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최대 화제는 NBC의 투나잇쇼(The Tonight Show)였다. 제이 레노(Jay Leno)의 뒤를 이어 투나잇쇼 호스트가 된 코난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7개월만에 하차하고 레노가 다시 투나잇쇼로 컴백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2004년에 합의한 대로 2009년에 제이 레노가 투나잇쇼에서 물러나고 코난 오브라이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NBC가 달랑 7개월만에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면서 오브라이언의 투나잇쇼를 12시 이후로 밀어내고 제이 레노 쇼를 10시에서 11시35분으로 옮기려 한 것.
조금 불공평해 보인다고?
물론이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에 의하면, NBC는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호스트를 해고할 권한을 갖고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투나잇쇼에서 물러난 제이 레노에게 데스크만 없을 뿐 이전의 투나잇쇼와 다를 게 없는 제이 레노 쇼 진행을 맡기면서 보험을 들어놓았다가 이제 와서 레노에게 투나잇쇼를 다시 맡기려는 게 된 만큼 보기에 썩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한 번 물려줬으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이 덕분에 제이 레노 역시 빈축을 사고 있다. 오브라이언에게 투나잇쇼를 물려줬다가 기회가 오자 다시 빼앗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CBS의 나잇쇼 호스트,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 ABC의 지미 키멜(Jimmy Kimmel) 등 여러 나잇쇼 호스트들은 거의 매일 밤마다 NBC와 제이 레노를 비난하는 조크를 쏟아냈다. NBC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있는 데이빗 레터맨은 NBC CEO 제프 저커(Jeff Zucker)의 사진과 실명을 사용하며 NBC를 조롱했고, 지미 키멜은 제이 레노로 변장을 하고 나와 "모든 나잇쇼를 내가(제이 레노) 전부 맡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제이 레노는 지미 키멜을 위성으로 연결해 제이 레노 쇼의 '10 @ 10' 코너에 게스트로 초대했다. '10 @ 10'은 제이 레노가 게스트에게 10개의 질문을 던지는 코너다. 아무래도 ABC의 지미 키멜 쇼 홍보도 할 겸 투나잇쇼 사태 조크도 주고받을 겸 해서 지미 키멜을 부른 듯 했다.
예상대로 지미 키멜은 레노를 불편하게 만드는 조크들을 쏟아놓았다. 키멜은 최고의 장난으로 기억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5년 뒤에 투나잇쇼를 넘겨준다고 해놓고 인수인계를 하자마자 다시 빼앗아 온 것"이라고 답했으며, 한 번 맡아보고 싶은 쇼가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나한테 투나잇쇼를 맡겼다가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냐"고 해 청중들을 웃겼다.
하이라이트는 지미 키멜의 마지막 멘트였다.
"Listen Jay, Conan and I have children. All you need to take care of is cars. I mean, we have lives to lead here. You've got 800 million dollars for God's sake. Leave our shows alone!"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이 레노는 금요일 쇼에서 FOX의 새로운 액션 어드벤쳐 TV 시리즈 '휴먼 타겟(Human Target)'을 거론하면서, 마치 자신이 '휴먼 타겟'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목요일엔 ABC, 금요일엔 FOX의 프로그램을 광고하기로 되어있었는 듯.
그렇다면 코난 오브라이언은 입장이 어떨까?
아직까지 오피셜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제이 레노가 다시 투나잇쇼 호스트를 맡고 오브라이언은 NBC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당장이다. 오브라이언과 NBC와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아침에 출근하는 것도 매우 불편해졌다는 것.
"Just coming to work in the morning now has gotten really uncomfortable." - Conan O'Brien
아니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하길래?
코난의 설명에 의하면 대충 이런 분위기란다.
그렇다. 누군가 실수를 한 것만은 분명하다. NBC를 이토록 난장판으로 만든 범인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범인 덕분에 나잇쇼를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재미있게 보지 못했을 것이다. 관심있는 게스트가 출연할 때나 가끔 볼 뿐 나잇쇼를 꼬박꼬박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한 주 동안은 ABC, CBS, NBC 세 채널을 바꿔가며 모든 나잇쇼들을 보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렇다. 나잇쇼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본 것도 머리에 털나고 처음이다.
이번 일로 인해 코난 오브라이언의 투나잇쇼 시청률도 뛰어올랐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청률 올리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다.
그렇다면 내가 즐겨보는 나잇쇼는 무엇일까?
공교롭게도 지금 '공공의 적'이 된 제이 레노 쇼다. 제이 레노가 투나잇쇼에서 물러나 10시로 옮긴 이후론 제대로 본 적이 많지 않지만, 나잇쇼 호스트 중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싫든 좋든 제이 레노라고 생각한다. 데이빗 레터맨도 만만치 않지만, 내겐 제이 레노가 보다 편안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관심있게 지켜보는 나잇쇼는 ABC의 지미 키멜 라이브다. 너무 요란스럽게 설치는 진행자를 아주 싫어해서 인지 차분하게 말을 하는 지미 키멜이 편안해서 좋다. 목소리 역시 상당히 좋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듯.
CBS의 크레이그 퍼거슨(Craig Ferguson) 쇼도 즐겨보는 편이다. 퍼거슨은 약간 요란스럽긴 하지만,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촐랑거리는 타잎은 아니다. 스코틀랜드 액센스도 구수하고(?), 유머감각도 전체 나잇쇼 호스트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번 주는 나잇쇼 보는 재미로 지루한 줄 모르고 보냈다. 과연 다음 주에도 계속 재미있으려나?
역시 뭐니뭐니해도 싸움구경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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