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4일 목요일

ABC의 '플래시포워드', 생각처럼 나쁘진 않았다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

제목부터 맘에 안 들었다.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를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거부감이 생겼을 것이다.

스토리도 그다지 흥미롭게 들리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전세계 사람들이 몇 분간 의식을 잃고 미래를 보게 된다'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미스테리한 사건인 것만은 맞지만 특별하게 호기심이 끌리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사건이 터지면서 전세계가 대혼란에 빠지자 주인공인 FBI 에이전트가 미스테리를 푼다'는 뻔한 얘기라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 캐릭터들이 본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돌아가면서 보여주면서 시간을 끌 게 뻔하다는 것도 보였다. '로스트'에서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 캐릭터들의 플래시백(Flashback)과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가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과 비슷한 수법을 쓰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메인 스토리 전개는 매우 느리게 진행하면서 자질구레한 주변 캐릭터들의 이야기로 시간을 끌기에 딱 알맞은 세팅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트'에 출연했던 얼굴들이 더러 보이기까지 했다. '로스트'에서 데스몬드의 와이프, 페니로 출연했던 영국배우 소냐 왈거(Sonya Walger)가 그 중 하나. 첫 회엔 등장하지 않았으나, '로스트'에서 찰리 역을 맡았던 영국배우 도미닉 모내핸(Dominic Monaghan)도 출연한다.

역시 플래시백/포워드와 '로스트' 시리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듯.



이러한 이유 때문에 ABC의 새로운 TV 시리즈 '플래시포워드'에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단명할 또 하나의 SF 시리즈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을 뿐 롱런하긴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방영한 에피소드 1을 보고나니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불안한 부분들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생각했던 것처럼 나쁘진 않았다. 5년전 이맘 때 '로스트'가 했던 것처럼 엄청난 인기를 끌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볼 만 할 것 같았다. 에피소드1의 점수를 매긴다면 B 정도는 줘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롱런하느냐, 아니면 단명하느냐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스테리는 있다. 전세계인들이 동시에 의식을 잃고 미래를 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리즈 줄거리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빤히 보이는 듯 하다는 게 문제다. 미스테리의 해답과 결말은 추측할 수 없어도 거기까지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플래시포워드'의 시청률이 바로 추락한다면 바로 이것 때문일 것이다.

에피소드1은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플래시포워드'가 롱런할 만한 시리즈인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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