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애슐리(니콜 키드맨 - Nocole Kidman)은 오스테일리아 북부에 있는 소 목장을 물려받은 영국 귀족이다.
휴 잭맨(Hugh Jackman)은 가축을 몰고 다니는 게 직업(Drover)인 터프가이다. 쉽게 '오스트레일리안 카우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일단 정지.
이쯤 됐으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고급스러운 영국 귀족부인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터프가이가 서로 얽히게 된다는 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딱 한마디만 하겠다: "웰컴 투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레일리아'의 문제점은 'Cliché after Cliché'라는 것이다. 에픽 로맨틱 어드벤쳐라는 것 까지는 좋은데 시대에 뒤처지는 진부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의도한 것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미남 터프가이와 미녀 귀족부인의 로맨스와 전쟁 이야기' 포뮬라에 억지로 짜 맞춘 패로디처럼 보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분위기가 약간 수상하다는 것이 감지된다. 술집에서 싸움을 하는 전형적인 터프가이 캐릭터 드로버(참고: 휴 잭맨의 캐릭터는 이름 없이 그의 직업인 Drover로 불린다)와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는 세팅에 갸우뚱하게 되고, 스테이크 소스 TV광고 배경음악 수준의 음악이 울려퍼지면서 고개를 젓게 만든다.
30년대말~40년대초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를 배경으로 서부영화를 만들었단 말이야?!
그렇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세기초 오스트레일리아 북부를 배경으로 한 서부영화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이니 '캥거루 웨스턴'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그런데, 서부영화가 전부가 아니다. 영화의 첫 2/3까지만 서부영화이고 마지막 1/3부턴 '진주만(Pearl Harbor)'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드로버와 애슐리의 카우보이 어드벤쳐/로맨스 스토리를 거쳐 마지막엔 일본군 비행기가 폭격을 하고, 군함이 불타고, 도시가 아수라장이 되는 2차대전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
무엇보다도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은 영화 초반이 무척 썰렁했다는 점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한 웨스턴 영화로 시작한다는 것부터 살짝 어리둥절해 지는데 하나는 터프한 척, 다른 하나는 고귀한 척 하는 휴 잭맨과 니콜 키드맨의 오버연기까지 가세하면서 영화를 진지하게 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든다. 이중엔 유머를 위해 '의도된 썰렁함'도 섞여있지만 워낙 간지러운 수준이라서 웃기긴 커녕 유치하게 보였다.
웃기지도 않는 유치한 유머를 걷어내고 진지하게 스토리를 풀어갔더라면 꽤 볼만 했을지 모른다. 오스트레일리아 백인과 원주민들간의 갈등, 인종차별과 같은 주제에 무게를 두고 시작부터 스토리를 진지하게 풀어갔더라면 제법 멋진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나, 실없어 보이는 드로버-애슐리 커플이 영화까지 헐리우드의 클래식 영화들을 짜깁기한 패로디 영화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인디아나 존스 2'의 인디아나 존스-윌리 스캇 커플과 비슷한 우스꽝스러운 커플을 주인공으로 하는 '캥거루 웨스턴 + 진주만 2' 영화로 보이도록 만든 것.
이런 쟝르의 영화를 진지하고 멜로드라마틱하게 만들면 더욱 진부하지 않냐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시작부터 실없는 패로디 코메디 영화처럼 보이도록 만들 필요는 없었다.
이 덕분에 영화에 몰입하기 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러닝타임이 거진 3시간에 육박하는 영화인 만큼 빠르게 적응할수록 도움이 되었겠지만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관계로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뻔할 뻔자 줄거리에도 흥미가 끌리지 않았고 금새 지루해졌다. 엉거주춤한 웨스턴 세팅과 유치한 유머로 영화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까닭이다.
드로버와 애슐리의 로맨스로 스토리가 옮겨가면서 부터는 그런대로 볼만 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미 본 듯한 흔해 빠진 멜로드라마 이상은 아니었다. 일본군 공습씬도 새로울 게 없었다. 영화 '진주만'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서부영화, 로맨틱 멜로드라마, 전쟁영화가 한데 어우러진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같이 모방한 티가 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과 백인간의 갈등과 인종차별 문제는 괜찮은 소잿감이었으나 이것 또한 미국 서부영화의 '백인과 아메리칸 인디언과의 대치'와 '흑백간 인종문제'를 오스트레일리아 버전으로 옮긴 것으로 보였다. 이렇다 보니 영화의 배경이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것을 제외하곤 '새롭다', '다르다'고 할만 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이것이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다.
노스탈직 무비팬들은 '오랫만에 옛 생각 나는 영화를 봤다'고 할지 모른다. 아마도 이 때문에 극장에 60대 이상의 관객들이 많았는 지도 모른다. '어톤먼트'를 보던 때와 극장내 분위기가 비슷했던 것 같다.
미남배우 휴 잭맨과 미녀배우 니콜 키드맨, 그리고 싱거운 유머와 아동틱한 씬들로 젊은 관객들까지 끌어들이려 한 것 같지만 클래식 영화 패턴과 분위기만 따라갔을 뿐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는 한계를 넘기 힘들 것 같다. 썰렁한 유머에도 박장대소하고 흔해빠진 멜로드라마를 보면서도 눈물 흘리는 관객들이라면 별 문제 없을지 모르지만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만족하기 힘들 듯.
전에도 느꼈지만 댓글 달기가 참 극악입니다. 그런데 Far and away와는 많이 다른가요?
답글삭제그 영화를 제목만 본 거 같습니다. 제목은 기억이 나는데 영화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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