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1일 일요일

'셔터 아일랜드', 스토리는 시원찮아도 영화는 볼 만 했다

1954년 어느날 U.S 마샬 테니 대니얼스(레오나도 디카프리오)와 척 아울(마크 러팔로)이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라 불리는 섬에 도착한다. 이 섬은 매우 위험한 정신질환자들을 치료하는 시설이 있는 곳이다.

2명의 U.S 마샬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치료를 받던 여성환자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명의 U.S 마샬은 사라진 환자가 미스테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단순 실종사건이아닌 엄청난 미스테리가 숨겨져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꽤 흥미진진해 보인다고?

그렇다. 시작은 제법 흥미진진한 편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미스테리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충격적인 반전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떠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지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류의 미스테리 영화를 보다보면 '무언가가 있다', '어디선가 뒤집힌다'는 걸 알고있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짚어보게 되는데, '셔터 아일랜드'의 경우엔 오래 짚어보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은 이러이러하게 되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의 문제가 아니다. 데니스 리헤인(Dennis Lehane)의 원작소설부터 그렇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반전으로 뒷통수를 때리는 수법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여기에만 워낙 몰두한 나머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걸 너무 금방 눈치챌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결국엔 무언가가 터지게 되어있는데, 어떠한 가능성이 열려있는지 리스트를 대충 뽑아놓고 여기에 하나씩 맞춰보다보니 무슨 수작(?)을 하려는 지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 '셔터 아일랜드'는 처음엔 제법 그럴싸해 보이다가도 마지막에 가선 어이없어지는 스토리다. 풀 수 없을 것 같은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재미 대신 뒷통수를 때리는 반전으로 뒤집어엎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법 볼 만 했다. 이미 책을 읽어 결말을 알고있는 상태에서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영화를 잘못 만들었다고 하긴 힘들 듯 하다. 스토리가 다소 억지스럽고 시원찮다는 점은 어쩔 수 없었지만 원작에 충실했고 그런대로 볼 만 했다. 아주 잘 만든 미스테리 스릴러라고 하긴 힘들어도 평균 이상은 됐다. 그렇다.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감독이 이름값을 했다. 주인공 테디 대니얼스 역을 맡은 레오나도 디카프리오, 정신병원 원장 역을 맡은 벤 킹슬리(Ben Kingsley) 등 출연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미스테리 팬들을 위한 영화는 못된다. '셔터 아일랜드'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영화가 주는 것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이렇게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셔터 아일랜드'의 가장 큰 문제점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쇼킹한 반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셔터 아일랜드'를 좋아할 것이다. 사실상 그게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니까.

하지만 탄탄한 구성의 미스테리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만족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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