 본드는 영국인이어야 하는 만큼 제의를 거절한 대신 미국 TV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를 맡은 듯.
그렇다면 제임스 본드는 반드시 영국인이 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이다. 로버트 와그너의 말처럼 제임스 본드는 영국인 배우가 맡아야 한다. 007 시리즈 프로듀서들이 미국인 배우를 제임스 본드로 세울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지껏 미국인 배우가 제임스 본드역을 맡은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별 이변이 없는 한 없을 것이다. 미국인 배우가 제임스 본드가 되어 007 시리즈까지 '미국화'시키는 날이 '제임스 본드의 최후의 날'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본드걸과 사귀지도 못하는 건 아니다. 로버트 와그너의 현재 부인은 본드걸 출신 미국 여배우 질 세인트 존(Jill St. John)이다.
질 세인트 존은 숀 코네리(Sean Connery)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1971)'에서 리딩 본드걸, 티파니 케이스로 출연했던 여배우.
로버트 와그너와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의 인연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의 패밀리 멤버 중에 본드걸 출신이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바로 라나 우드(Lana Wood)다.
라나 우드는 숀 코네리 주연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1971)'에서 본드걸, 플렌티 오툴로 출연했던 미국 여배우다.
그런데 라나 우드가 로버트 와그너와 어떻게 연결되냐고?
로버트 와그너의 첫 부인이 라나 우드의 언니인 여배우 나탈리 우드(Natalie Wood)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의 바로 그 나탈리 우드가 로버트 와그너의 첫 부인이었고, 나탈리의 여동생 라나가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 와그너의 현재 부인 질 세인트 존과 함께 본드걸로 출연했던 것.
하나는 현재 부인, 다른 하나는 처제. 결국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본드걸 2명 모두 로버트 와그너의 '패밀리'인 셈.
질 세인트 존과 라나 우드 모두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 함께 출연했다는 것도 재미있다. 로버트 와그너까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필릭스 라이터역으로 출연했더라면 더욱 멋질 뻔 했지만 와그너와 제임스 본드와의 긴 인연이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그 대신 제임스 본드가 될 뻔 했지만...
▲셜리 배시의 'Diamonds Are 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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