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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문레이커'가 오늘로 북미 개봉 30주년을 맞았다.
'문레이커'가 'My Favorite Bond Movie'가 아닌 것을 숨길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유머와 재미도 중요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우주로 나가 광선총을 쏘는 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극장에서 본 첫 번째 영화가 '문레이커'였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007 시리즈는 원래 이런가 보다' 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문레이커'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아쉽게도(?)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그 때는 제임스 본드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을 때였는데도 벽에 붙어있던 '문레이커' 포스터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걸 보니 아무래도 그 때부터 007 시리즈와의 인연이 시작된 듯 하다.
그 담벼락에 저주를...ㅡㅡ;
하지만, '문레이커'를 구해 보기까지 오래 걸리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빠지면서 비디오로 시리즈를 구해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봤냐고?
그 때는 어렸는 데도 '문레이커'가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제일 처음 본 제임스 본드 영화가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였기 때문인지 '이 007 영화는 왜 이렇게 공상과학 영화 같냐'는 생각이 들었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을 순서대로 봤다면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적어도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하나 정도라도 먼저 봐 둔 상태였다면 아주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007 영화 얘기만 꺼내면 '나를 사랑한 스파이' 타령을 늘어놨던 친척 누나가 있었는데, 이 양반은 '문레이커'가 재미있어 죽을 뻔 했다나?
하지만, 내게는 재미가 없었다. 재미가 없었다기 보다 조금 이상해 보였다고 할까?
그래서 어른들께 '문레이커는 왜 이런가. 원래 007 영화가 다 이런가 물었더니 '007 시리즈는 숀 코네리가 007 가방을 들고 나오더니 가방에서 칼이 척 나오고..' 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로저 무어의 007 영화엔 아예 관심이 없다는 투 였다.
007 영화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소설을 비교하게 된 계기를 만든 것도 바로 영화 '문레이커'다. 007 시리즈에 원작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게 '문레이커' 였다.
동네에 있는 헌책방을 이 잡듯이 뒤지고, 조금 멀리 떨어진 꽤 큰 규모의 헌책방들까지 뒤진 결과 한글로 번역된 '문레이커' 소설을 찾을 수 있었다. 겉표지는 검정색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페이지들은 다들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한국에 있을 때 한글로 된 책으로 읽은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은 '닥터노(Dr. No)', '문레이커', 그리고 빌어먹을(?) '정사탈출'이다. '정사탈출'이 무슨 책인지 궁금하면 여기로 가 보시구랴.
아무튼, 제임스 본드 책을 어렵게 구해 읽었다는 게 포인트다. 아주 힘들게 구했다고 하면 아무래도 거짓말이 되겠지만, 대형 서점에서 새책을 손쉽게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문레이커'를 책으로 읽고난 소감이 어땠냐고?
'그럼 그렇지' 싶었다. 영화가 소설과 100% 무관한 건 아니었지만 관련있는 부분을 찾는 게 쉽지 않을 만큼 차이가 컸다. 영화 '문레이커'를 봤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래도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은 변함없는 만큼 괄세(?)를 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개봉 30주년도 챙겨주는데 괄세는 무슨...
'문레이커' 관련 콜렉티블도 몇 개 가지고 있다오.
찾아보면 좀 더 있겠지만 제임스 본드 콜렉티블은 나중에 정리하기로 합시다, 오케이?
Once again, Happy birthday 'MOONRAKER'!!
마지막으로,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부른 주제곡을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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