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7일 일요일

꼭 제 2의 셜리 배시, 폴 매카트니를 찾아야 하나

007 시리즈라고 하면 본드걸, 가젯, 멋진 휴양지 등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주제곡도 빼놓을 수 없다. 007 시리즈 주제곡 중에 어마어마한 곡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라고?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의 주제곡을 부른 셜리 배시(Shirley Bassey)부터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의 'You Only Live Twice(1967)',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We Have All the Time in the World(1969)',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부른 'Live and Let Die(1973)',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Nobody Does It Better(1977)',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의 'For Your Eyes Only(1981)', 듀란듀란(Duran Duran)의 'A View to A Kill(1985)'...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하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예전만 못해졌다. 007 제작진은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 주제곡을 티나 터너(Tina Turner)에게 맡겼다. 영화 제목에부터 '골드'가 들어가는 만큼 셜리 배시가 불렀던 1964년 클래식 '골드핑거'를 연상시키려 한 것이다. 셰릴 크로우(Sheryl Crow)와 The Garbage에게 각각 'Tomorrow Never Dies(1997)'와 'The World is Not Enough(1999)' 주제곡을 맡긴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몽롱하면서도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띄워 스파이 영화와 매치시키려 한 것이다.

그렇데 어떻게 Portishead 지나칠 수 있었을까?


셰릴 크로우, The Garbage보다 인지도가 낮은 지는 몰라도 90년대에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밴드로는 이들이 딱이었다.

그러더니 2002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에서는 마돈나(Madonna)에게 주제곡을 맡겼다. 팝 보컬 위주에서 벗어나 듀란듀란에게 '뷰투어킬' 주제곡을 맡겼던 것처럼 이번엔 마돈나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것이다. 하지만 마돈나가 부른 '다이 어나더 데이'는 분위기를 바꾸는 것엔 성공했는지 몰라도 제임스 본드 영화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제임스 본드 주제곡 퀄리티는 나아진 게 없다.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이 부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주제곡 'You Know My Name'은 1965년 톰 존스(Tom Jones)가 부른 '썬더볼(Thunderball)'을 흉내낸 것이며, 2008년 잭 화이트(Jack White)와 앨리씨아 키스(Alicia Keys)가 듀엣으로 부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주제곡 'Another Way to Die'는 1973년 폴 매카트니의 'Live and Let Die'를 흉내낸 게 전부였다.

자, 그렇다면 '본드23' 주제곡은 어떤 스타일로 해야 할까?

싫든 좋든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녀가 부른 "고오오오올드핑가~"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만큼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으려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마약문제로 '콴텀 오브 솔래스' 주제곡을 부를 기회를 날렸던 영국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도 제 2의 셜리 배시 후보 중 하나로 꼽힌다. 같은 영국가수, 더피(Duffy)도 셜리 배시 풍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충분히 부를 수 있을 만한 가수다. 현재로써는 더피가 '본드23' 주제곡을 부를 후보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제 2의 셜리 배시'를 찾을 것인가?

그렇다고 더피가 내키지 않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언젠가는 제임스 본드 주제곡을 한 번 이상 반드시 부르게 될 가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녀가 '본드23' 주제곡을 부른다고 해서 불만스러울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60년대 "고오오오올드핑가~" 하던 시절에 계속 멈춰있을 수는 없다. 007 시리즈 주제곡을 매번마다 계속해서 그때 그 시절 풍으로 채우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쩌자는 거냐고?

007 제작진이 자꾸 "고오오오올드핑가~" 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올드 스타일에서 벗어나서는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주제곡을 찾는 데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보컬의 록밴드만 잘 찾아보더라도 007 주제곡에 어울릴 만한 뮤지션들이 꽤 눈에 띄지만 007 제작진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들어서 더욱 클래식 제임스 본드 스타일에 집착을 보이는 듯 하다.

왜 여성보컬 록그룹이냐고?

남성보컬 록그룹이 곤란한 이유는 크리스 코넬, 잭 화이트와 연속으로 겹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는 007 시리즈 주제곡에 어울리는 여성보컬 록그룹을 찾아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뭐냐고?

유러피언 댄스는 어떨까?

Handsup, Hard Trance, Jumpstyle 같은 스타일은 아무래도 곤란하겠지만 독일 DJ, ATB와 같은 스타일은 007 시리즈 주제곡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007 시리즈 메인 타이틀씬이 전통적으로 제법 화려한 편이니 때문에 저런 스타일의 노래와 아주 잘 어울릴 수도 있다.





프리 타이틀씬이 끝나고 메인 타이틀로 넘어가는 부분을 상상하면서 노래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미국 캘리포니아 하우스 DJ들의 곡 중에서도 괜찮은 노래들이 있다.

Deep Dish의 'Say Hello'부터 들어보자.


Kaskade의 'Be Still'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주제곡을 이런 스타일로 바꿀 것이라면 유러피언 뮤지션들에게 맡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007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미국 것 하나로만 가득한 헐리우드 액션영화와는 다르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를 예로 들어보면, 남자주인공은 영국배우고 여자주인공은 우크라이나 배우이며, 악역은 프랑스 배우이고 연출은 독일/스위스인 영화감독이 맡았다. 바로 이 때문에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북미지역보다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훨씬 높은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독일에서 기록적인 흥행성공을 거뒀다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다. 마크 포스터(Marc Forster)가 연출을 맡은 제임스 본드 영화를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포스터 감독은 그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했다고 본다.

그러나 '본드23' 연출까지 영국인이 아닌 유럽인 영화감독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그러니 이번엔 주제곡을 맡기는 게 어떨까? 유러피언 DJ에게 주제곡을 맡긴다면 더이상 60년대 "고오오오올드 핑가~" 분위기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댄스챠트에도 오를 게 분명하니 일석이조 아니겠수?

마지막은 ATB의 신곡 'What About Us'로 하자. 이런 스타일은 007 주제곡으론 곤란하지만 그래도 신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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