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8일 월요일

007 영화에 잘 어울릴 듯한 '로스트' 출연진은?

본드팬이라면 TV 시리즈와 영화를 보면서 '저 배우는 007 시리즈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차기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 후보만 찾는 건 아니다. 악역을 포함한 조연급들도 포함된다. 007 시리즈가 아무리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 중심이고, 본드걸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지만 이들 둘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ABC의 '로스트(Lost)'의 출연진 중에 007 시리즈에 나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가 있을까?

있다.

벤자민 라이너스 역으로 출연중인 미국배우, 마이클 이머슨(Michael Emerson)이다.



'로스트' 시리즈를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이 양반이 엄청난 배우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007 시리즈에서 어떤 역할에 잘 어울릴 것 같냐고?

서, 설마 Q?

마이클 이머슨이 Q를 맡는다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이건 실현 가능성이 제로인 넌센스 같은 얘기인 만큼 그만하기로 합시다.

그렇다면 어떤 역에 어울릴까? 악역?

그렇다. 악역이다. 하지만, 세계정복을 꿈꾸는 전형적인 007 시리즈 악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적인지 동지인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니면 거짓인지 판단하기 매우 힘든 애매하고 음흉한 캐릭터로 마이클 이머슨 만한 배우가 또 있을까? 배신에 배신을 반복하는 스토리가 밥먹듯이 나오는 스파이 쟝르에 특히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사실 나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 악역을 맡았던 프랑스 배우, 매튜 아말릭(Mathieu Amalric)이 이러한 캐릭터를 연기하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는 훨씬 기대에 못미쳤다.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세련되고 미스테리한 캐릭터가 아니라 사과나 우적우적 씹어먹는 술에 취한 건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매튜 아말릭이 '콴텀 오브 솔래스'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기대가 컸는데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엔 '이게 아니었다'는 실망감만 들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와 마이클 이머슨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007 시리즈의 악역을 맡으면 제임스 본드와 반드시 격투를 벌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는 그저 거짓말과 배신을 반복하며 제임스 본드를 골탕먹이기만 하면 된다.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주연의 1987년 제임스 본드 영화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ng Daylights)'에서 코스코브 장군을 연기했던 여른 크라베(Jeroen Krabbé)를 참고하면 괜찮을 듯 하다. 만약 마이클 이머슨이 코스코브 장군과 같은 더블 에이전트 역을 맡는다면 크라베보다 훨씬 위험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빙 데이라이트' 얘기가 나오니까 생각난 게 하나 있는데, '로스트'에서 잭 셰퍼드(매튜 폭스)의 아버지, 크리스챤으로 출연중인 미국배우 존 테리(John Terry)도 '리빙 데이라이트'에 출연했던 배우다.


▲'로스트'에서의 존 테리

존 테리가 '리빙 데이라이트'에서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냐고?

제임스 본드(티모시 달튼)의 절친한 CIA 친구, 필릭스 라이터 였다.

지금은 노인 역으로 나오지만 그 때만 해도 꽃미남이었다오...


▲'리빙 데이라이트'에서의 존 테리

필릭스 라이터가 '로스트'에 출연중이니 벤자민 라이너스가 007 시리즈에 출연해도 별 문제될 것은 없겠지?

필릭스 라이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로스트'에 리처드 알퍼트로 출연중인 미국배우 네스터 카보넬(NEstor Carbonell)도 007 시리즈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다. 필릭스 라이터 역에도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반드시 그 역할이 아니더라도 네스터 카보넬은 007 시리즈에서 어울리는 배역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만한 배우다. 완전히 믿을 수는 없어도 제임스 본드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더블 에이전트 역으로 왔다 아닐까?



찾아보면 더 있겠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아예 영화를 한 편 만드는 게 나을 지도 모르니 이쯤에서 그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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