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의 투나잇쇼(The Tonight Show)를 7개월간 진행했던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1월22일 금요일 밤 에피소드를 끝으로 하차했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투나잇쇼에서 물러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시청률이다. 제이 레노(Jay Leno)가 투나잇쇼 진행을 맡았을 당시엔 경쟁사 나잇쇼 프로그램을 모두 제치고 시청률 1위를 달렸으나 지난 2009년 여름 오브라이언으로 교체된 이후부터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투나잇쇼에서 물러나 밤 10시(미국 동부시간)부터 하는 새로운 버라이어티쇼를 진행했던 제이 레노까지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자 NBC는 코난 오브라이언의 투나잇쇼를 11시35분에서 12시 이후로 밀어내고 제이 레노 쇼를 11시35분으로 옮기려 했다. '투나잇쇼'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은 여전히 오브라이언의 몫이지만 수십년간 지켜져 왔던 '투나잇쇼' 방송시간을 제이 레노 쇼에게 넘기라는 얘기였다.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방송시간만 바꾸자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다. 제이 레노가 투나잇쇼 진행을 맡고 오브라이언이 레잇 나잇쇼(The Late Night with Conan O'Brien)를 하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얘기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오브라이언은 NBC의 제안을 거부했으며, 결국 1월22일 투나잇쇼를 끝으로 20년간 몸담았던 NBC를 떠나게 됐다.
NBC는 오브라이언이 하차의사를 밝히자 예상했던 대로 제이 레노를 다시 투나잇쇼 호스트 자리에 앉히기로 결정했다. 제이 레노가 다시 투나잇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제이 레노가 '수퍼히어로 턱'을 가졌기 때문일까? '배트맨 리턴(Batman Return)', '수퍼맨 리턴(Superman Return)'에 이어 제이 레노도 '리턴'에 성공했다.
제이 레노의 '돌아온(?)' 투나잇쇼는 3월1일부터 시작한다.
제이 레노는 투나잇쇼에서 한 번 물러났으면 그것으로 깔끔하게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레노는 방송시간만 다를 뿐 투나잇쇼와 다를 게 없는 제이 레노 쇼를 진행하며 NBC에 남아있다가 오브라이언이 실패하자 다시 투나잇쇼로 복귀했다. 이에 대해 레노는 'NBC의 Business Decision'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본인이 원해서 투나잇쇼에서 하차한 것도 아니었고, NBC에 남고싶어서 남은 것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화 '예스맨(Yes Man)'에서 짐 캐리(Jim Carey)가 맡았던 캐릭터처럼 행동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투나잇쇼로 복귀하는 것만은 싫지않은 눈치였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제이 레노와 투나잇쇼 문제로 NBC를 떠난 나잇쇼 호스트가 오브라이언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도 지난 90년대초 NBC에서 레잇 나잇쇼를 진행하다 CBS로 방송사를 옮긴 바 있다. 레터맨은 은퇴한 쟈니 카슨(Johnny Carson)의 뒤를 이어 투나잇쇼 진행을 희망했으나 그 자리가 제이 레노에게 돌아가자 NBC를 떠났다. 오브라이언은 레터맨과는 달리 투나잇쇼를 물려받아 비록 7개월간이나마 진행했었지만, '제이 레노에게 투나잇쇼를 빼앗기고 NBC를 떠난 전직 NBC 레잇 나잇쇼 호스트'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현재 NBC에서 레잇 나잇쇼를 진행중인 지미 팰런(Jimmy Fallon)도 아마 머리가 복잡하지 않을까 싶다. 두 명의 레잇 나잇쇼 '선배'가 모두 NBC를 떠났으니 말이다. 과연 그는 'NBC의 Business Decision'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을 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결국 오브라이언도 레터맨처럼 다른 방송사로 옮기게 되는 것이냐고?
현재로썬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브라이언에 의하면, 앞으로 7개월 동안 타 방송사에서 나잇쇼 호스트를 맡지 않기로 NBC와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브라이언이 나잇쇼로 다시 컴백한다 하더라도 금년 여름이나 되어야 그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어느 방송사로 옮길 것이냐는 점인데, 현재로썬 나잇쇼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FOX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BS엔 데이빗 레터맨과 크레이그 퍼거슨(Craig Ferguson)이 버티고 있고, ABC엔 지미 키멜(Jimmy Kimmel)이 있지만 FOX는 현재 이들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나잇쇼가 없는 상태. 물론 코메디 센트럴(Comedy Central) 등 케이블 채널로 옮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들리긴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썬 FOX로 옮길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그렇다면 코난 오브라이언의 마지막 투나잇쇼는 어땠을까?
방청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오브라이언은 "마지막으로 HBO에 부탁할 게 있다"면서 "NBC 투나잇쇼 사건을 다룬 영화를 만든다면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에게 내 역할을 맡겨달라"며 쇼를 시작했다.
마지막 밤의 스페셜 게스트는 NBC의 TV 시리즈 '오피스(The Office)'에 출연중인 코메디언 스티브 캐럴(Steve Carell)이었다.
스티브 캐럴은 코난 오브라이언의 퇴사 인터뷰를 맡은 NBC 직원 역할로 출연해 "NBC에서의 경험이 '긍적적이었다', '꽤 긍정적이었다', '아주 긍정적이었다' 셋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등 엉뚱한 질문들을 던졌다. 마지막에 캐럴이 오브라이언이 반납한 NBC ID카드를 받자마자 바로 분쇄기에 집어넣자 방청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스티드 캐럴에 이어 등장한 첫 번째 오피셜 게스트는 영화배우 톰 행크스(Tom Hanks) 였다.
80년대부터 서로 알고지내던 사이였다는 행크스는 작별주라도 준비한 듯 스카치가 담긴 글래스 2개를 들고 나타났다. 행크스는 태연하게 스카치를 마시는 시늉을 했지만, 건배를 한 뒤 맛을 본 오브라이언에 의해 스카치가 아니라 크림소다임이 밝혀졌다.
이어 행크스는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와 함께 하는 영화의 주연, 연출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행크스의 신작이 직업을 잃은 사나이에 대한 영화라는 것! 투나잇쇼에서 하차하게 된 오브라이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우스꽝스러운 아이디어"라고 하자, 행크스는 오브라이언을 따라다니면서 리서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난 오브라이언은 마지막 멘트에서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울먹였다.
오브라이언 팬들은 NBC의 결정에 항의하는 집회를 뉴욕과 L.A 등지에서 열었으며, 이러한 소식들이 여러 메이저 뉴스 채널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마지막 게스트는 코메디언 윌 패럴(Will Farrell)이었다.
넥타이까지 풀어버린 코난 오브라이언은 윌 패럴, ZZ Top 등과 함께 기타를 치며 Lynyrd Skynyrd의 'Freebird'를 부르면서 그의 마지막 투나잇쇼를 끝냈다.
윌 패럴의 노래실력이 상당히 험악했다는 게 흠이긴 했지만...
이렇게 해서 코난 오브라이언의 투나잇쇼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았다. 이번 일을 통해 오브라이언이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정표까지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오브라이언이 다른 방송사의 나잇쇼 호스트로 돌아오면서 지금 현재의 열기를 다음 쇼로 그대로 이어간다면 제이 레노의 만만치 않은 적수가 될 수도 있다. 레노가 다시 투나잇쇼로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난 만큼 데이빗 레터맨과 2라운드 대결을 벌이게 되었는데, 여기에 오브라이언까지 가세한다면 아주 흥미진진해 질 듯 하다.
이젠 레노의 '돌아온(?)' 투나잇쇼가 NBC가 기대하는 대로 다시 나잇쇼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아니면 이번 사건으로 입은 타격으로 예전의 인기를 되찾는 데 실패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코난 오브라이언이 훨씬 재밌던데? 제이 레노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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