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보라고?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의 주제곡을 부른 셜리 배시(Shirley Bassey)부터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의 'You Only Live Twice(1967)',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1969)',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부른 'Live and Let Die(1973)',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Nobody Does It Better(1977)',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의 'For Your Eyes Only(1981)', 듀란듀란(Duran Duran)의 'A View to A Kill(1985)'...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예전만 못해졌다. 007 제작진은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 주제곡을 티나 터너(Tina Turner)에게 맡겼다. 영화 제목에부터 '골드'가 들어가는 만큼 셜리 배시가 불렀던 1964년 클래식 '골드핑거'를 연상시키려 한 것이다. 셰릴 크로우(Sheryl Crow)와 The Garbage에게 각각 'Tomorrow Never Dies(1997)'와 'The World is Not Enough(1999)' 주제곡을 맡긴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몽롱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띄워 스파이 영화와 매치시키려 한 것이다.
그렇데 어떻게 Portishead 지나칠 수 있었을까?
셰릴 크로우, The Garbage보다 인지도가 낮은 지는 몰라도 90년대에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밴드로는 이들이 딱이었다.
그러더니 2002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는 마돈나(Madonna)에게 주제곡을 맡겼다. 팝 보컬 위주에서 벗어나 듀란듀란에게 '뷰투어킬' 주제곡을 맡겼던 것처럼 이번엔 마돈나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마돈나가 부른 '다이 어나더 데이'는 분위기를 바꾸는 것엔 성공했는지 몰라도 제임스 본드 영화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제임스 본드 주제곡 퀄리티는 나아진 게 없다.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부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주제곡 'You Know My Name'은 1965년 톰 존스(Tom Jones)가 부른 '썬더볼(Thunderball)'을 흉내낸 것이며, 2008년 잭 화이트(Jack White)와 앨리씨아 키스(Alicia Keys)가 듀엣으로 부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는 1973년 폴 매카트니의 'Live and Let Die'를 흉내낸 게 전부였다.
자, 그렇다면 '본드23' 주제곡은 어떤 스타일로 해야 할까?
싫든 좋든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녀가 부른 "고오오오올드핑가~"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만큼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으려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마약문제로 '콴텀 오브 솔래스' 주제곡을 부를 기회를 날렸던 영국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도 제 2의 셜리 배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같은 영국가수, 더피(Duffy)도 셜리 배시 풍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충분히 부를 수 있을 만한 가수다. 현재로써는 더피가 '본드23' 주제곡을 부를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을 것인가?
그렇다고 더피가 내키지 않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는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한 번 이상 반드시 부르게 될 가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녀가 '본드23' 주제곡을 부른다고 해서 불만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0년대 "고오오오올드핑가~" 하던 시절에 계속 멈춰있을 수는 없다. 007 시리즈 주제곡을 매번마다 계속해서 그때 그 시절 풍으로 채우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거냐고?
007 제작진이 자꾸 "고오오오올드핑가~" 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올드 스타일에서 벗어나서는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주제곡을 찾는 데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보컬의 록밴드만 잘 찾아보더라도 007 주제곡에 어울릴 만한 뮤지션들이 꽤 눈에 띄지만 007 제작진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들어서 더욱 클래식 제임스 본드 스타일에 집착을 보이는 듯 하다.
왜 여성보컬 록그룹이냐고?
남성보컬 록그룹이 곤란한 이유는 크리스 코넬, 잭 화이트와 연속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007 시리즈 주제곡에 어울리는 여성보컬 록그룹을 찾아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뭐냐고?
유러피언 댄스는 어떨까?
Handsup, Hard Trance, Jumpstyle 같은 스타일은 아무래도 곤란하겠지만 독일 DJ, ATB와 같은 스타일은 007 시리즈 주제곡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007 시리즈 메인 타이틀씬이 전통적으로 제법 화려한 편이니 때문에 저런 스타일의 노래와 아주 잘 어울릴 수도 있다.
프리 타이틀씬이 끝나고 메인 타이틀로 넘어가는 부분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미국 캘리포니아 하우스 DJ들의 곡 중에서도 괜찮은 노래들이 있다.
Deep Dish의 'Say Hello'부터 들어보자.
Kaskade의 'Be Still'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주제곡을 이런 스타일로 바꿀 것이라면 유러피언 뮤지션들에게 맡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007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 것 하나로만 가득한 헐리우드 액션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를 예로 들어보면, 남자주인공은 영국배우고 여자주인공은 우크라이나 배우이며, 악역은 프랑스 배우이고 연출은 독일/스위스인 영화감독이 맡았다. 바로 이 때문에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북미지역보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훨씬 높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독일에서 기록적인 흥행성공을 거뒀다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마크 포스터(Marc Forster)가 연출을 맡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포스터 감독은 그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
그러나 '본드23' 연출까지 영국인이 아닌 유럽인 영화감독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러니 이번엔 주제곡을 맡기는 게 어떨까? 유러피언 DJ에게 주제곡을 맡긴다면 더이상 60년대 "고오오오올드 핑가~" 분위기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댄스챠트에도 오를 게 분명하니 일석이조 아니겠수?
마지막은 ATB의 신곡 'What About Us'로 하자. 이런 스타일은 007 주제곡으론 곤란하지만 그래도 신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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