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007 시리즈가 지나치게 미국화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자주 듣고있다. 007 시리즈가 주인공만 제임스 본드인 게 전부인 흔해빠진 헐리우드 액션영화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하는 사람들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일까?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이 제임스 본드였던 지난 90년대로 돌아가 보자. 브로스난이 출연한 네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세 (투모로 네버 다이스), 마돈나(다이 어나더 데이) 등 미국 가수들에게 맡겼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들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인 본드걸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의 주제곡 'You Know My Name'은 미국 로커, 크리스 코넬(Chris Connel)이 불렀고, '콴텀 오브 솔래스'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는 미국 로커, 잭 화이트(Jack White)와 역시 미국 R&B 가수, 앨리씨아 키스(Alicia Keys)가 듀엣으로 불렀다.
미국 뮤지션이 자주 주제곡을 부른다는 게 문제라는 건 아니다. 문제는, 칼리 사이먼이 부른 1977년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의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를 제외하고는 미국 뮤지션이 부른 007 주제곡 중에 크게 히트한 곡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007 제작진은 1989년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 주제곡을 부른 글래디스 나잇부터 2008년 잭 화이트 & 앨리씨아 키스 듀엣에 이르기까지 미국 뮤지션들에게 연달아 주제곡을 맡겼다. (1999년 'The World is Not Enough'를 부른 Garbage는 미국밴드지만 리드싱어, 셜리 맨슨은 영국인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최근엔 유니버설의 본 트릴로지(Bourne Trilogy) 스크립트를 쓴 미국 영화감독, 토니 길로이(Tony Gilroy)가 '본드23'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다는 괴상한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게다가 '본드23'는 미국을 배경으로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까지 했다. 만약 이 헛소리 같은 이야기들이 전부 사실로 판명된다면 '본드23'는 미국 배경에 미국인 본드걸, 미국인이 부른 주제곡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미국인이 맡은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잠깐! 미국인 영화감독이 007 시리즈를 연출한다고?!
영국연방에 속하지 않은 국가태생 영화감독이 007 시리즈 연출을 맡은 것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의 독일인 영화감독, 마크 포스터(Marc Forster)가 최초다. 그러므로, 미국인 영화감독이 007 시리즈를 연출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고한 007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가 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007 연출제의를 거절했던 이유 중 하나도 '연출자는 영국인 중에서 고른다'는 룰을 깨기 싫어서 였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커비 브로콜리가 프로듀서로 활동했을 당시엔 16편의 007 시리즈를 연출한 감독 전원이 영국태생이었다.
'콴텀 오브 솔래스'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본드팬들은 '영국연방 태생이 아닌 감독에게 영화를 맡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영국연방 태생 영화감독들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므로 아주 틀린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반면, 토니 길로이는 본 트릴로지를 비롯해 최근 개봉한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듀플리시티(Duplicity)'의 연출을 맡은 만큼 스파이 쟝르에 일가견이 있다. 격렬한 액션의 본 트릴로지와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인 '듀플리시티'를 한데 합치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만들어지는 셈이니 토니 길로이가 잘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듀플리시티'가 길로이의 '007 오디션'이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인 감독이 제임스 본드 영화의 연출을 맡는다면 '007 시리즈를 완벽한 미국 액션영화로 만들려 하느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지 모른다.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망각한 사람들이 만든 영화처럼 보였던 '콴텀 오브 솔래스'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엔 미국인에게 연출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이야기가 분명히 나오게 되어있다.
제임스 본드가 영국산 캐릭터라지만 너무 '영국', '영국' 하는 것 아니냐고?
한국 서울에서 먹은 한식과 미국 L.A 코리아타운에서 먹은 한식은 같은 한국사람이 요리한 한식인데도 맛에 차이가 난다. 그런데 미국인이 요리한 한식을 먹는다면 어떠할까? 한식은 한식일테니 비슷하기야 하겠지만 서울에서 먹은 '그 맛'이 날까? 요리솜씨가 탁월하다면 미국인이라고 불가능할 건 없겠지만 '맛'이라는 것이 혀로 감지할 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참 맛을 내는 것도 '고향사람'들이 최고 아닐까? 제 2의 테렌스 영이 될 영화감독과 제 2의 셜리 배시가 될 뮤지션 역시 고향에서 찾는 게 최고일 것이다.
미국화는 피할수 없는 대세인 듯.. 어차피 미국시장 자체도 커서 수익도 많고 미국에서 히트쳐야 해외시장 바이어들이 많이 사가지 않을까요? 007시리즈가 요새 완성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솔직히 냉전시대도 아닌 요즘 미국이나 한국이나 네티즌들이 많이 비웃더군요. 제국주의도 부담스럽고 영국이 세계적으로 이런 영향력이 있느냐고요. 미국이라면 모를까 현실에 와닿지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답글삭제그리고 어나더 웨이투다이, 08년 싱글차트에서도 보면 엄청 많이 판 걸로 나왔고, QOS 중에 이 주제가가 유일하게 영화상을 수상한 카테고리인 것만은 확실하죠. 저도 처음엔 다른 팬들처럼 듣기 싫었는데 계속 듣다보니 중독성 있고 좋기만 하던데 왜 다들 깎아내리시는 지 모르겠더군요. 개인적으론 QOS에서 유일하게 잘 된게 주제가하고 마티유 아말릭의 출연이었습니다.
제 뜻은, '007 시리즈는 007 시리즈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007 시리즈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야 제대로 된 영화가 나올텐데, 이는 아무래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어려서부터 읽고, 보면서 자란 사람들이 많은 영국인들이라는 거죠. 그러니 되도록이면 영국인들이 영화를 만들도록 하라는 겁니다. 007 시리즈는 격렬한 액션이 전부인 흔한 액션영화와는 차별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답글삭제'영국의 영향력' 기타등등은 007 시리즈에서 따질 게 못됩니다. 배트맨이 비현실적이라는 것과 비슷한 얘기가 되죠. 제임스 본드는 사실상 영국산 수퍼히어로나 다름없으니 이런 것들에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미국화 대세'와도 그다지 관련없는 얘기 같군요. 그리고, 007 시리즈는 북미보다 해외에서 높은 수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서 2억불은 못넘었지만 글로벌 토탈이 '카지노 로얄' 5억9천만, 'QOS' 5억7천만이니 크게 아쉬울 건 없죠.
'Another Way to Die'의 문제는 쓸데없이 록과 R&B 듀엣으로 만들었다는 데서부터 시작하죠. 보컬만 빼면 그럭저럭 OK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