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KBS TV 시리즈 '아이리스'를 봤는데...

뉴스를 보니 KBS의 새로운 TV 시리즈 '아이리스(Iris)'가 한국에서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드라마에는 워낙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첩보물이라네...ㅡㅡ;

김연아는 '본드걸', TV 드라마는 '첩보물'... 요새 왜 이래 이거?

아무튼 그래서 한 번 구경해 보기로 했다. 한국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어떻게 구성된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인지 궁금해진 것이다.

'아이리스'는 kbsworldi.com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했다.

그런데 드라마 다시보기가 공짜가 아니었다. 에피소드 하나를 보는데 10개의 포인트가 필요한데, 가입하자마자 딱 10 포인트밖에 무료로 주지 않았다. 이바람에 얼떨결에 선택한 에피소드 2만 볼 수 있었다.





에피소드1까지 보려고 했더니 포인트를 구입해야만 한다고 했다.

물론 미국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드라마와 연예오락만 유료일 뿐 시사교양, 어린이, 뉴스는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다운로드받아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인터넷으로 다시보기가 유료라는 게 조금 팍팍한 것 같지 않수?



일단 $$$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드라마로 넘어가기로 하자.

에피소드1을 보지 못했지만 시리즈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에피소드2만 봐도 쉽게 감이 잡혔다. '유능한 군인, 경찰 등이 비밀 정보부에 스카우트 된다'는 것은 첩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리스'는 클래식 TV 시리즈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서부터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에 이르기까지 여러 첩보물을 참고했다는 것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카라(Baccarat) 테이블이 나온 카지노씬에서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들은 없겠지?

이것 저것 여러 편의 외화를 늘어놓을 것 없이 두 가지로 압축하면 FOX의 TV 시리즈 '24'와 NBC의 'Knight Rider'를 합쳐놓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 듯. 국내에 침투한 테러리스트와의 대결이라는 스토리에 대통령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24'를 모델로 삼은 듯 했으나 HQ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도는 '24' 스타일이 아니라 농담이 오가는 가벼운 분위기의 'Knight Rider' 스타일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다. '아이리스'도 그다지 신선해 보이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리스'가 해외 첩보물 포뮬라에 맞춘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쌔고 쌘 게 첩보물인 세상이라 헐리우드 첩보영화 중에도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영화들이 많다.

그대신 무대를 한국으로 삼았다면 그 만한 특수함이 분명하게 느껴져야 한다. 무대만 한국이라는 것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포뮬라는 외화의 것을 따르되 스토리 만큼은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리스'는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포뮬라 뿐만 아니라 스토리까지 외화의 것을 따라가는 듯 했다. '아이리스'도 '24'처럼 허구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은 만큼 한국에서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하고 즐기면 될 일일 수도 있지만 외국에서나 벌어질 법한 사건을 억지로 한국배경에 끼워맞춘 것 같았다. 그렇다고 비현실적인 플롯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소 과장된 스토리는 별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HQ에서 인공위성을 사용해 타겟을 추적하고, 스나이퍼들이 라이플을 들고 서울시내를 활보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과장되었다기 보다 외화의 한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쪽에 가깝게 보였다.

무엇보다도 신경에 거슬렸던 것은 자꾸 로맨틱 드라마쪽으로 쏠리는 듯 했다는 점이다. 무늬만 첩보물일 뿐 비밀조직에 근무하는 에이전트들의 일상생활과 러브스토리를 그리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부분이 너무 길었다. 이 때 흘러나온 배경음악들도 첩보 드라마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메인 캐릭터가 남자 둘에 여자 하나라는 것도 아주 의심스러웠다. 아직까지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제법 심각한 삼각관계 러브스토리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자꾸 그쪽으로 슬금슬금 가는 것 같았다. HQ 멤버들과 교신을 하면서 추격전을 벌이는 등 첩보 드라마의 분위기를 내기위해 나름 노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은 러브스토리에 묻혀버리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유머도 좋고 로맨스도 좋다지만 아직까지 시리즈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주가 어느 것인지 혼란스럽게 만들면 곤란하지 않을까?

그렇다. 에피소드2 하나만 봐서는 시리즈가 어느 방향으로 튈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가다듬으면 그런대로 볼 만한 시리즈가 될 만한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계속해서 에피소드2 스타일로 반복해 나간다면 곤란하겠지만, 지나치게 모방위주로 비춰지거나 완전히 엉뚱한 쟝르로 꺾어지는 것을 피하면서 스토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쓰면 꽤 흥미진진한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에피소드2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포인트가 없구려...ㅠㅠ

아이튠스에서처럼 에피소드를 구입하는 거라면 차라리 몰라도 그냥 한 번 보는 게 전부인 것에 돈을 쓰고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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