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8일 토요일

'G.I. Joe', 내 이럴 줄 알았다

파라마운트가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에 이어 또다시 하스브로(Hasbro) 완구를 기반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이번엔 'G.I. Joe'란다.

'G.I. Joe'라면 12인치 밀리터리 액션 피겨 시리즈?

그렇다. 변신로봇에 이어 이번엔 밀리터리 액션 피겨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

'G.I. Joe'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랜스포머스'로는 대성공을 거뒀다지만 'G.I. Joe'는 약간 엉뚱해보였기 때문이었다.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이텀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있긴 하지만 블록버스터 리딩맨으로는 '글쎄올시다'인 배우기 때문이었다.

테이텀과 파트너를 이룰 배우로 말론 웨이안스(Marlon Wayans)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Step Up', 'Fighting', 'Scary Movie'와 같은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G.I. Joe' 트레일러을 처음 봤을 때도 '그래, 딱 저 수준이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나름 멋지고 스타일리쉬하게 만들려 했지만 유치하기만 한 영화라는 게 한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소재와 캐스팅, 트레일러 모두 수상했지만 정작 영화는 제법 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G.I. Joe'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G.I. Joe'는 딱 그런 수준일 뿐이었다.

첫 째로, 눈에 띄는 메인 캐릭터가 없었다. 듀크(채닝 테이텀)와 립코드(말론 웨이안스) 듀오가 주인공이지만 둘 다 메인 캐릭터다운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전쟁영화의 병사A, 병사B로 보였을 뿐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았다. 듀크는 진지하고 립코드는 유머가 풍부한 캐릭터라는 아주 기초적인 특징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여기에 'G.I. Joe' 팀 멤버들까지 가세하면 더욱 우스꽝스러워 진다. 얼핏보면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을 흉내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보다 '파워 레인저(Power Rangers)'에 더 가까워 보였다.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여름철 블록버스터 보다 어린이용 TV영화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극장용 영화와 비교한다면 몇 년전에 개봉했던 디즈니의 '언더독(Underdog)'과 비슷한 레벨이라고 할까? 물론 몇몇 액션씬은 PG-13 레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몇몇 액션씬을 제외하고 나면 '언더독'과 같은 초등학생용 패밀리 영화 수준이었다.

초등학생용이든 틴에이저용이든 '아이들을 위한 여름방학 영화'인 것에는 별 차이가 없지 않냐고?

그렇게 따지면 물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G.I. Joe'를 보고나면 '트랜스포머스 2(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는 성인들을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다. 스토리는 있는 둥 마는 둥, 액션과 볼거리는 풍부, 섹시한 미녀스타 출연, 제법 풍부한 유머, 솔저 스토리, 대도시 파괴, PG-13 레이팅, 같은 하스브로의 완구를 기초로 했다는 점 등 비슷한 데가 많은 두 영화를 비교하는데도 하나는 초등학생용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용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G.I. Joe'가 훨씬 더 유치하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스 2'가 1탄보다 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잘 만든 오락영화다. 비록 새로울 건 없었지만 액션은 여전히 볼만 했고, 1탄에 비해 부쩍 늘어난 유머도 유치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낮은 레벨이 아니었다. 그러나 'G.I. Joe'는 여름철 블록버스터의 구색을 형식적으로 갖춘 게 전부였다. 필요한 건 모두 갖춘 듯 했지만 파트를 죽 늘어놓기만 한 것으로 보였을 뿐 서로 맞물려 돌아가지 않았다. 유머는 대부분 유치했고, 액션씬도 스타일리쉬한 게 아니라 오히려 우스꽝쓰럽게 보였다. 여기에 주인공들까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 더이상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올바른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도 악녀, 애나 루이스 역을 맡은 영국배우 시에나 밀러(Sienna Miller)는 그런대로 NOT-TOO-BAD이었다. 밀러가 연기한 애나 루이스 역시 특별할 게 없는 캐릭터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영화를 말아먹은 주범은 아니었다.

그런데 시에나 밀러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G.I. Joe'와 같은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ABC TV의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에 출연한 시에나 밀러는 어린 조카를 위해서 'G.I. Joe'에 출연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출연작이 대부분 벗는 영화라서 어린 조카가 볼 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에 'G.I. Joe'에 출연키로 했다는 것.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에나에게 딱 한마디만 해주고 싶다.

"You picked the wrong one, sis..."



영화를 잘못 선택한 건 이병헌도 마찬가지다. 흥행에 성공한 헐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첫 번째 한국 영화배우가 된 듯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일 듯 하다. 비중이 제법 큰 역할을 맡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검을 휘두르는 진부한 아시안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전부였다. 그동안 헐리우드 영화에 수많은 아시안 악역 캐릭터가 등장했던 만큼 이병헌이라고 그중에서 유별나게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 아시아인이 아닌 미국인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아시안 배우들이 헐리우드 영화에서 무술을 할 줄 아는 악역을 연기해 왔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이병헌이 'G.I. Joe'와 같은 영화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병헌이 닌자복장이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달리는 장면을 보면서 'G.I. Joe'가 아니라 사실적인 액션 스릴러에 출연했더라면 더욱 잘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역이든 무엇이든 간에 우스꽝스러운 닌자복장을 입고 검을 휘두르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무술맨 캐릭터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래서 일까? 그의 연기가 매우 어색해 보였다. 영어발음은 훌륭한 편이었으나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목소리를 더빙한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렸다. 영어로 더빙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게임을 보면 캐릭터와 성우의 목소리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병헌의 대화장면이 나올 때마다 바로 그것이 생각났다.

물론 그가 연기한 캐릭터가 약간 썰렁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병헌의 문제가 아니라 배역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어디에 있는 간에 그의 연기에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데가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영화감독 스티븐 소머즈(Stephen Sommers)도 실망스러웠다. 그의 '머미(The Mummy)' 시리즈는 그런대로 재미있었는데 'G. I. Joe'는 영 아니었다. '머미'가 스티븐 소머즈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다면 'G. I. Joe'는 그의 '트랜스포머스'가 되는지 지켜봤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소머즈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여러 부분을 차용하기도 했다. 그가 제임스 본드 팬인 만큼 클래식 007 시리즈의 명장면들을 참고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소머즈가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007 시리즈의 줄거리가 웃기고 엉성하고 유치해도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 본드걸, 로케이션, 라이프스타일 등 뚜렷한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007 시리즈를 보러 온 영화관객들이 줄거리의 짜임새와 의미, 작품성 따위에 신경쓸 리 없는 만큼 007 제작진은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아둘 것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만 하면 됐다. 이런 몇 가지 요소들만 제대로 갖추면 영화 줄거리가 어떠하든, 얼마나 바보스럽든 간에 모두 덮혀졌다. 이는 단지 제임스 본드 시리즈만의 예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G.I. Joe'는 영화의 우스꽝스러운 부분들을 가려줄 만한 것이 없었다. 영화가 제임스 본드 영화 만큼 바보스럽다면 제임스 본드에 비견할 만한 캐릭터를 준비했다든지, 멋진 로케이션이 나온다는지 했어야 옳지만 'G.I. Joe'는 준비된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주인공(들)은 존재감이 없었고, 액션은 별볼일 없었으며, 특수효과도 특별하지 않았다. 바보스러움을 덮어줄 게 없다보니 그러한 부분들이 더욱 크고 뚜렷하게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G. I. Joe'를 재미있게 본 것 같지 않다고?

맞다. 영화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팔짱 낀 자세로 앉아있다가 궁뎅이를 들었다. 하지만, 실망은 없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훨씬 전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 것으로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Black Eyed Peas의 일렉트로 하우스풍으로 리믹스한 'Boom Boom Pow'가 흘러나왔는데, 이것 하나는 마음에 들더라. 'G.I. Joe' 영화는 'Boom Boom Pow'가 아니라 'Boom Boom? Nah~'였지만...

아무튼, 마지막으로 그 노래나 한 번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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