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해리 포터' 시리즈에 열광하는 어린이 관객들을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끌어들일 방법은 없을까?
있다. '영 본드(Young Bond)' 시리즈를 영화화하는 것이다.
'영 본드' 시리즈가 무엇이냐고?
영국의 코메디언 겸 작가, 찰스 힉슨(Charles Higson)이 쓴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다. '영 본드' 시리즈도 오피셜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인 것은 맞지만, 성인이 된 제임스 본드가 아니라 틴에이저 시절의 어린 제임스 본드(Young Bond)를 주인공으로 한 어린이용 어드벤쳐 시리즈다. 제임스 본드가 MI6 에이전트가 되기 이전의 어렸을 적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는 여럿 되지 않냐고?
그렇다. 대표적으로 알렉스 라이더(Alex Rider) 시리즈가 있다. 영국 작가, 앤토니 호로위츠(Anthony Horowitz)의 알렉스 라이더 시리즈는 지난 2006년 영화(Alex Rider: Operation Stormbreaker)로도 제작되었다.
하지만, 만약 '영 본드'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된다면 '알렉스 라이더'와는 약간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창조한 제임스 본드의 어렸을 적 시절을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에 '영 본드' 시리즈의 시대배경은 현대가 아닌 1930년대라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시대배경이 1930년대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해리 포터' 시리즈와 더욱 흡사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는 마법을 사용하는 판타지 영화이고 '알렉스 라이더'는 게임보이를 가젯으로 사용하는 초현대식 어드벤쳐 영화지만 '영 본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스타일이 부족한 시대극에 그칠 수도 있다.
물론, 30년대 배경의 시대극이라는 게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영 본드'라고 하면 대개의 경우 어린이가 제임스 본드 시늉을 하는 영화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본드'가 '성인 본드' 흉내를 내는 영화로 생각하는 영화관객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1930년대 배경의 어릴 적 제임스 본드 얘기가 전부다'라고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 지 생각해 보게 된다. 메인 캐릭터가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라지만 제임스 본드의 어릴 적 이야기라는 것 하나만으로 어디까지 통하겠냐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007 영화 시리즈만 알고있을 뿐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 본드' 시리즈가 오히려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영화에서는 시대배경을 현대로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일 것 같다. 1950년대에 30대였던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의 어릴 적 이야기를 그린 게 '영 본드' 시리즈인데 시대를 2000년대로 바꾸면 약간 이상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는 나이를 먹지 않는 캐릭터다. 그러므로 플레밍이 1953년에 발표했던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을 2006년에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제작했던 것처럼 '영 본드' 시리즈도 시대배경만 현대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라이더'처럼 닌텐도 DS를 가젯으로 사용하는 건 아무래도 곤란하겠지만 시대만 변경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영 본드'와 '어덜트 본드'가 너무 비슷해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찍은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와 차별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Q와 가젯 등이 '어덜트 본드' 시리즈로 돌아오게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주연배우의 나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곤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영 본드'와 '어덜트 본드'가 서로 겹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싫든 좋든 '영 본드' 시리즈를 30년대에 묶어둬야 할 지도 모른다. 다른 영화 제작사가 '영 본드' 시리즈를 만든다면 상관없겠지만 007 시리즈를 제작하는 EON 프로덕션이 맡는다면 두 프랜챠이스가 서로 겹치는 것을 어떻게든 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제임스 본드와 해리 포터를 한데 합친 어린이용 어드벤쳐 영화로는 '알렉스 라이더' 포뮬라가 최고라는 생각엔 변함없다. '알렉스 라이더' 영화가 기대에 못미쳐서 그렇지 제대로만 만들면 훌륭한 어린이용 어드벤쳐 시리즈가 될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2탄 제작설이 나돌고있는데, 어린이 티를 벗은(1990년생) 알렉스 패티퍼(Alex Pettyfer)가 알렉스 라이더 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 본드' 시리즈는 아직 영화화가 발표되지도 않았다. 영화제작설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발표는 없다. 하지만, 3D 애니메이션, '해리 포터' 시리즈 등 어린이용 영화들이 북미 뿐만 아니라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에서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영 본드'도 머지 않아 실버스크린 데뷔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먼트 위클리의 기사처럼 성인용 드라마는 멸종위기 보호대상이 되었고, 어린이용 영화가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주름잡는 세상이 왔으니 "본드, 영 본드"도 조만간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스코틀랜드 신문 더 해럴드(The Herald)의 보도에 의하면, '영 본드' 시리즈 작가, 찰스 힉슨은 제임스 본드의 삼촌(맥스 본드) 역으로 전직 제임스 본드,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을 염두에 두고있다고 한다. 전직 제임스 본드가 '영 본드'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삼촌 역을 맡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듯 하다.
만약 티모시 달튼이 '영 본드'에 맥스 본드로 출연하게 된다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뭐라고 할까?
"Bond, The other Bond"?
그럼 '영 본드'로는 누가 어울릴 것 같냐고?
15세 정도의 귀엽게 생긴 영국 꼬마녀석이 맡게 될 것이라는 정도밖에는 모르겠다. 차기 '어덜트 본드'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배우들은 몇몇 있지만 '영 본드'까지는 아직...ㅡㅡ;
저도 "실버 핀"은 읽어 봤습니다.
답글삭제본드가 삼촌에게 벤틀리 운전법도 배우고 살짝 로맨스도 곁들여지고 상당히 흥미 있었습니다.
영 본드가 만들어진다면 영 인디애나 존스와는 약간 다른 성격을 띠어야 겠죠.
영 인디애나 존스야 시기가 확실한 드라마였으니까요.
그래도 전 만일 만들어진다면, 30년대의 영국과 유럽 대륙의 상황을 가미시켜서 그 시기 그대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립학교 시절도 다뤄주고요.
차라리 미니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근데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본드는 Bollinger와 Dom Perignon 중에 무엇을 더 좋아할까요?^^
애스턴 마틴도 사고 싶은데... 형편상 미니어처 밖에 못사겠네요...^^
저도 영국소설들을 읽으면서 영화보다는 TV시리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영국이 빅스크린보다는 스몰스크린에 강해서 그런가봅니다.
답글삭제시대배경 문제는요, '어덜트 본드'와 '영 본드'간의 갭이 너무 벌어지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로는 '플레밍 소설의 프리퀄 격이다'라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어도 영화에서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나이에 맞춰 80년대를 배경으로 할 수도 없고...^^
그리고 샴페인은요, 제 생각엔 Dom Perignon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클래식 본드영화에선 Dom Perignon이 더 많이 나왔던 것 같아서요. 전 '볼린저' 하면 브로스난 영화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영화에 나왔지만 브로스난 시절부터 볼린저가 참 열심이었죠.
마지막으로 아스톤 마틴은... 가격으로 보면, 아스톤 마틴은 시동걸리는 집이죠...ㅡㅡ;
오공본드님 위에 Anonymous로 글 남긴 사람입다.
답글삭제애스턴 마틴 시동걸리는 집이라는 대목에서 뿜었습니다...ㅋㅋㅋ
문의드릴게 하나 있는데요.
전 대충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다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한정판 브리프케이스 디비디도 다 샀구요.
근데, 본드 스타일 영화를 찾으니 거의 없더라구요.
물론 100% 판박이 스타일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대충 스파이 관계물은 많이 본 것 같은데...
MI, Bourne Trilogy... 24... 심지어 Burn Notice... The Company 등등...
재밌는 작품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년에 썼던 글들인데요. 추천은 아니구요, 제가 가지고있는 스파이 영화들을 사실적인 스타일의 스파이 영화에서 액션위주의 영화 순서로 모아본 것입니다.
답글삭제http://ogongbond.blogspot.com/2008/02/1_29.html
http://ogongbond.blogspot.com/2008/05/part-2.html
http://ogongbond.blogspot.com/2008/06/part-3.html
저기에 포함되지 않은 영화 중에는...
클래식 제임스 본드 패로디도 괜찮으시다면 제임스 코번 주연의 'Our Man Flint' 시리즈도 있습니다. 딘 마틴 주연의 맷 헬름(Matt Helm) 시리즈도 있죠.
그리고, 제임스 본드 사촌(?)이 있죠. TV 시리즈 '나폴레옹 솔로(Men from U.N.C.L.E)'... 이것도 전 시즌을 DVD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전부 6~70년대 클래식만...ㅡㅡ; 요새 나온 걸로는 TV 시리즈 MI5(Spooks) 정도밖엔 떠오르지 않는군요. 작년에 개봉했던 '트레이터(Traitor)'도 이쪽에 끼워줄 수 있을 것 같구요. '바디 오브 라이스'는 확실히 이쪽이긴 한데 재미가 별로...
아, 80년대 미국 TV 시리즈인데요, 에드워드 우드워드 주연의 '이퀄라이저(Equalizer)'도 있죠. 딱히 스파이 쟝르라고 하긴 힘들어도 분위기가 많이 그쪽이라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도 아마존에서 DVD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존 르 카레를 좋아하신다면 'Tinker, Tailor, Soldier, Spy' DVD가 있습니다. 영국 TV 미니시리즈인데요, 알렉 기네스가 조지 스마일리로 나옵니다.
도움이 별로 못되어드린 것 같습니다...ㅡㅡ;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답글삭제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알렉 기네스와 조지 스마일리면 잘 어울리겠군요~^^
감사합니다~^^
별게 다 있군요. 저는 어려서 알렉 기네스와 데이비드 니븐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그 인상이 그 인상이라...
답글삭제크레이그-본드는 '영 본드' 아이디어와는 영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크레이그-본드의 어린시절은 그저 '털어서 돈 나오면 10원에 한대씩' 스타일이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션 코너리나 로저 무어의 어린시절이라면 몰라도.
저도 그 두 분 헷갈립니다...ㅡㅡ;
답글삭제10원에 한대씩...ㅋㅋㅋㅋ 그저 시대만 크레이그-본드의 나이에 맞춘다고 와서 때리진 않을테니 뭐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ㅋㅋ
에이사 버터필드(Asa Butterfield)가 영 본드를 희망한다는군요. (한국어로 이 정보를 알리기는 제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답글삭제신문 기사: http://www.thebookbond.com/2011/12/asa-butterfield-would-like-to-play.html?showComment=1362295803003#c4484104073654543901
에이사 버터필드: http://www.zimbio.com/pictures/dOx5RBjgjHj/Hugo+Cabret+3D+Paris+Premiere+Photocall/7cmSfukr1Va/Asa+Butterfield
게다가 현존하는 영국 청소년 배우들 중에서도 삽화 속 제임스와 가장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 본드 시리즈 삽화: http://youngbonddossier.com/Young_Bond/Galleries/Pages/Kev_Walker_Art.html#grid
만약 영화가 나온다면 버터필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 합니다.
답글삭제그런데 워낙 아역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지 8~10세 꼬마로만 보이지 틴에이저로 잘 안 보입니다...^^
좀 더 훤칠하고 리더 기질이 보이는 틴 배우에게 맡기는 게 나을 수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아직 영 본드 영화제작 발표가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