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1일 화요일

'본드23' 개봉이 2010년 이후로 밀린다면...

내년에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기 힘들 것 같다. 얼마 전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EON 프로덕션과 소니 픽쳐스가 새로운 스파이 영화, '리모트 콘트롤(Remote Control)'을 발표한 것만 보더라도 '본드23'의 2010년 개봉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007 시리즈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도 '본드23'에 대한 계획이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일단 쉬면서 재충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 2편이 연달아 월드와이드 흥행수익 5억불을 넘어서면서 한창 뜨거울 때 재충전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일까?

이것은 아닌 듯 하다. '아이디어는 풍부하다'면서 이언 플레밍의 소설들을 다시 영화로 옮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던 게 불과 몇 달 전 일이니까.

그렇다면 '본드23' 제작을 뒤로 미루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본드23'가 향하고 있는 방향부터 살짝 짚어보기로 하자.

일단 '베스퍼 스토리'는 '콴텀 오브 솔래스'로 마무리 지은 듯 하다. '콴텀'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의 조직은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계속 등장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본드23'부터는 전편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시리얼 형식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비롯한 출연진도 나이를 먹기 때문에 '전편의 몇 분 뒤'부터 이어지는 속편을 계속 이어갈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본드23'에는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에 빠졌던 전통적인 007 시리즈 요소들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Q와 머니페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어둡고 거친 풋내기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노련한 에이전트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나이가 드는 만큼 '카지노 로얄' 시절의 풋내기 007 모드에 계속 남아있는 것도 곤란하게 되었으니 '본드23'에서는 어떻게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본드23'는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와는 성격이 크게 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풋내기 시절 제임스 본드는 잊으라'면서 '본드23'부터 007 시리즈를 새롭게 다시 시작하려 할 수도 있다. 이런 만큼 분위기를 전환할 시간을 벌려는 게 아닐까 추측해 보게 된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를 다른 배우로 교체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을 벌 필요가 있을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계속해서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 스타일로 가지 않을 것이란 정도는 어지간한 사람들도 다 알고있는데 2년마다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던 패턴에서 벗어나며 요란을 떨 필요가 있겠냔 말이다.

'본드23'가 2010년에 개봉하지 않으면 부작용도 생긴다. '본드23'가 어중간한 2011년에 개봉하게 된다면 2012년 50주년 기념작(본드24)을 기대하기 힘들어 진다. '본드23'가 개봉한지 1년만에 '본드24'가 개봉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드23'는 어중간한 2011년을 건너뛰어 2012년까지 밀릴 수도 있다. 제작진이 50주년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 별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드23'가 50주년 기념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0주년을 꼭 지킬 필요가 있냐고?

사실 007 시리즈는 10주년, 20주년, 30주년을 기념하지 않았다. 2002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가 40주년을 기념한 게 처음이다. 그러므로 50주년이 되는 2012년에 반드시 영화를 내놔야 한다는 법은 없다. 2002년에 40주년 기념을 했는데 2012년에 또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50주년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다. 게다가, 일부러 개봉시기를 맞출 필요도 없이 해오던 대로 2년마다 새로운 영화를 내놓으면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편리점도 있다. 그런데 007 제작진은 '본드23' 개봉을 2010년에서 밀어내어 애매하게 만들려 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고, 2012년 50주년 기념도 걸려있는 만큼 '본드24'까지 2년마다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일을 이상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또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계약한 4편의 007 영화에 모두 출연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의문이 간다. '본드23'가 2010년,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 '본드24'가 2012년에 개봉하면서 다니엘 크레이그의 시대를 마감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본드23'가 2011년 또는 2012년으로 밀린다면 '본드23'가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007 제작진이 50주년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본드23'를 2011년, '본드24'를 2013년에 개봉한다면 크레이그가 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모두 채울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만약 '본드23'가 2012년 50주년 기념작으로 밀린다면 거기까지가 크레이그 시대의 마지막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40대 중반이 넘어서까지 제임스 본드를 계속 하고싶은 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 한가지를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달라진 분위기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어울릴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007 제작진이 감을 못 잡은 게 아닐까? 똑같은 포뮬라를 반복하거나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끝에서 끝으로 점프하는 충격요법을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이번엔 밸런스를 맞춰야 할 것 같으니 머뭇거리는 게 아니냔 것이다. 게다가 '본드23'부터는 건배럴씬의 위치를 바꾸거나, "본드, 제임스 본드"와 같은 유명한 대사를 빼버리는 유치한 수법을 더이상 사용하기 곤란하게 되었으니 머리가 더욱 아플지도 모른다.

물론, '콴텀 오브 솔래스'로부터 3~4년 정도 간격을 두면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힌 뒤 '본드23'로 기록적인 흥행성공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본드23'가 '콴텀 오브 솔래스'가 개봉한지 4년만인 2012년에 개봉한다면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다려왔던 영화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릴 수도 있다. 이것을 노리고 큰맘 먹고 '본드23'를 제작하는 것도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같지는 않다.

다만 문제는 다니엘 크레이그도 늙는다는 것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숀 코네리를 능가할 정도로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꼽힐 만 하다면 그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일 때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본드23' 개봉이 2010년 이후로 밀려나는 것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수명이 짧아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렇게 불필요하게 시간에 쫓기기 싫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제임스 본드는 무조건 30대초-중반의 배우로 고르면 된다. 30대이더라도 마흔을 코앞에 둔 30대 후반의 배우(예: 다니엘 크레이그)를 또 캐스팅하면 지금과 같은 골칫거리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4개 :

  1. 항상 즐겁게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본드 소설 모두 펭귄판으로 사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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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이 하나 좋은 건 짧다는 거죠...^^ 400~500 페이지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 부담없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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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즐겁게 오공본드님 글을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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