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1일 목요일

'24' 시즌8 프리미어 "Jack Bauer is BACK!"

제임스 본드와 비교할 만한 미국 캐릭터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FOX의 TV 시리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Jack Bauer)다. 바우어는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다: Protect the Country.

'24' 시즌8에서도 이러한 잭 바우어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잭 바우어는 손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할아버지로 변했다. 더이상 CTU나 FBI에 근무하지 않는 잭은 그의 딸 킴의 가족과 함께 뉴욕을 떠나 L.A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그를 조용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빅터라는 사나이가 잭을 찾아와 미국을 방문중인 이슬라믹 리퍼블릭의 하산 대통령이 곧 암살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한 것. 미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려는 하산 대통령을 누군가가 제거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쪽 일'에서 손을 뗀 잭은 그런 일에 더이상 관심없다고 하지만, 빅터는 "You are the guy who always does the right thing."이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이상한 사건에 휘말린 잭은 되도록이면 빨리 뉴욕을 벗어나 딸의 가족과 함께 L.A로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잭의 딸, 킴도 만만치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전해 들은 킴은 이 사건을 뒤로 한 채 L.A로 떠나려 하는 잭에게 이렇게 말한다.

"Dad, I don't believe you. I've never known you to walk away from something like this."



OK, Point taken.

스스로 자원해서 특수요원이 됐다가 수 틀리니까 총구를 되레 CIA에게로 돌리더니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칭얼거리던 제이슨 본(Jason Bourne)과 비교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의도한 것인 지는 알 수 있었지만, 은퇴한 잭 바우어가 가족들과 함께 L.A로 돌아가려다 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이 굳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왠지 시즌7로 사실상 끝난 시리즈에 한 시즌을 더하려고 새로운 스토리를 어색하게 이어붙인 것처럼 보였다.

'24'가 이미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이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어 보였다. 스토리만 다를 뿐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리즈든 간에 오랫동안 계속 이어지다보면 자꾸 반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돼있으므로 '24' 시리즈만의 문제는 아니다. 반복된다고 해서 바로 실패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50년 동안 반복에 반복을 반복하면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있는 007 시리즈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에피소드4까지 보고나니 아쉬움이 많이 누그러지긴 했다. 하이테크 HQ, 총격전, 폭발씬 등 '24' 시리즈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전부 돌아온 덕분이다. 하지만 '24'도 이젠 무언가 새로운 것보다는 '24'스러운(?) 것들로 채워진 시리즈가 되어가는 듯 했다.




이밖에 돌아온 게 더 없냐고?

물론 백악관 양반들도 시즌8로 돌아왔다. 전 FBI 에이전트, 르니 워커(애니 워싱)도 돌아왔다. 보아하니 시즌8에서도 잭과 르니가 한 팀으로 움직일 모양이다. 잭 바우어에게 큰 도움을 주는 컴퓨터 박사, 클로이(매리 린 라이스컵)도 돌아왔다. 클로이는 CTU 뉴욕에 일자리를 잡은 듯 했다.





CTU 뉴욕?

그렇다. 시즌8에선 FBI HQ 대신 CTU 뉴욕 HQ가 나온다. 시즌8의 무대가 뉴욕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들 알고있을 테니 뉴스가 아니겠지?

까짓 거 뉴욕 얘기가 나온 김에 노래도 한 곡 듣고 넘어갑시다.


그럼 뉴 페이스들은 없냐고?

몇몇 눈에 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CTU 뉴욕 멤버 데이나 월시(케이티 새커프)와 에이전트 오티즈(프레디 프린즈), CTU 뉴욕 국장 헤이스팅스(미켈티 윌리암슨)다. 이들 셋 모두 잭 바우어, 르니 워커, 클로이 등과 함께 시즌8 고정멤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뉴 페이스/고정멤버는 이슬라믹 리퍼블릭이라는 실재하지 않는 중동국가의 대통령, 오마 하산(아닐 카푸어)이다. 하산 대통령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미국에 왔다가 암살위협을 받는 캐릭터다.

하산 대통령 역을 맡은 아닐 카푸어(Anil Kapoor)는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슬럼덕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에서 인도판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게임쇼 진행자 역을 맡았던 인도배우다.



악당들 중에서도 낯익은 얼굴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러시안 갱스터 역을 맡은 덕 허치슨(Doug Hutchison)이 그 중 하나다. 허치슨은 ABC의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에서 'Dharmaville'로 불리는 섬 거주자들의 마을 촌장(?) 호래스(Horace)로 출연했던 배우다.




러시안 갱 두목 역을 맡은 배우도 낯익은 얼굴이다.

Remember 'Das Boot'?



그러고 보니 'Das Boot' 하면 노래가 생각나는 사람들도 있겠다. 물론 오리지날 메인 테마도 유명하지만, 최근에 트랜스로 리메이크된 버전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으니까.


독일배우 뿐만 아니라 아주 멋진 독일제 핸드건도 눈에 띄었다.

바로 섹시한 H&K USP Compact이다.

시즌8 에피소드1에서 잭이 빅터라는 사나이로부터 빼앗은 핸드건이 바로 H&K USPC 였다. 이 핸드건은 잭 바우어가 CTU 무기고에서 고르는 총이기도 하다.





자 이렇게 해서 이틀간 4시간에 걸쳐 방송된 '24' 시즌8 프리미어 에피소드들을 대충 둘러봤다. 약간 아리송한 데가 있긴 했지만, 굳이 점수를 준다면 평균 A-는 줄 수 있을 것 같다. '24'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는 됐다.

하지만 24시간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24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몇 달동안 방송하는 방식은 여전히 맘에 안 든다. 이 덕분에 몇 주 전에 본 에피소드가 드라마상에서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발생했던 사건이라는 게 제대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24시간 동안의 사건을 24개 에피소드로 제작해 리얼타임으로 보여준다는 것도 나쁜 아니디어는 아니지만, 몇 주 지나고 나면 '24'가 의미하는 게 24시간인지, 아니면 24일인지 헷갈린다는 게 문제다.

제작진도 이를 알고있는지, 몇 주 전 에피소프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몇 시간 전의 일"이라는 것을 대사를 이용해 계속 짚어주곤 한다. 시리즈가 몇 달동안 계속되지만 극중에선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시즌8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하산 대통령이 오늘안으로 암살당할 수도 있다"고 해도 극중에서의 하루는 시청자들에겐 수개월인 만큼 시즌8에서도 "불과 몇 시간 전에..."라는 대사가 자주 나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24시간 틀에 굳이 맞출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지만, '24' 시리즈가 원래 이런 식이므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을 듯.

그런데 하루에 2개의 에피소드씩 방송해서 인지, 아니면 시즌8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인지 아직까진 덜 헷갈린다. 매주마다 2개의 에피소드를 방송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시즌8이 어떨 것 같냐고?

4개의 에피소드 모두 그런대로 흥미진진한 편이었므로, 앞으로도 하던 만큼은 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반복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MUST-SEE SHOW'인 것엔 변함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극장용 영화쪽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계속 할 의사만 있다면 이런 식으로 시즌9, 시즌10 등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데 별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굳이 TV 시리즈만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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