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9일 일요일

G.I. Joe vs 제임스 본드

얼핏보기엔 하스브로(Hasbro)의 액션 피겨 'G.I. Joe'와 영국 캐릭터, 제임스 본드(James Bond)는 서로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스브로가 'G.I. Joe' 브랜드로 제임스 본드 피겨를 출시한 적이라도 있냐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하스브로가 영국에서 '액션맨(Action Man)'이라는 브랜드로 12인치 제임스 본드 액션 피겨 시리즈를 출시한 바 있다.

그렇다. 하스브로도 제임스 본드 액션 피겨를 제작한 적이 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건 '얼굴의 흉터'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 원작의 제임스 본드는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플레밍은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1953)에서 제임스 본드를 이렇게 묘사했다:

'His grey-blue eyes looked calmly back with a hint of ironical inquiry and the short lock of black hair with would never stay in place slowly subsided to form a thick comma above his right eyebrow. With the thin vertical scar down his right cheek the general effect was faintly piratical.'

간추리면, 제임스 본드는 검은 머리, 회색-파란색 눈과 얼굴 오른쪽 뺨에 세로로 흉터가 있는 사나이다.

원작의 제임스 본드의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것까지는 잘 알겠는데, 이것이 'G.I. Joe'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

'G.I Joe' 액션 피겨도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G.I. Joe' 액션 피겨를 개조한 '액션맨' 제임스 본드 액션 피겨 얼굴에도 흉터가 있다. 기막히는 우연의 일치다.


물론 007 영화 시리즈에서는 제임스 본드의 얼굴에서 흉터를 찾아볼 수 없다. 영화 제작진은 깔끔한 외모의 젠틀맨 에이전트를 원했지 얼굴에 흉터가 있어 해적 분위기가 나는 캐릭터를 원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현재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얼굴에서도 흉터를 찾아볼 수 없다. 사실, 크레이그는 눈 색깔만 빼고는 원작의 제임스 본드와 매치되는 데가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크레이그의 블론드 머리. 원작에서는 분명히 머리색이 'BLACK'으로 되어있는데 크레이그는 블론드다. 크레이그는 이런 차이점들 때문에 일부 '안티'들로부터 '다니엘 크레이그는 제임스 본드가 아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본드팬들은 다니엘 크레이그를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비록 외모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성격이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와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얼굴에 흉터가 있는 제임스 본드를 007 영화 시리즈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누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든 상관없이 '더블-0 퍼센트'라고 할 수 있다. 얻어맞고, 피를 흘리는 것으로 족하지 얼굴의 흉터는 아무래도 영화에서 보기 힘들 듯 하다.

하지만 영화 'G.I. Joe'는 다르다. 메인 캐릭터 듀크(채닝 테이텀)를 처음 본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오른쪽 뺨에 있는 세로의 흉터였다. 'G.I. Joe' 액션 피겨의 얼굴에 있는 흉터를 영화에서도 그대로 살린 것이다.



잠깐!

얼굴에 흉터를 그린 채닝 테이텀을 보고 제임스 본드를 떠올렸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냐고?

테이텀이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비록 날씨가 무척 덥긴해도 채닝 테이텀이 제임스 본드에 어울린다는 주장을 할 정도로 더위를 먹진 않았다.

하지만, 오른쪽 뺨에 흉터를 그린 테이텀을 보고 제임스 본드를 떠올린 것은 사실이다.

테이텀이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면서 왜?

영화 'G.I. Joe'에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봤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유명한 액션씬들을 차용한 흔적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연출을 담당한 영화감독, 스티븐 소머즈(Stephen Sommers)가 제임스 본드 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몇가지 꼽아보기로 하자.

해저에서 벌어지는 배틀씬은 1965년 제임스 본드 영화 '썬더볼(Thunderball)'을 연상케 했다. 어떻게 보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1(Star Wars: Episode I)'과도 비슷하지만 해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배틀씬은 '썬더볼'에서 영감을 얻은 듯 하다.


▲' G.I. Joe'

▲'썬더볼'

해저기지와 소형 잠수정이 나오는 건 1977년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와도 비슷하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

미사일을 쏘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사일 나가는 자동차'라고 하면 '본드카'가 제일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G.I. Joe'에는 차체 옆부분이 열리면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씬이 있다. 이것은 1999년 제임스 본드 영화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의 '본드카' BMW Z8의 기능과 아주 비슷했다.


▲'G.I. Joe'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

영화 'G.I. Joe'에서 '코브라' 일당이 미국의 워싱턴 D.C와 러시아의 모스크바 등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설정은 1977년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에서 스트롬버그가 뉴욕과 모스크바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겹쳤다.


▲'G.I. Joe'

▲'나를 사랑한 스파이'

영화 'G.I. Joe'에서 립코드(말론 웨이안스)가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를 타고 뒤쫓는 씬은 1979년 영화 '문레이커(Moonraker)'에서 드랙스의 우주지기에서 지구를 향해 발사된 인류에 치명적인 독소가 들어있는 물체를 제임스 본드가 파괴하는 씬과 겹쳤다.


▲'G.I. Joe'

▲'문레이커'

지구에 엄청난 재앙을 몰고올 수 있는 무기가 우주에서 안전하게 파괴된다는 설정도 '문레이커'와 비슷했다.


▲'G.I. Joe'

▲'문레이커'

이쯤 되었으면, 제작진이 'G.I. Joe'를 제임스 본드 영화와 비슷하게 만들려 한 게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SF쪽으로 치우쳤을 뿐 제임스 본드가 지구를 지키던(?) 과거의 007 시리즈를 모델로 삼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겹치는 부분이 더 없냐고?

꼼꼼하게 다시 찾아보면 더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는 무관하지만, 영화 'G.I. Joe'에서 립코드(말론 웨이안스)가 다리 아래로 저공비행하는 장면을 보는 순간 남코-반다이(Namco-Bandai)의 비디오게임 '에이스 콤뱃(Ace Combat)'이 생각났다.

이렇게 보니까 거진 '에이스 콤뱃' 스크린샷 수준이다.


▲'G.I. Joe'

▲'에이스 콤뱃 6'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