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 금요일

쿠엔틴 타란티노 "렌 다이튼의 첩보소설을 영화로"

미국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영국 스파이 소설을 기초로 한 트릴로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틀랜드의 STV의 기사에 의하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국 소설가, 렌 다이튼(Len Deighton)의 첩보소설 중 세 편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렌 다이튼?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고?

첩보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해리 팔머(Harry Palmer)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마이클 케인(Michael Caine)이 연기했던 안경낀 영국 스파이 캐릭터다. 마이클 케인이 출연한 60년대 스파이 영화 'The Ipcress File', 'Funeral in Berlin', 'Billion Dollar Man'의 주인공이 바로 해리 팔머다. 현재 제임스 본드를 맡고있는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도 "마이클 케인의 60년대 첩보영화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역시 해리 팔머 시리즈를 칭한 것이다.

렌 다이튼은 해리 팔머 시리즈의 원작이 된 소설을 쓴 작가다.

해리 팔머 영화 시리즈는 당시 007 시리즈 공동 프로듀서였던 해리 살츠맨(Harry Salzman)이 프로듀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살츠맨은 제임스 본드와 해리 팔머가 너무 다른 캐릭터인 만큼 서로 경쟁관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살츠맨은 007 시리즈는 수아브한 젠틀맨 에이전트의 판타지 어드벤쳐로 만드는 대신 해리 팔머 시리즈는 이와 정 반대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한눈에 띄는 아주 당연한 몇몇 차이점을 제외하고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비슷한 점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해리 팔머 시리즈는 007 시리즈와 차별되는 진지하고 리얼한 스파이 스릴러를 표방했으나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아 보였다.

아무래도 007 베테랑들이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해리 팔머 시리즈 1탄인 '입크레스 파일'의 경우 제작은 해리 살츠맨, 음악은 존 배리(John Barry), 편집은 피터 헌트(Peter Hunt)가 맡았다. 존 배리는 007 시리즈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이며, 피터 헌트는 여러 편의 007 시리즈의 편집을 맡았고, 1969년에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연출을 맡았언 007 베테랑이다.

해리 팔머 시리즈 2탄 'Funeral in Berlin'의 연출은 가이 해밀튼(Guy Hamilton)이 맡았다. 해밀튼 감독은 '골드핑거(Goldfinger)',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등 네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출한 007 베테랑이다.

이렇게 007 베테랑들이 제작, 연출, 편집, 음악 등을 맡았던 영화였기 때문에 해리 팔머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패밀리에 가까워 보였던 시리즈다.



그렇다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해리 팔머 시리즈를 리메이크하겠다는 것이냐고?

그런 건 아니다.

STV에 따르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렌 다이튼의 소설 중 'Berlin Game', 'Mexico Set', 'London Match' 세 권을 꼽았다. 이 세 권은 다이튼이 80년대에 발표한 'Game, Set and Match' 트릴로지다.

주인공도 해리 팔머가 아니다. 'Game, Set, and Match' 트릴로지의 주인공은 버나드 샘슨(Bernard Samson)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국 SIS 에이전트, 버나드 샘슨을 주인공으로 하는 스파이 스릴러 트릴로지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임스 본드 팬이고,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의 연출을 맡고싶어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타란티노가 의외로 제임스 본드 영화를 멋지게 연출했을 수도 있지만 그가 007 시리즈를 연출한다는 것은 농담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타란티노와 007 시리즈는 거리가 너무 멀어보였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기회가 오지 않자 타란티노는 렌 다이튼의 첩보소설을 영화로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Game, Set and Match' 시리즈가 흥행성공한다면 007 제작진에게 작은 복수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본드팬들에게 그도 007 시리즈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임스 본드의 라이벌이 될 만한 또하나의 영국 스파이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킬 수 있을까?

한편, 마이클 케인는 해리 팔머 리메이크를 원하는 듯 하다. 마이클 케인은 지난 4월 MTV와의 인터뷰에서 주드 로(Jude Law)가 해리 팔머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와 마이클 케인의 두 프로젝트가 모두 성사되면 렌 다이튼 소설을 기초로 한 두 개의 스파이 영화 프랜챠이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